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러하게/김해자
밤새 비 내린 아침
옥수수 거친 밑동마다
애기 손톱만 한 싹이 돋아났다
지가 잡초인 줄도 모르고, 금세 뽑혀질 지도 모르고
어쩌자고 막무가내로 얼굴 내밀었나
밤새 잠도 안 자고 안간힘을 썼겠지
푸른 심줄 투성이 저 징그러운 것들,
생각하니 눈물 난다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게 솟아오른 저 순한 새순 앞에
우리네 시끌벅적한 생애는 얼마나 엄살투성인가
내가 사람으로 불리기 전에도 잠시 왔다 가는
이승의 시간 이후에도 그저 그러하게
솟았다 스러져 갈 뿐인 네 앞에
너의 부지런한 침묵 앞에
이 순간 무릎 꿇어도 되겠는가
<축제/2017/애지/김해자>
♡시를 들여다 보다가
그저 고요 하면 침묵 인 줄 알았었다. 가만히 있으면 게으른 줄 알았었다. 요란 떨지 않는데 무어 그리 무릎까지 꿇을 필요가 있을까?엄살이라면 엄살이고 요란이라면 요란인데
소리없는 아우성에 대고 눈물을 흘린다.
스스로 그렁그렁하게 순한 맛으로 노심초사하는 새순들의
가볍게 보이지만 묵직한 생애는 눈물을 떨굴만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람들의 시간에 앞서 막무가내로 내밀었던 얼굴들에 충성을 보여준다.잠도 안자고 안간힘을 쓰는 저 징그러운 푸른 심줄 투성이를 대하며
비를 맞으며 두근두근 땅에 대하여 엄살아닌 진중함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 너의 부지런함을 본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