사는 게 이런고야 (31)

새벽송

by 최병석

크리스마스가 바로 내일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크리스마스이브날에는 교회마다 어김없이

촛불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새벽송을 불러주던 무리들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새벽송은 시끄러운 소음유발의 집중화살을 맞은 채 소리소문 없이 없어졌다.


6살 때 누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 크리스마스잔치에서

율동도 하며 트리에 매달린 꼬마전구불빛에 녹아들던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었지만 기분 좋은 음악과 흐뭇함이 시종일관 몸속으로 스며들어 촉촉 하던 때였었다. 그 당시에

흔치 않던 사진도 남길 수도 있었으며 간식까지 양손에 들고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었는데... 물론 다 늦은 밤에 나돌아 다니느라 귀가가 늦었다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열어 주시지 않았던 아버지의 노여움이 맨 앞에서 울고 있긴 했지만.


손 호호불어가며 성탄을 알리는 천사가 되어 집집마다 문 앞에 모여 나지막이 찬송하다 보면 슬며시 문이 열리고 맛있는 간식을 한 아름 안겨주시던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들.

그러나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우리네의 사는 구조가 띄엄띄엄 떨어져 살지 않고 닭장처럼 모여사는 아파트가 대세인지라 약간의 소란은 스트레스를 불러오기 일쑤다.


새벽송을 돌며 한아름 챙겨 온 간식들을 한데 모아 적당히 나눈 뒤 다시 예쁘게 포장하여 크리스마스 당일에 교회를 찾는 교인이나 비교인에게 기쁨을 선물했었다. 어디 성탄의 기쁨이 선물 따위로 설명될 수 있을까마는 요즘의 성탄절은

어딘가 팍팍하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분명 예수님인데 산타가 판을 장악 하고 착한 일을 하면 공짜로 선물을 얻을 수 있다며 부모들을 자극한다. 커다란 선물자루에 동심을 부풀려 키워놓고 부모들이 책임지라고 닦달한다. 성탄절이 되었어도 선물은커녕 한 끼 식사도 버거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성탄절은 없는 자, 가난한 자, 억눌리고 고단한 자나 잘 먹고 부유한 자, 떵떵거리는 자에게 모두 평등한 날일진대 힘든 자들에게 더욱 힘든 상황으로 남게 되면 곤란하다.


함께 덕담을 나누며 기쁜 소식으로 덩달아 기분 좋은 날이길 소망하는 날이 바로 성탄절이어야 한다. 그래서 즐거운 성탄절 "메리 크리스마스"이며 또 행복한 새해 "해피 뉴 이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