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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재 Jul 21. 2021

'모더나' 안 사고 뭐더냐?

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2편

지난 금요일(9일) 아침부터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아내를 향해 “좋은 아침”이라며 “미국 주식으로 966원을 벌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화이자 1.25주는 전날보다 293원이 올랐고 모더나 0.15주는 690원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주가가 다소 빠졌지만 제 포트폴리오가 주로 제약바이오 주식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약진은 지난주의 손실을 만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주말에는 좀 쉬고 싶었습니다. 미국 주식에 대한 생각을 새까맣게 잊고 아내와 미국 드라마(미드)를 봤습니다. 물론 가끔씩 ’미니스탁 주식 계좌’를 확인했습니다.


나스닥 시장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말에 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아내에게 “아, 맞다. 미국도 주말에 거래소가 쉬는구나”라고 푸념했습니다. 주식 초짜 기질을 드러낸 셈입니다. 


월요일(12일) 출근길, 설레는 마음으로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투자 원금에 비해 1925원 오른 9만 9905원이었습니다. 화이자는 1053원, 모더나는 868원이 상승했습니다. 회사에 도착한 직후 “1900원 올랐네, 기분 너무 좋다, 미국 주식 좀 해봐”라고 후배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주식 덕분에 한주를 기분 좋게 시작한 것입니다. 


그날 오후부터 주식을 더 사고 싶어 저는 안달이 났습니다. 모더나, 화이자, 테슬라에 투자한 9만 8000원이 10만원에 가까워졌단 사실을 눈으로 목격한 이후, 다른 미국 주식에도 투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용돈은 60만원(한달 기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후 여윳돈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계부를 써야 투자 규모가 보이지만 일단은 질렀(?)습니다. 미국의 또 다른 글로벌 빅파마 애브비 주식을 산 것입니다.  


애브비를 추가 투자 종목으로 고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업계에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휴미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으로 이름을 날린 메가 블록버스터 제품이었습니다.


게다가 애브비의 지난 6개월 주가 동향을 살펴본 결과, 그래프는 우상향하고 있었습니다. 애브비가 화이자처럼 배당주로 괜찮다는 소식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화요일(13일) 아침, 횡단보도 위를 걸어가면서 미국 주식 계좌를 열었습니다. 건넌 이후 “다음부터 절대 이러지 말아야 겠다”라고 다짐했지만 매일 아침 주가를 확인하는 것은 저만의 루틴(일상)이 됐습니다. 자동차들이 오가는 위험천만한 순간에 주가를 들여다볼 정도로, 미국 주식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총 투자 금액은 애브비 5만원(0.366주)를 포함한 14만 8천원, 주가 총액은 15만 675원을 기록했습니다. 애브비는 501원이 빠졌지만 모더나와 화이자가 약진하면서 2705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주식도 떡상, 기분도 떡상했습니다. “모더나 주식을 더 사야 하나”라는 마음이 처음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이튿날(14일) 오전 9시 17분경, 어제의 성적표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하락. 투자 금액은 14만 9678원으로 2705원의 수익이 1678원으로 약 1000원 정도 빠졌습니다.


그날 오후 우연히 친구와의 통화에서 주식 이야기가 나왔는데 “미국 주식을 왜 하냐, 우리나라 주식으로 나 3년 동안 4000만원 벌었는데...”라는 얘기를 듣고 더욱 기운이 빠졌습니다. 


“4000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가면 어떻게 할래, 미국은 우량주가 많잖아”라고 말했지만 친구는 “매년 20%의 수익만 내면 돼. 그 이상은 안 해, 공부하면 우리나라 주식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어”라고 답했습니다.

겨우 15만원 푼돈을 굴리면서 매일 속앓이를 하는 제 모습이 처량해 보였습니다. 반대로, 국내 주식으로 수천만원의 이득을 보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거실에 가면서 “이거 한번 볼래”라며 주식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노잼이야, 노잼 이거 말고 다른 거나 볼래”라면서 보던 드라마를 다시 봤습니다. 


돌아온 아내가 제 옆에 누워 주식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제게 ‘신약 개발’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하고 들렸습니다. 제약 바이오주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장 영상을 같이 봤습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23andME’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주식 공부를 할 때 쳐다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요일(16일), 드디어 주가가 고점을 찍었습니다. 6083원의 수익이 났습니다. ‘떡상’의 숨은 공신은 단연 모더나였습니다. 모더나 주가는 제가 처음 투자했을 당시에 비해 5401원이 올랐습니다. 화이자 1512원, 애브비 802원이 오르면서 함께 상승 곡선을 그렸고 총 4.11%의 투자 수익을 올린 것입니다.


이유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일단 국내 뉴스를 살펴보니 모더나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 때문에 주식이 올랐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S&P 500지수가 뭐지”라는 의문이 일어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미국의 Standard and Poors(S&P)가 작성한 주가 지수입니다. 다우존스 지수와 마찬가지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 지수지만, 지수 산정에 포함되는 종목수가 다우지수의 30개보다 훨씬 많은 500개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특히 S&P는 세계 최고의 신용평가기관이었습니다. S&P가 시가총액, 발행주식 등의 일정 조건을 검증을 거듭한 이후 안정적인 기업만 S&P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모더나가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될 예정인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 대신  S&P 지수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뛰어 오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난주 내내, 저는 미국 주식을 보면서 일희일비했습니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불필요한 덕목이 ‘일희일비’인 점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모더나 ‘떡상’으로 주식이 고작 2000원 올랐다는 이유로 지난 금요일에는 제 용돈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커피를 대접했고 (물론 커피값은 1만 2000원이어서 이미 8000원 마이너스였습니다. ^^;;), 애브비 주식이 떨어진 날은 슬픈 마음으로 애브피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업 활동과 산업에 대한 공부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깨 너머로 들었던 S&P 지수에 대한 개념을 파악했고 애브비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주식에 주짜도 모르던 제게, 이런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다가 아내에게 “돈 아껴서 주식 사려면...이제 내 용돈 가계부를 써야 될 것 같아”라고 했는데 아내는 “가계부 써야한다는 말을 자발적으로 하다니...주식을 알려주길 잘했네”라는 답했습니다. 급격한 삶의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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