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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Feb 29. 2020

알면 한 층 멋지다

너는 어디서 온 정장이니?

지난 번 브랜드별 사이즈 팁에서 Brooks Brothers와 SIEG를 기억하는가? 

American Sack Style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Brooks Brothers의 경우 마른 몸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반면, SIEG의 경우 슬림한 몸매를 지닌 사람이 아니면 시도하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 브랜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를 떠나 모든 정장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각각 미묘한(가끔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왜 나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어떤 체형에는 어떤 옷이 맞는지 모르는 사람은 더 많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재 나오는 다수의 기성복 정장 브랜드의 경우 모든 스타일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고 모든 착용자들에게 맞추기 위한 패턴을 만들어 내곤 한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하지만 과거 아버지 양복이 모든 양복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한국에서 2010년대 초중반 수트의 열풍적인 인기 이후로 각 스타일의 특징을 살려서 만들어내는 정장이 기성복에서도 많이 등장했다.

그러니 스타일에 따른 디테일을 알고, 어떤 기본 토대를 고를지 알고 있다면 나에게 더 잘 맞는 양복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스타일을 크게 세가지(영국식, 이탈리아식, 미국식)으로 나누어서 각 스타일의 장점,단점과 어울리는 체형

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기성복 정장을 구매할 때 필요한 디테일 팁.

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만약 당신이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면, 이 다음 글을 바로 봐도 구매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다.


영국식 양복은 예복에서부터 출발했다.

흔히 현대 양복의 모든 유래는 이곳 영국의 예복과 군복에서부터라고 할 정도로 영국의 양복은 '정장'하면 떠오르는 교과서적인 이미지를 모두 지니고 있다. 영국식의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킹스맨, 제임스 본드 등의 멋진 '수트빨' 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정장이 군복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남성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모양새를 갖고 있다. (사진 출처: Pinterest, King's man)


영국식 정장이 갖고 있는 특이점이자 장점은 옷에 가득 담긴 남성미와 외형으로 예의범절을 말하는 듯한 

전체적인 모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디테일을 본다면,

1. 흔히 말하는 '뽕'(전문적인 용어로 패드)이 들어가 어깨가 단단하게 각져있고

2. 자켓의 몸통 부분이 남성적인 몸매(근육질)에 어울리는 날렵한 허리 라인과 높은 암홀을 지니고

3. 다른 모델에는 찾아볼 수 없는 '티켓 포켓(Ticket Pocket)'을 지니고 있으며

4. Sergoen's cuff라고 불리우는 '리얼버튼'디테일을 지니고 있고

5. 자켓 뒷부분 마지막 끝자락이 두개로 갈라지는 더블벤트(Double Vent)이며

6. 바지의 길이는 정확하게 구두의 윗 끈을 덮는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내 몸의 치수를 정확하게 재어서 장인 패턴사가 만든 영국식 비스포크 정장을 입을 경우, 아무리 착용자의 몸이 저질이라도 흔히 말하는 '수트빨'을 세울 수 있다. 


단점 또한 존재한다. 

위에서 '만든 양복', '비스포크'라는 단어를 계속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지 수선을 둘째치더라도

1. 맞춤이 아닐 경우 강력한 어깨뽕과 내 실제 어깨의 차이, 그리고 내 팔의 위치와 안맞는 암홀의 위치 때문에 Divot(1편 참조)이 나올 확률이 높고(하견일 경우 맞는 어깨를 찾기가 힘들다.)

2. 고지라인(Gorge line, 자켓의 윗깃과 아랫깃을 잇는 부분, 양복 자켓 카라에서 들어간 그 부분)이 제법 낮고, 엉덩이를 모두 덮는 자켓이 대부분이기에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다. 키가 작다면 치명적인 단점이다. 비율이 똥망이 되니까.

3. 리얼버튼 디테일 덕분에 팔 수선을 할 경우 돈이 더 많이 들게 된다



영국 양복하면 떠오르는 끝판왕, 윈저공 에드워드 8세. 비록 말 많은 인물이지만 옷 잘입는거 하나만큼은 인정.


즉, '맞춤'으로 착용자의 몸에 맞게 만드는 것이 영국식 양복의 특성이다. 다시 말하자면 맞춤이 아닌 기성복인데 영국식을 표방하는 경우 흔히 말하는 역삼각형 모델 몸매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불편한데 비율까지 망치는 스타일의 정장이 될 수도 있다.



답답한 영국식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이탈리아식

"영국의 비오고 습한 날씨에서 어울리던 옷에서 화창하고 따듯한 지중해 날씨에 맞춰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와 원단을 사용하며 무거운 예복의 분위기를 떠나 캐주얼화 시켰다." 

Reddit이나 여타 인터넷 블로그 형식의 패션 기사들을 보면 이런 뉘앙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이탈리아 스타일의 양복의 경우 필자가 개인적으로 몸집이 작고 마른 한국 남성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스타일 중 하나다. 패션의 성지라서 혹은 모델핏이기 때문에는 아니고, 작고 마른 이탈리아 사람들 체형에 맞췄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걔들은 다 이렇게 길쭉길쭉한거 아니었어?, 응 아니야. (사진출처: pinterest, Giorgio Armani 19FW)


어쩌다보니 정장 이야기하다가 인류학적인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인종차별로 유명한 이탈리아도 사실 다양한 인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자세히 파고 들자면 로마 이전 시대의 문명 기원부터 이야기 해야하니 빼고, 간단하게 독일 혹은 스위스와 가까운 북부쪽은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모델핏의 쭉쭉 길다란 게르만 계열의 친구들이 좀 있지만, 북부 아랫지방부터 남부로 내려 올 수록 이탈리아 남성들의 다수의 체형은 영국과 같은 게르만 계열과는 다른 라틴 계열의 사람들로써 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다. 


