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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Oct 26. 2022

안정원의 프러포즈 실패, 청수성당

슬기로운 의사생활2

‘슬기로운 의사 생활’ 기억하세요? 시즌 1에 이어서 시즌 2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시즌 1 마지막에서 지구를 구한 히어로들 같은 마지막 장면은 오글거리지만). 슬의생 시즌 2에서 아기자기하게 사랑을 엮어가던 안정원(유연석), 장겨울(신현빈)의 러브 스토리. 7회인가 드디어 안정원이 몰래 프러포즈 준비를 하죠. 기껏 약속을 잡고 기다리는데 달려오던 택시를 돌려 장겨울은 사고 소식에 어머니께 달려갑니다.

장겨울이 오지 않는 성당에서 쓸쓸하게 반지를 바라보던 장면이 깊이 박힙니다. 그 장면에서 안정원의 쓸쓸함을 더욱 깊이 공감하게 하던, ‘피에타 성모’가 있는 곳이 김포 청수 성당입니다.

오랜 지인을 만나 커피를 한 잔 하고 난 후, 근거리에 있는 청수 성당을 들렀습니다. 겉에서 보면 별 특이할 것이 없는 성당 건축물입니다. 벽돌로 지었다는 것과 하늘이 참 파랗다 정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들도 없고 강렬한 햇살 아래 성당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어딘가 덜 지어진 듯 군데군데 어수선함도 보입니다.

청수 성당의 매력은 입구에 들어서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당 사무실 앞 광장(?)을 원형으로 만들어, 광장에 서면 피에타의 성모( 예수의 죽음을 맞이하는 성모의 슬픔을 뜻합니다)와 십자가의 길(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셨다는 고난의 길)을 볼 수 있습니다. 광장에서 성모님의 슬픔을 돌아 나오면 대성전까지 휘휘 돌아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본 장면처럼 아련하거나 멋진 건 아니었습니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겠고, 다른 요소들도 있겠죠. 겨울에 눈이 내리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스테인드글라스의 오묘한 빛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은은한 대성전 내부에는 조용히 기도드리는 여인이 보입니다.

청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주변의 풍경을 입어서인지 좀 더 진득한 느낌의 색입니다. 맨 위층에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저는 관계자가 아니라 출입이 제한됩니다. 빛에 홀려 셔터를 누르다가 계단을 돌아 내려옵니다.

짧은 가을 해는 더욱 진한 하늘을 남기고 지평선 쪽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성당 뒤 하늘이 건물과 대조되는 파란색 자체입니다.

더욱 늘어진 햇살을 맞으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데, 오래전 즐겨 듣던 음악이 듣고 싶어집니다. 음악을 찾아 볼륨을 높입니다. 가사 내용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해가 내려가며 붉게 물든 가을 하늘과, 적당히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몸을 감싸는데 말이죠.


https://youtu.be/AiziLje8W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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