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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진 Aug 25. 2021

빨간물을 내뿜는 특이한 분수

캐러밴으로 돌아보는 호주 대륙(7): 타운즈빌(Townsville)

유명한 원주민 육상 선수, 캐시 프리먼(Catherine Freeman)이 태어난 도시 맥카이(Mackay)를 떠나 동해안의 도시 타운즈빌(Townsville)로 향한다. 타운즈빌은 인구가 200,000 가까이 되는 큰 도시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왔다. 겨울이 없는 아열대 지방이다. 그래서일까, 차창 밖으로는 더운 지방에서 경작하는 사탕수수밭이 계속 펼쳐진다. 호주 주요 농산품 10대 품목에 사탕수수가 들어간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있다. 설탕 수출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퀸즐랜드주(Queensland) 오지를 여행하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탕수수밭을 한참 달려 보웬(Bowen)이라는 도시를 지나친다. 이곳에는 사탕수수밭이 아닌 채소를 심은 밭이 펼쳐진다. 무슨 농작물인지 모르겠으나 넓은 밭이 펼쳐진 풍경을 호주에서 오랜만에 본다. 호주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남쪽에 있는 섬, 타즈매니아(Tasmania)에서 본 이후 처음이다.


보웬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달린다. 이곳에도 도로 공사하는 구간이 많다. 따라서 생각보다 운전 시간이 길어진다. 점심시간이다. 자그마한 동네를 지나치는데 도로 주변 넓은 주차장에 캐러밴이 제법 많이 주차해 있다. 캐러밴을 주차하고 다른 여행객 틈에 끼어든다. 들어가 보니 관광안내소와 식당이 있다. 점심 먹을 곳을 찾던 중이었다. 반가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식당이 제법 크다. 위트선데이 골드(Whitsunday Gold)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흔히 보는 식당과 사뭇 다르다. 식당 입구에 있는 우리 안에서는 돼지를 비롯해 작은 짐승들을 키우고 있다. 처음 보는 동물도 있다.

 

식당 안에는 새장이 곳곳에 매달려 있다. 앵무새는 알겠다. 그러나 나머지는 모르는 새들이다. 수많은 새장 안에서 화려한 새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큰 앵무새는 열려있는 새장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놀고 있다. 아이들은 새 구경에 정신이 없다. 운이 좋게 생각지도 않은 특이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분위기 탓일까,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고속도로를 계속 타고 올라가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야영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타운즈빌 관광 상품으로 유명한 악어 농장을 소개하며 할인 구매권을 준다. 알고 보니 야영장 바로 길 건너에 악어 농장이 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악어 농장에는 관심이 없다. 먹이를 가지고 악어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야영장은 타운즈빌 중심가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다음 날 아침 시내 관광을 떠난다. 관광 명소를 알아보니 카슬힐(Castle Hill)이라는 산이 있다. 시드니에서 살 때 바로 이웃해 있던 동네와 이름이 같다. 일단 높은 곳에서 시내 전체를 볼 생각으로 카스힐을 찾아 나선다. 타운즈빌 시내를 거쳐 산에 오른다. 시내는 생각보다 한가하다. 카슬힐에 오르니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 주차장이 많이 비어 있다.

 

정상에는 관광객이 여러 방면에서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정상에 마련된 산책로를 걷는다. 멀리 바다와 산이 보이고 발아래에는 도시가 펼쳐진다.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걷는다. 높은 곳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에는 군대에서 구축한 벙커도 있다.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벙커다. 일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2차 대전 당시 지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관광지를 검색하면 지금 찾은 카슬힐과 함께 스트랜드(Strand)라는 지명이 나온다. 산에서 내려와 해변에 있는 스트랜드를 찾아 나선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스트랜드 거리에 도착했다. 분수대가 시선을 끈다. 흔히 볼 수 있는 분수대이다. 그러나 물 색깔이 빨갛다.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물 색깔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은 보이지 않는다.

 

해안을 끼고 걸을 수 있는 긴 산책로를 스트랜드라고 부르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지나칠 수 없는 멋진 산책로다. 산책로를 걷는다. 걷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는 젊은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놀이터에 도착했다.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몇몇 아이들이 물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기고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하며 해변을 걷는다. 선착장을 만났다.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선착장이다. 선착장 옆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케 하는 동상이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애절함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멀리서 오는 사람을 반기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펴고 볼 수 있는 동상이다.

많이 걸었다.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저녁 준비하기가 싫다. 가는 길에 식당을 찾아 쇼핑센터에 들렸다. 퇴근 시간에 장을 보러 온 사람으로 붐빈다.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군인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점이다. 호주에 살면서는 한국처럼 군인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길거리에서도 군인이 자주 보인다. 군용기도 심심치 않게 하늘을 나르고 있는 도시다. 타운즈빌에 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 파견한 호주 군인 대부분이 타운즈빌에서 차출되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다음 날에는 또 다른 관광지 늪지대를 찾았다. 해변에 가까운 곳에 있다. 쉽게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비포장도로를 따라 많이 들어간다. 중간에 너른 늪지대를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되돌아오면서 볼 생각으로 도로 끝까지 운전했다. 도로 끝에서 만난 안내판에는 늪지대를 돌아볼 수 있는 서너 개의 산책로가 표시되어 있다. 그중에 가장 짧은 코스를 택해 걸어본다.

 

산책로를 조금 들어가니 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해놓은 전망대가 있다. 넓은 호수가 있는 곳이다. 가림막에 들어가니 군대 벙커에 있는 기분이다. 가림막에서 새를 기다려본다. 그러나 서너 마리의 새만 한가하게 오가고 있다. 생각만큼 많은 새가 보이지 않는다.

 

산책을 끝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가는 길에 전망대에서 잠시 주차하고 너른 늪지대를 사진에 담는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늪지대다. 그러나 야생동물에게는 천국과 같을 것이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경치 좋은 바다와 가까운 곳임에도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사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다른 생명체도 지구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늪지대를 보고 있으니 지구가 병들어 간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장마와 산불 소식도 자주 듣는다.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캐러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의 여행도 지구 온난화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겠다. 쓰레기라도 가능하면 줄이며 여행하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줄인 쓰레기의 양은 보잘것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줄인 쓰레기만큼 지구는 편안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새들을 방해하지 않고 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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