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있잖아 (6) 내 손 봐요

by 구민성

내 손 봐요


hand-8843887_1280.jpg 세월의 흔적... 고왔던 그 손이...


여보, 손가락이 이상하오.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걱정스럽소. 젊었을 때는 화려한 손가락이었잖소. 그 당시 국내 최고단의 주산인이었지요. 주판면에서 움직이는 내 손가락은 흡사 연잎에 물방울 구르듯이 부드럽고 아름다웠고요. 그래서 아무 하고나 함부로 악수도 안 하던 손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꺼칠하고 투박해졌다오. 산에서 맨손으로 일을 많이 하니까 손이 엉망이네요. 당뇨 합병증 때문인지, 아니면 목디스크 때문인지 어깨부터 팔을 거쳐 손가락 끝까지 따가울 정도로 저릿하지요. 추운 곳에서는 저림이 통증으로 변해서 더 힘이 드네요. 손끝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탓인지 손가락 감각이 둔하네요. 젓가락질도 어렵고, 연필로 글씨 쓰는 것도 유치원 아이들 수준이오.



당신 있었으면 핸드크림 바르라고 잔소리했겠지요. 젊었을 땐 세수하고 로션도 바르기 싫어서 당신과 자주 다투었지만, 이제는 내가 알아서 제대로 해야겠네요. 지금도 갈라 터진 손에 매일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요.


며칠 전부터 황토방에서 따뜻하게 잠을 자니까 아침나절에는 손 감각이 한결 나아요. 이젠 일할 때 장갑 잘 끼고 핸드크림도 저녁마다 바르고 있어요.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지요. 아니면 더 많은 소를 잃거든요.



그래도 나는 내 손과 손가락이 반드시 좋아질 것을 믿어요. 왜냐면 나는 내 손을 아직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아껴줄 것이니까요. 아마 며칠 후에는 단추와 지퍼를 잘 잠글 수 있을 것이오. 나, 큰소리 뻥뻥 치는 것은 여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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