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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Sep 03. 2021

코로나19와 장애인

다수를 위한 민주주의 시대에서 모두를 위한 언택트 적응 시대로

코로나19가 우리들 일상으로 들어온 지 2년이 지났다. 불편했던 마스크도 이제는 없는 게 더 불편하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 사회적 방역 단계, 거리 두기를 위한 기준에서 사회 활동을 위한 기준으로 바뀐 지 오래다.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 누적 확진자 수가 위협적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 가슴속에 위협과 불신을 준다. ‘저 사람은 백신을 맞았는가’ ‘저 사람 때문에 나까지 감염될 수 있어’ ‘함께 보다 혼자가 편해’라는 속마음을 들킬 까 봐 마스크 속 입이 씰룩거린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내가 커피숍에서 거부당할 상황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부당할 확률이 더 높다. 100%다. 우리는 이를 차별이라 정의하기 어렵다. 사회 활동을 위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합의이며 약속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는 차별이 아닌 사회 활동을 위한 기준이 된 것이다. 백신 접종 인증 앱을 보며 하루 종일 전자 인증제도가 더 확장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접촉이 장애인복지 서비스에서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면 백신 인증 앱처럼 복지카드 대신 전자 인증 앱이 개발된다면 일일이 개인정보를 위해, 상담을 위해 방문하기 위한 절차들이 간소화될 것 같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가 화두가 되었고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이 시대 소외계층으로 조명되고 있다.


언택트 시대 소외계층이 조명되는 이유는 기존 대면 시스템으로 유지되었던 의식주, 생존을 위한 각종 정책과 서비스가 차단되거나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난 여기에 더하고 싶은 현상으로 일부 순기능도 발견된 계기가 있었다고 본다.

장애인식개선교육도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있지만 기대효과 보다 보완될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


대면 서비스에서 소외된 장애인들 중 코로나19 시대 장애, 비장애 경계를 허물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 배달, SNS가 발달된 한국의 IT 환경에서 장애와 비장애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의식주, 생존권을 위협받는 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장애인들도 있는 것이다.


이는 대면 서비스에 익숙했던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장애’를 발견한 계기를, 비대면이 익숙했던 장애인들은 더 다양해진 선택의 폭을 누릴 수 있는 계기를. 그렇게 양극화가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만든 언택트 적응에 대한 양극화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온라인 시스템에 적응해왔다면 온라인 시스템도 적응하지 못했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위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코 장애인만이 소외계층도 아니며 언택트 시대를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 모두 '장애인'  수도 있는 것이다.


난 오늘도 내게 필요한 것들을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구매하고 소통하고 평가하고 글을 쓴다. 전동휠체어를 탄 최충일의 이동권을 방해한 것들이 물리적 환경이고 그것들의 산물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었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은 불신과 방역이라는 두 얼굴의 마스크를 쓴 채 사회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참여로부터 불신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언택트 시대 ‘장애’는 언택트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되고 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계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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