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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Aug 27. 2020

여름에 캐시미어 입을 순 없으니까.

계절에 맞는 원단 찾기.

저번 글에서 우리는 디테일을 읽었다. 평소에 그냥마냥 입고 다니는 양복이라도 살짝 디테일을 첨가하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고, 그만큼 더 나의 센스를 뽐낼 수 있는 법도 알았다. 하지만 겨울과 여름에 입는 양복은 다른 법. 계절에 맞는 그리고 상황에 맞는 원단의 양복은 당신의 양복 센스를 한층 더 올려줄 수 있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원단의 종류는 정말 수백, 수천 가지이다. 가끔 보면 이런 원단도 있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많은 의류 회사가 지속적으로 원단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종류만큼 10만 원대로 양복 전체를 살 수 있는 반면에, 어떨대는 10만 원으로 팔 하나 맞추기도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회장님도 아니고, 로로피아나 원단으로 만들어진 고급 양복을 만들어서 입고 출근할 생각은 딱히 없지 않은가? 특별한 날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하루인데.


중요한 건 어떤 원단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입어야 할지를 아는 것.

그러니 이번 글에서는 원단을 큰 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어떤 계절에 어떤 식으로 입으면 좋을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수만 가지의 다양한 원단이 있지만, 근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따듯한(혹은 더운) 계절에 어울리는 '식물성(면 cotton, 마 linen 등)' 원단.

제법 쌀쌀한 계절에 어울리는 '동물성(모 wool, 캐시미어 cashmere 등)' 원단.

사용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합성 섬유(쿨맥스/웜 테크 등의 기능성 혹은 폴리에스테르/레이온 같은 평범한)'


면 정장, 린넨 정장, 트위드 울 정장.(좌측부터, 출처: Pinterest)


물론 이 속에서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 많은 원단을 단순히 3가지로 나누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큰 틀에서 각 원단의 장단점, 그리고 이 원단 내에서도 어떤 날씨에는 어떤류의 원단이 어울리는지를 추천해보겠다.

그렇다면 식물성 원단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편하게 그리고 화창하게. 식물성 원단.

예전 글에 식물성 원단 중 가장 친근한 여름용 마 linen원단과 시어서커에 대한 글을 자세하게 적었기에(아홉 번째 이야기, 한 여름에도 시원한 멋쟁이 편 참고) 면 cotton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목화솜에서 뽑는 식물성 원단인 면 cotton의 경우 정말 전 세계의 모든 브랜드가 각자 자신의 원단을 자랑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다. 실의 굵기에 따라 갈리기도 하고, 짜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며, 이집트나 인도 등 수확 국가에 따라서 용도를 다르게 보기도 한다.


이게 다 식물성 원단인 면과 마이다.


정말 수백, 수천 가지의 이름을 갖고 있는 면을 전부 나열하고 특징을 말하기엔 너무 길어지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의 털이 아닌 식물에서 뽑아낸 원단인 면(Cotton)의 공통된 장점을 보자면

1. 색이 잘 나온다.

2. 튼튼하다.

3. 습기와 열 모두에 굉장히 강하다.

이 3가지이다.


1. 색

색의 경우 사진을 통해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둘 다 그린 계열의 정장, 왼쪽이 면 오른쪽이 양모 원단이다. (출처: Pinterest)


식물성 원단의 경우 색의 표현이 동물성 원단보다 표현하기 쉽다, 특히나 밝은 색 계열의 경우 식물성 원단의 표현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 동물성 원단보다 식물성 원단의 염색이 더 쉽기 때문. 그래서 흔히 말하는 '쨍'한 색감의 정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경우 합성섬유 혹은 식물성 원단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2. 강도

야외 활동을 위해 제작된 합성 섬유를 제외한다면 위에서 말한 원단 들 중에서 가장 튼튼한 원단이 면이다. 얼마나 강한지는 미국의 갱단 노동자들이 입었던 청바지를 떠올리면 된다. 능직 면(Twill Cotton, 트윌 코튼)의 일종인 데님으로 만들어진 바지, 청바지가 가장 거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 것만 보더라도 면의 튼튼함은 이미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데님, 면, 그리고 가죽 부츠. (출처:Pinterest)


3. 습기와 열에 강하다.

면은 흡습성이 뛰어나면서도 빨아들인 습기로 인해서 원단 기존의 단단함을 잃거나 하진 않는다. 또 열에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다림질을 하거나 그냥 삶은 빨래를 해도 될 정도다. (물론 양복 자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바로 모양이 무너져 내리는 대참사가 발생하겠지만.) 기능성 원단의 흡습성과 속건성이 물론 훨씬 더 뛰어나지만, 동물성 원단과 비교할 경우 면이 월등히 뛰어나다.


단점?

단점 또한 뚜렷하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다름 아닌 탄성의 부재.

대다수의 식물성 원단의 경우 흔히 말하는 '스판끼'가 전혀 없는 것과 다름없기에 주름이 가거나 늘어날 경우 본래 처음의 모습대로 복원이 어렵다. 바지의 경우에는 앉았다 일어나는 경우 오금 부분에 주름이 가면서 살짝 기장이 줄어들고, 이는 재킷과 셔츠의 팔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요렇게 주름이 진 상태로 계속 간다.(출처: Dmarge, 'Don't Buy a Suit Unitl...')


이 때문에 '예의 바른' 이미지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탄성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구겨졌을 경우 본래의 질감으로 되돌리기 위해 강한 열이 필요하고, 강한 힘에 의해서 찢어질 경우 복원이 굉장히 어렵거나 혹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단점이 있다.


