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미국 유학을 떠나다
오늘은 추석이라서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지만 효지는 삶은 땅콩과 밤을 더 많이 먹었습니다.
효지는 며칠 전에 대통령실에서 식사한 것도 맛있었지만,
엄마가 직접 삶아서 껍질을 까주는 밤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언니와, 형부, 오빠는 대통령실에서 식사한 효지를 부러워했습니다.
아빠는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 가족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얘들아, 대통령께서 우리 효지와 잘내미의 미국 유학을 말씀하셨는데…….”
“미국 유학이라뇨?”
성미 급한 작은언니가 중간에 툭 잘라서 물었습니다.
“응,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어디에 마법을 가르치는 추장이 있다는데, 거기에 가서 마법을 배우도록 정부에서 지원해 주시겠대.”
“정말요? 우와! 멋진데.”
큰언니가 기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세웠지만 형부는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막내 처제는 아직 어린데, 어떻게 미국까지…….”
작은언니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정규랑 같이 가면 되잖아요? 국가에서 보내준다면 효지의 유학비용은 모두 지원이 될 거잖아요? 그럼 정규 유학비만 우리가 부담하면 되겠네요.”
전에부터 미루어오던 오빠의 유학을 겸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오빠는 전부터 스탠퍼드대학교의 계절 학기 유학을 희망했습니다.
오빠가 같이 간다면 효지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침내 효지도 결심했습니다.
‘잘내미가 더 멋진 마법을 배운다면 정말 신나겠지. 잘내미를 위해서 가자.’
며칠 후,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빠와 진지하게 의논을 하고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효지는 오빠와 함께 미국으로 갔습니다.
잘내미를 비행기의 화물칸에 싣지 않고 효지가 안고 탔습니다.
정부에서 이미 모든 준비를 다 했으니까 LA 공항에는 여자 도우미가 나왔습니다.
그녀는 ‘나타샤 정’이라는 22세의 여대생인데 키도 크고 예뻤습니다.
교포 2세인 덕분에 영어와 한국어는 완벽했으며 아주 친절했습니다.
나타샤는 2개월 동안 효지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돌보는 것이 임무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협조로 네바다 주에 있는 인디언 보호 구역의 와당카 추장에게도 모든 연락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추장과 원주민들은 효지 일행을 무척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첫날은 여장을 풀고 쉬었지만, 다음날부터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에는 나타샤에게 간단한 영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또 정신 집중에 대한 훈련은 와당카 추장이 직접 지도했습니다.
오후에는 명상, 요가, 독서 등으로 일과가 무척 바빴습니다.
효지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호기심과 성취감으로 활기차게 생활했습니다.
먹는 것과 자는 것도 잘 적응했습니다.
그러나 저녁에 조용한 시간이 되면 엄마와 아빠가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날은 울다가 잠들기도 했습니다.
잘내미도 마법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각각 다른 세 가지의 임무를 한 번의 이마뽀뽀로 처리하는 훈련부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청소와 설거지와 운동을 한 번에 부탁해도 순서대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과 이틀 만에 다 배웠습니다.
잘내미는 효지의 귓속말과 이마뽀뽀만 있으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효지가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와당카 추장이 부탁해도 잘내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는 하늘이 맺어준 팀워크를 갖고 있어.”
훈련을 시키던 와당카 추장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여러 가지의 신기한 마법 훈련이 40일 동안에 모두 끝났습니다.
와당카 추장은 빠른 발전에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여름 방학에는 더 놀라운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효지는 와당카 추장과 헤어질 때 많이 울었습니다.
이별을 슬퍼하는 효지를 보면서 나타샤와 인디언 주민들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효지는 귀국 12일 정도를 남기고 오빠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여기에서 조금 쉬면서 구경도 많이 할 생각이었습니다.
나타샤 언니는 오빠에게도 친절하게 도움을 주고 친구처럼 가깝게 지냈습니다.
오늘은 언니가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았으니 한턱낸다고 했습니다.
세 사람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정식 식당에서 불고기 덮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탕! 탕!”
바로 그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식당 건너편에 있는 백화점에서 강도들이 물건을 마구 약탈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차가 빠르게 출동했지만, 강도들이 총을 쏘아 두 명의 경찰관이 다쳤습니다.
경찰들은 더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얼굴에 복면을 쓴 강도들은 모두 네 명이었습니다.
효지는 와당카 추장에게서 배운 텔레파시 부탁법을 실험해 볼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는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잘내미에게 직접 했지만,
이제는 마음속으로 부탁해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잘내미야, 우리가 저 강도들 잡아보자. 잘내미야, 부탁해. 뽀!’
이마뽀뽀도 그냥 입 모양만으로 했습니다.
잘내미는 싹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식당 앞의 큰 화분에 있는 돌멩이를 하나 집었습니다.
계란 정도 크기의 돌멩이였습니다.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키 큰 강도는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경찰과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신경질적인 목소리였습니다.
경찰은 자수하라고 권유했지만, 강도는 인질의 안전을 위협하며 막무가내로 버텼습니다.
