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고르게 흐르지 않는다

by 채 수창

사진을 처음 마주한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시선은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한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멈추고, 그곳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시선이 머무르는 첫 순간과 옮겨 가는 경로가 바로 사진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다.

이 흐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대비다.


"지금 찍으려는 사진에서 가장 밝은 곳이 어디입니까?"


나는 수업을 시작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대부분 잠시 멈칫한다. 셔터를 누를 준비는 하고 있지만, 정작 프레임 안에서 빛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밝은 곳으로 향한다.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프레임 안에서 가장 밝은 부분이 어디인지 모른 채 셔터를 누른다면, 결국 시선의 흐름이 정해지지 않은 사진을 찍는 셈이다.


형태도 마찬가지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배경 앞에 곡선의 피사체가 있다면, 시선은 그 경계에 머문다. 배경과 다른 점, 바로 그 차이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색온도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요소다. 흐린 날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에 붉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 사람에게 머문다. 주변 조도가 거의 일정해도, 바로 이런 색의 온도 차이 덕분에 우리의 눈길이 특정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만약 대비가 여러 군데에 있다면 어떨까? 밝은 곳이 세 군데고, 두드러진 형태는 네 군데, 강한 색도 두 곳 있다면 시선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중심이 없는 분산이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엔 지배적인 대비 포인트가 하나 있어야 하고, 나머지 요소들은 그 포인트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대비가 하나뿐인 사진은 단순한 걸까?


단순함과 명확함은 다르다. 시선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경로가 미리 설계되어 있다면 그 사진은 단순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단지 불필요한 설명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대비를 섬세하게 설계하면 할수록, 때로는 사진이 너무 의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관람자가 사진에서 설계자의 손길을 감지하기 시작하면, 사진이 무엇인가를 잃는 것 같아진다. 그 미묘한 경계가 어디쯤인지 아직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채수창사진아카데미ㅣ사진디자인 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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