말이 좀 샛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을 보완하고 비율을 더 좋게 만들어 보이고자 그들의 옷은 4가지의 특별한 점을 지니고 있다. 


1. 고지라인과 버튼이 상대적으로 위쪽에 위치해 있고

2. 자켓의 기장이 엉덩이 윗부분을 살짝 덮거나, 3/4 지점까지만 가리는 기장이며

3. 어깨의 경우 없거나 적은 양의 패드가 들어가고

4. 허리가 굉장히 날렵하게 들어가있다.

5. 영국식과는 다르게 벤트가 없는 모델도 많다. (물론 현재는 대부분 더블 벤트이다.)

6. 바지의 경우 짧은 기장(복숭아뼈)과 높은 밑위(배바지)가 많다. (다시 말해 바지가 내려와 주름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전체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어깨와 약간 짧아 보이는 바지의 기장 그리고 높은 고지라인의 효과를 통해 키가 커보이고, 비율이 좋아보이는 효과가 나온다. 


마리오도 배관공 일 안할 때 이렇게 입을 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Pinterest, Satroal Notes)


물론 이렇게 장점만 적으면 전형적인 약팔이다. 아무리 내가 이탈리안 스타일의 양복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단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작고 마른 사람들을 위한 양복이라는 말인 즉슨, 몸이 상대적으로 클 경우 전체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덩치가 크다' 혹은 '몸이 좋다'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면, 이탈리아보단 영국/미국식의 양복을 구매하자. 양복은 뭐가 맞고 틀리고가 아닌 어떤게 잘 어울리는지를 고르는 문제다.



자유의 나라에서 시작된 자유로운 양복, 미국식

미국식의 경우 해방 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장의 스타일, 아버지 핏의 원조로 볼 수 있다.


익숙한 실루엣, 익숙한 컬러. 아...아빠?(사진출처: Pinterest, Jeff Samoray 'Vintage Brooks Brothers 346 3/2 suits')


하나하나 맞춰서 생산해냈던 과거의 '양복'과는 다르게 공장에서 같은 스타일의 옷을 찍어내듯 생산한 양복의 시초로써 미국식 Sack 양복은 당시 폭발적으로 커지던 미국 경제를 대변하는 느낌의 옷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 대량 생산의 결과물이라고 해서 이러한 과정 혹은 결과물이 나쁜건 아니다. 1840년대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saque' 스타일 코트를 제작하는 스타일로 제작한 양복이니까. (전체적으로 4개의 패널로 만든 자켓과는 다르게 2개의 패널로 자켓을 제작한다.)


아빠룩 아니고 아이비리그룩. (사진출처: Pinterest, ivy-style.com, 'Ralph Laurent's Updated Sack suit 2010')


패널을 줄이고, 날렵한 선을 만들기보다 착용자에게 '편안한 움직임'을 주는것에 조금 더 집중한 미국식 양복은 이탈리아식, 영국식과는 다르게 '널널한' 느낌을 크게 준다. 어찌보면 옛 영화에 나오는 '건달'들의 양복으로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루즈핏이다. 몸매가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크거나 약간 살집이 있는 몸매일 경우 이러한 정장을 입는 것이 좋은데, 이유는


1. 어깨뽕은 3가지 스타일 중에 가장 적고(가장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어깨가 가능)

2. 암홀도 가장 넓으며

3. 대부분 3버튼을 활용하고 (기장이 길고)

4. 자켓 뒷자락이 두갈래로 나뉘는 싱글벤트(Single Vent)이며

5. 바지의 기장도 길고 통도 넓다. 


쉽게 말하자면 정장의 활동성을 가장 극대화 시킨 스타일이다. 요즘 흔히 유행하는 '오버 사이즈' 혹은 '레귤러 사이즈'의 정장이라고 생각하면 더 편할 것이다.


주지사님 핏. (사진출처: Pinterest, Daily mail)


단점은 아무래도 옷맵시가 영국/이탈리아식의 정장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것도 현재에는 다 다르지만, 극단적인 아메리칸 핏의 수트를 보면 치수를 하나하나 재어서 만든 양복이 아닌 one-fit-all의 대량 생산 결정체이고, 활동성을 무엇보다 먼저 챙긴 양복이다보니 유려한 라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편안하지만 본래 정장이 같고 있는 일정 수준의 예의바른 모습 덕분에 아이비리그의 교복이 되고, 이러한 아이비리그 패션이 하나의 스타일로 떠오른 현재 Brooks Brother나 J.Press, Polo Ralph Lauren등에서 나오는 고가의 자켓의 경우 극단적인 스타일의 Sack suit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론에서 언급했 듯 현재의 기성복 양복 브랜드들은 각자의 스타일의 부분을 떼어와서 만들어내곤 한다. 쉽게 말해서 맞춤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이상 극단적으로 하나의 스타일에 맞춰진 옷을 구매하는 것이 더 어렵고, 이젠 스타일의 경계선이 사라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 스타일의 다른점을 크게나마 알고 있다면 구매시에 어떤 스타일과 가까운 옷을 구매해야 하는지 알테니 실패할 확률이 더 적어질 것이다. 

이제 큰 틀을 알았으니, 기성복을 구매할 때 필요한 디테일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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