오히려 경찰에게 물러나라고 고함까지 지르고 있었습니다.
잘내미는 바로 그 강도를 향해 돌을 던졌습니다.
“쉬웅! 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강도는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죽지는 않았지만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습니다.
두 번째 강도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 때, 잘내미는 또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쉬웅! 퍽!‘
이번에는 약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을 잡고 쓰러졌습니다.
잘내미의 돌멩이 던지는 솜씨는 놀랍습니다.
50m의 거리에서 돌멩이를 던져 사과를 맞출 수 있도록 훈련받았습니다.
돌멩이의 속도는 메이저리그의 최고 투수가 강속구를 던지는 정도였습니다.
시속 160Km 정도 되니까 엄청납니다.
돌멩이질에 동료 두 명이 쓰러지니까 나머지 두 명도 겁을 먹었습니다.
잘내미는 범인들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나무인형이 걸음을 걸으니 경찰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시민들은 모두 웅성거렸습니다.
남은 두 강도는 겁을 먹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거기 서! 나무토막아! 좀 더 가까이 오면 총을 쏘겠다. 오지 마!”
그래도 잘내미는 계속 걸어갔습니다.
효지는 나타샤 언니에게 강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나타샤 언니가 통역을 해주니까 효지는 싱긋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잘내미에게 텔레파시를 보냈습니다.
“잘내미야, 이제 체포해 버려. 부탁해. 쪽!”
효지의 뽀뽀 소리를 듣고 잘내미는 강도의 20m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탕!”
“억!”
총을 쏜 그 강도가 허벅지에 피를 흘리며 푹 쓰러졌습니다.
잘내미에게 쏜 총알이 되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잘내미의 몸 주위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싸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 무형의 보호막인데, 지금까지 배운 마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훈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돌멩이부터 튕겨 보냈지만, 나중엔 화살과 총알까지 튕겨 보내도록 강력한 반사 능력을 길렀습니다.
만약 누군가 잘내미에게 총을 쏘면 그 총알은 튕겨서 반사됩니다.
그런데 그 총알은 처음 쏜 사람에게 되돌아갑니다.
절대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날아온 방향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피할 시간도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강도는 혼이 빠져서 입가에 침을 흘리며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딱!”
“아코!”
잘내미가 마지막 강도의 이마에 세게 박치기를 했습니다.
강도는 죽는다고 고함을 지르며 엉금엉금 기었습니다.
결국, 5분도 안 되어 강도 네 명을 모두 잡았습니다.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거나 사진 찍기에 바빴습니다.
경찰들은 현장 수습만 하고 다르게 할 일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방송 기자가 효지에게 인터뷰를 신청했습니다.
효지는 나타샤 언니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자신과 잘내미가 마법을 배운 것부터 시작해서 방금 끝난 활동에 대해서도 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님과 미국 국무부의 지원에 감사드려요. 그리고 인자하신 와당카 추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언니들과 오빠, 형부도 사랑하고요. 우리 금진이도 많이 보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니까 현장에 있던 경찰 책임자가 효지에게 왔습니다.
“효지 양, 방금 LA시장님의 전화를 받았는데요. 지금 시청으로 초대하는데 갈 수 있겠어요?”
효지는 오빠와 나타샤 언니를 번갈아 보면서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효지 일행은 경찰차를 타고 바로 LA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시청을 6km쯤 남긴 곳에서 자동차들이 심하게 막혔습니다.
큰 도로에서 한 블록 떨어진 주택에 불이 났습니다.
한 백인 여성이 울부짖으며 거센 불길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어린 아들이 혼자 집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인을 붙들고 못 들어가게 말리고 있었습니다.
아기는 2층에 있는데 불길은 1층에서 악마의 혓바닥처럼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도로가 막혀서 소방차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그 집은 완전히 잿더미가 되고 말 것입니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효지는 잘내미에게 부탁했습니다.
“잘내미야, 저 집 2층에 있는 불쌍한 아기를 구해줘, 부탁해. 뽀!”
1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므로 효지가 빠르게 말하고 소리뽀뽀를 했습니다.
잘내미는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겅중겅중 뛰어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목각인형이 뛰는 것을 처음 보니까요.
그리고 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도 맹렬하던 불길이 잘내미가 들어가니까 양옆으로 쫙 갈라지는 거였습니다.
마치 바닷물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과 닮았습니다.
그것이 지금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잘내미는 총알도 튕겨낼 수 있으니 불길을 물리치는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잘내미는 2층으로 올라가서 아기를 안고 나왔습니다.
불길이 모두 옆으로 비켜주니까 쉽게 나왔습니다.
아기는 기침을 조금 하는 것 말고는 건강해 보였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길 때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효지는 잘내미에게 이마뽀뽀를 하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때 소방차들이 도착해서 불을 끄고 현장의 뒷정리를 했습니다.
효지 일행이 시청에 도착할 때는 비가 살짝 내렸습니다.
