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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진 Sep 19. 2021

호주에서 만난 강원도를 떠올리게 하는 계곡

캐러밴으로 돌아보는 호주(9): 동해안 최북단 도시 케인즈(Cairns)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갈 계획이다. 다음 목적지는 동해안 북단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도 150,000명이 넘는 케인즈(Cairns)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다. 야영장 서너 곳에 전화했으나 빈자리가 없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야영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Barron Gorge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야영장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멀지 않기에 일찌감치 야영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3명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야영장은 규모가 크다. 그러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캐러밴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수입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는 나를 본다.

  

호젓하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야영장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깊은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이 잠시 쉬어가는 넓은 호수가 있는 공원이다. 산골짜기를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를 즐길 수 있도록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전망대에 들어서니 호수에서 오리 떼가 한가하게 오가고 있다. 몸과 마음을 쉬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케인즈 중심가에 있는 해변을 찾았다. 긴 산책로가 조성된 해변이다. 썰물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갯벌에는 철새가 많이 오는 모양이다. 안내판에는 철새 사진과 함께 이런저런 설명이 붙어 있다. 악어를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보인다.

 

해변이지만 수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갯벌이기도 하지만 악어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해변에 규모가 큰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관광포스터에서 본 기억이 있는 수영장이다. 해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모래도 깔아 놓았다. 근처에서는 태양욕을 하는 젊은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걸으니 항구가 나온다. 많은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다. 유난히 큰 유람선이 시선을 끈다. 선미에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영국에서 지구 반 바퀴를 항해한 유람선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뜨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에게 케인즈를 관광시켜주는 헬리콥터다.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야영장에서 많은 여행객과 함께 또 다른 아침을 맞는다. 지나치는 사람들과 ‘굿모닝’ 인사하기에 바쁘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야영장이 들어서 있는 국립공원을 둘러보려고 자동차에 앉았다.


산으로 들어간다. 올라가는 도로 왼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있다. 고무보트를 타고 빠른 물살을 즐기는 래프팅 스포츠를 제공하는 관광버스가 보인다. 아찔한 순간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계곡의 빠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젊었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운전해 올라가니 도로가 끝나는 곳에 다리가 있다. 산속에 있는 수력 발전소에 도착한 것이다. 안내판을 읽어 본다. 발전소는 1963년부터 가동했다고 한다. 일 년에 3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발전하는 수력발전소다.

   

발전소로 향하는 다리를 걷는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다. 계곡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Surprise Creek Waterfalls)가 시선을 잡는다. 다리 아래로 시원스럽게 흐르는 빠른 물살을 보는 재미도 있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에게 퇴근하던 직원이 다가온다. 나의 모습을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공기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웃음을 짓는다. 부인이 일본 사람이라며 동양인에 대한 친근감도 표시한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관광지 크리스털 캐스케이드(Crystal Cascade)도 찾아가 본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를 지나쳐 산으로 향한다. 강기슭에 자리 잡은 그림 같은 농장도 지나친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로 만든 작은 담장에 ‘Crystal Cascade’라는 이름을 멋지게 새겨놓은 출입구가 있는 곳에 주차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로에 들어선다. 고목들이 산책로를 뒤덮고 있다. 오른편으로 크리스털 캐스케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정 같은 물이 작은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곳을 자주 볼 수 있다. 폭포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강원도 산골에 숨어있는 깊은 계곡에 온 기분이다.

 

산책로를 끝까지 걸으니 제법 높은 폭포가 있다. 사람들은 폭포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오래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계곡에는 많은 양의 물이 흐른다. 장마라도 진다면 더 멋진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케인즈는 관광도시다. 따라서 소개하는 관광지가 많다. 그러나 모든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은 무리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관광지, 호수와 댐(Copperlode Falls Dam and Lake Morris Reserve)이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큰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그러나 산을 타고 올라가는 도로에서 만나는 풍경이 혼자 보기에 아쉽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산길을 돌고 돌아 호수에 도착했다. 산과 숲 있는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흔히 댐이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황량한 호수가 아니다. 푸른 숲속에 숨어 초목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호수가 인상적이다. 호수가 보이는 곳에 마련된 놀이터에서는 서너 명의 아이가 뛰놀고 있다. 의자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엄마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케인즈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면 사람들은 쿠란다(Kuranda)를 이야기한다. 지나칠 수 없다. 쿠란다를 찾아 나선다. 산을 넘어야 하는 길이다. 커브가 심하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운전한다. 목적지 근처에 왔는데 분수가 솟아오르는 정원이 보인다. 레인포레스테이션(RainForeStation Nature Park)이라는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니 수륙양육 자동차를 타고 열대우림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자동차에 오르니 한국어로 된 안내서를 건네준다.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안내서에는 공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 그리고 식물들을 한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색하지 않게 잘 번역하였다.

 

육중한 자동차가 험한 비포장도로에 들어선다. 큼지막한 바퀴 6개가 있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쓰던 자동차라고 한다. 험한 도로는 물론 해상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오래된 자동차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진흙 길로 다니던 육중한 자동차가 신기하게도 물 위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만든 병기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많은 물품이 전쟁의 산물이라는 슬픈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쿠룬다의 대표적인 관광지, 폭포(Barron Falls)에 도착했다. 폭포를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오래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물의 양은 많지 않다. 그러나 125m가 된다는 웅장한 폭포는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있다면 폭포 주위에 있는 모든 산책로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 경관이 마음에 든다. 전망대 아래에는 관광객을 태운 기차가 손님을 내려놓고 있다. 켄인즈의 대표적인 관광객만을 위한 기차다.

       

한국 음식을 오랫동안 먹지 못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 이름이 코리아 식당이다. 그러나 철자는 ‘Corea’라고 쓰고 있다. 일본이 강제로 철자를 바꾸기 전, 사용했다는 ‘C’로 시작하는 코리아다. 먼 이국, 외딴 도시에서 지내면서도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인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시내를 걷는데 박물관이 보인다. 작은 박물관이다. 전시관에는 원주민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국 도큐먼트를 상영하고 있다. 설명서를 보니 ‘만신’이라는 도큐멘트다. 영어로는 ‘Ten thousand spirits’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박찬경이라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영화를 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여인들의 이야기다. 한을 풀어내는 무녀의 몸짓이 낯설지 않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문득 나에게도 신(Spirit)이 함께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신의 음성을 듣는 나만의 시간을 가끔은 가져야겠다. 


관광객이 빠짐없이 찾는 케인즈의 유명한 폭포(Barron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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