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클래식 음악과 소위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에 일상적으로 친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로살리아(Rosalía)의 새 앨범 'LUX'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시작부터 아주 큰 고민이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는 사전 정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었다는 클래식적 구조, 그리고 'Berghain' 같은 선공개 곡에서 보여준 오페라틱한 발성. 이 모든 것은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이해하거나 즐기기 어려운 영역일뿐더러, 섣불리 리뷰할 자격조차 없는 음악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게 만들었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대부분 팝과 알앤비, 때로는 얼터너티브 음악으로 채워져 있으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보다는 신디사이저 소리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귀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LUX'는 나의 이 모든 망설임과 예상을 완벽하게 배반했다. 그런 내가 이 앨범을 듣고 낯선 감동과 함께 결국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 앨범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그저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리의 파동으로 나를 온전히 감쌌고, 나는 그 안에서 길을 잃는 대신 완전한 해방감을 느꼈다.
대체 왜였을까? 음악을 끄고 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진 감정의 여진 속에서 나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도 이 앨범이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둘 중 하나가 아닌 '로살리아'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세상에 선포하는 거대한 의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는 아주 위험한 함정에 빠질 뻔했다. "로살리아가 팝을 클래식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혹은 "대중음악이 드디어 클래식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와 같은, 그런 식의 리뷰 말이다.
나는 그런 관점으로 이 앨범에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급'을 나누고, 클래식을 정점에 둔 채 다른 모든 장르가 그곳을 향해 기어오르는 듯한 위계질서를 세우는 것. 그리고 로살리아가 '팝'에 '클래식'을 접목함으로써 그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넘어서려 했다'고 해석하는 방식. 그것은 이 앨범의 본질을 완전히 오해하는 것이며, 지독히 이분법적이고 낡은 선민의식에 가득 찬 시선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로살리아가 'LUX'를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본질이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트팝, 플라멩코, 클래식이 모든 것은 그녀에게 있어 오르거나 넘어야 할 '벽' 혹은 '계급'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음악적 우주, 즉 '로살리아 유니버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무한하고도 매력적인 식재료에 불과했던 것이다.
셰프가 최고급 트러플을 사용한다고 해서 트러플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듯이. 그저 자신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재료를 활용할 뿐이다. 로살리아에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정확히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해본다.
이러한 대담한 활용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힘은, 그녀가 태초부터 가지고 있던 강력한 무기, 바로 '플라멩고'에서 나온다 생각한다.'LUX'에서 들리는 압도적인 소리를 '성악'이나 '오페라' 창법으로만 오해하기 쉽지만(저도 처음엔 성악 전공하신줄), 그 뿌리는 사실 그녀가 1년에 단 한 명만 입학할 수 있다는 카탈루냐 고등음악원에서 마스터한 '플라멩고 칸테'에 있었다.
오히려 성대 결절을 딛고 다시 배운 플라멩코 특유의, 영혼을 긁어내는 듯한 거칠고도 원초적인 감정의 절규를 기반으로 삼았다. 이 강력한 베이스가 있었기에, 그녀는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사운드에 잡아먹히지 않고 오히려 그 위를 당당하게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마스터한 플라멩고라는 뿌리, 팝 아티스트로서의 동시대적 감각, 그리고 클래식이라는 웅장한 재료를 다룰 줄 아는 대담함. 이 모든 것이 '로살리아'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 팝과 클래식을 나누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더더욱이나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녀가 13개의 언어로 노래한 것 또한 이 '식재료'라는 은유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이들은 언어가 그 사람의 사고와 세계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같은 '사랑'이라는 단어일지라도, 스페인어의 'Amor'와 독일어의 'Liebe', 혹은 영어의 'Love'가 주는 뉘앙스와 감정의 결은 미묘하게 다르다. 로살리아는 언어학자가 될 필요는 없었지만, 아티스트로서 그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본능적으로 꿰뚫어 본 것이다.
그녀는 13개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 언어가 가진 고유의 소리와 질감, 감정의 결을 자신의 놀라운 요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또 하나의 고급 식재료로써 영리하게 사용한 것이다.
즉, 로살리아의 이번 앨범 'LUX'는 단순히 '팝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안일한 평가로 끝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를 절반만 보는 것이다.
'LUX'는 팝이 클래식의 권위에 닿으려 애쓴 앨범이 아니라, '로살리아'라는 장르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하고도 고급진 식재료들을 두려움 없이 활용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는지, 다른 모든 아티스트에게 그 길을 제시한 가장 바람직하고 기념비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