그레고리 시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들이 현관 입구까지 나와서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그레고리 시장은 조금 전에 있었던 화재 현장의 아기 구출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효지는 시장으로부터 기념품을 받고 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주최하는 근사한 만찬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진귀한 음식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 그레고리 시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공부를 다 시켜주고 시청 공무원처럼 월급도 주겠어요. 그러니까 효지 양이 한 3년 정도만 LA시청의 명예 공무원으로 봉사해 주세요.”
하지만 효지는 그레고리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효지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실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비서가 와서 전화를 연결했습니다.
시장실의 화상 전화에 미국의 제임스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제임스 대통령은 그레고리 시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효지와 통화를 했습니다.
물론 나타샤 언니가 통역을 맡았습니다.
백악관의 통역관도 있었지만 효지는 나타샤 언니가 편하다고 했습니다.
“효지 양, 뉴스를 통해서 활동 내용을 잘 보았어요. 매우 훌륭한 일을 했군요.”
“대통령 각하, 감사합니다.”
“효지 양과 잘내미 군을 백악관에 꼭 초대하고 싶어요. 와줄 수 있죠?”
“네. 오빠랑 의논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알았어요. 내일 만나요.”
그날 밤은 그레고리 시장의 공관에서 하룻밤을 쉬었습니다.
시장과 가족들은 효지 일행에게 아주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8시.
그레고리 시장과 식사를 한 효지 일행은 서둘렀습니다.
그레고리 시장은 자동차와 비행기 등 모든 편의를 제공하며 효지를 도왔습니다.
효지는 비행기와 경찰차를 번갈아 타고 백악관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효지에게 진심으로 칭찬과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통령은 그레고리 시장보다 더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효지 양을 백악관의 명예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보수도 물론 지급하겠어요. 그리고 대학교 졸업까지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시켜 주겠어요. 어때요?”
대통령의 진지한 제안에 효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대통령 각하,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또 금진이랑 놀고 싶습니다.”
제임스 대통령은 아쉬운 눈빛으로, 하지만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효지를 칭찬했습니다.
효지는 백악관에서 훌륭한 대접과 최고급 과자를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오고 싶을 때 전화만 해주면 대통령이 초청장과 항공권을 보내겠다는 약속도 들었습니다.
효지 일행은 백악관에서도 하룻밤을 잤습니다.
효지는 세상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침대에서 잘내미와 함께 잤습니다.
다음날은 대통령과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경호원을 붙여준다고 했지만 효지가 사양했습니다.
효지는 경호원 열 명보다도 잘내미가 더 든든하고 편하니까요.
지하철역 앞 광장에서 여섯 명의 청년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통기타와 색소폰 등의 악기로 신나는 음악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한 달 이상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노래만 하고 있으니 구경꾼이 별로 없었습니다.
효지와 오빠와 나타샤 언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것은 길거리 공연에 우정 출연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는 여러 가지의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란한 텀블링에 이어서 밧줄 타기, 춤추기, 자동차 돌려세우기, 태권도 체조 등등 열두 가지의 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섯 명의 청년들도 힘을 얻어서 더 활기차게 연주했습니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돈을 기부했습니다.
나중에는 나타샤 언니가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효지야, 백악관에 부탁해서 큰 극장을 빌려 자선 공연하면 어떨까?”
“백악관에요?”
“그렇지. 만약 백악관에서 도와준다면 아주 좋을 거야.”
그래서 효지 일행은 제임스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를 빌렸습니다.
장소만 빌리려고 했는데 더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소액의 입장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며 기업들의 협찬금도 모였습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관객들은 구름처럼 늘었습니다.
여섯 청년은 신바람이 나서 연주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효지는 이 행사의 주인공을 그 6인조 청년들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정도로 했습니다.
그것은 오빠의 의견에 따른 것인데 바로 한국인의 겸손을 보여주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래도 잘내미의 마법이 너무나 신기해서 금세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TV 방송국마다 앞다투어 특집 방송을 했습니다.
이제 효지와 잘내미의 이름은 케이팝 가수들처럼 유명해졌습니다.
공연에서 얻어지는 모든 수익금은 그 6인조 청년들을 통해서 아프리카 자선단체에 전달되었습니다.
TV에서는 ‘한국의 천사 효지 양’의 이야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그리고 ‘천사의 동생 잘내미’라는 방송도 연일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금만 할 생각이었던 공연이 1주일 동안 매일 5회씩 진행되니까 효지가 너무 피곤했습니다.
더구나 각 언론사의 인터뷰도 계속 몰리니까 정말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귀국 날짜도 3일이나 연기했습니다.
효지는 집에 가고 싶어서 밤마다 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효지는 제일 좋아하는 청국장과 갓 버무린 생김치를 두 달이나 못 먹었으니 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오빠는 부모님께 전화해서 효지를 보호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공연과 인터뷰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공연을 하면서 효지가 인사를 했습니다.
나타샤 언니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짧은 인사였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동안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와 시장 아저씨, 그리고 많은 분의 친절과 배려를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집과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다시 활동하겠지만,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눈물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덩치 큰 아랍계 남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효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뺨에 칼자국인 듯한 흉터가 있고, 윗입술이 안 보일 정도로 콧수염을 길렀습니다.
그는 한순간도 효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