어제 산 양복을 하루만 입어도 이렇게 구겨질 수 있다. (출처: permanentstyle, 'Linen suit from Langa, Madrid')


물론 현재는 스판 혹은 레이온 등을 섞은 원단을 주로 사용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된 원단이 많이 나오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주름이 면 원단의 특징이니 오히려 이러한 자연스러운 주름을 통해 캐주얼함, 활동적인 면모를 강조해보자.


추천 계절

만약 당신이 식물성 원단의 정장을 입고 싶다면 봄/여름 그리고 더 나아가 초가을을 추천한다. (한 겨울에 입을 순 있지만, 손쉽게 차가워지는 원단 때문에 추워질 수 있으니까.)

여름 추천 식물성 원단은 아무래도 얇은 린넨과 시어서커. 5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원단이었던 시어서커는 이제 제법 다양한 브랜드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린넨은 말하면 입 아픈 봄/여름용 원단이다.


린넨, 시어서커 이젠 너무나 익숙한 원단 (출처: 린넨(FabricWholeSale), 시어서커(Barrington Fabrics))


약간 쌀쌀한 간절기에는 능직(Twill)으로 짜인 두꺼운 면 원단을 찾자. 데님이나 헤링본 트윌(HBT로도 알려져 있다)처럼 능직으로 짜인 면 원단은 여타 식물성 원단보다 조금 더 단단한 방법으로 짜인 옷이기 때문에 추위, 특히나 바람을 좀 더 잘 막아준다. (물론 완벽히 막는 건 아니다.)


청어의 뼈 모양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헤링본, 이렇게만 봐도 단단해 보인다. (출처: Pinterest)



가볍게, 따듯하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동물성 원단.

동물성 원단 역시 식물성 원단처럼 너무나 다양하다. 모헤어, 캐시미어, 알파카울, 버진 울 등 어디서 옷을 사다 보면 꼭 한 번쯤은 동물성 원단을 한 번쯤 듣게 된다. 특히나 간절기/겨울 옷을 구매할 때쯤.

물론 동물성 원단 중에서도 '모헤어' 원단 혹은 '서머 울'처럼 여름 용으로 나온 동물성 원단이 있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한여름에 이 옷들을 입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다면 초여름 정도?)


간절기 및 쌀쌀한 날씨를 위한 동물성 원단의 대표적 장점 보온성을 제외한 원단의 장점은

1. 탄력성과 신축성

2. 가벼움

3. 고급스러움

정도가 있다.


1. 탄력성과 신축성

스판, 레이온의 극단적인 능력 과는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동물성 원단의 경우 '면'보다 뛰어난 복원력과 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다 동물성 원단. 이렇게 구겨져도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식물성 원단의 경우 구겨지고, 늘어날 경우 본래의 모습으로 절대 돌아오지 못하지만 동물성 원단들의 대다수는 약간의 탄성과 신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착용자의 몸의 곡선을 살려서 감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원단이다. 같은 의미로 신축성 역시 면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격한 움직임을 몇 번 하더라도 원단이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그 선을 넘을 경우 바로 찢어진다.)


2. 가벼움

원단 자체의 가벼움도 있지만, 원단 무게 대비 보온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면과 양모를 예로 들자면, 양모와 동일한 보온성을 얻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면 원단을 사용해야 하고 그만큼 더 무거워지게 된다. 물론 이는 동물성 원단이 기본적으로 '동물의 털'이라는 걸 감안해보면 어쩔 수 없는 태생의 한계로 인한 차이점과, 위에서 언급한 흡습성 때문에 손쉽게 차가워지는 식물성 원단의 특징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따듯해 보이는 친구들.

그렇기 때문에 동물성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같은 보온성을 지닌 식물성 원단보다 더 가벼울 수밖에 없다.


3. 고급스러움

너무 단순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 특별한 날에 양복을 입는 이유이다.

결혼식용 정장 (출처: Rockmywedding)


단어 하나로 원단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 이 단어만큼 동물성 원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없다. 예로부터 높으신 분들이 입었던 원단이 비단(silk), 양모(wool)와 같은 동물성 원단으로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동물성 원단의 대다수는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활용되고 있다.


로마노프 왕조 시절의 옷(출처: The vintage news, 'Dazzling Color...')


은은하게 보이는 광택 또한 원단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강점이지만, 화룡정점으로 이 고급스러움을 더 빛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원단이 갖고 있는 색의 무게감. 위에서 말한 면의 밝은 색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낮은 색이 주로 나오는 동물성 원단의 경우 당신이 걸친 옷 하나로 진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Felixgerlach)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미팅에, 친인척의 결혼식에 그리고 상견례 같이 중요한 자리에 양복을 입는 다면 무게감 있고 진중함과 신뢰의 이미지, 고급스러움을 챙길 수 있는 동물성 원단의 양복을 입어보자. 1등 사윗감 프리패스 상이 될 테니까 말이지.


단점?

가장 큰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가격.

 제작 시 가장 평균적으로 많이 찾는 제일모직사의 원단 중에서도 울 함유량이 높은 템테이션 원단(울 95/폴리 5)으로 수트를 제작할 경우 최소 50만 원이고, 괜찮다 싶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양복들의 경우 가격은 대부분 50만 원을 호가하고 100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

제작과는 다른 기성복의 경우,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제법 괜찮은 정장을 구매하려면 최소 40만 원은 생각해둬야 할 것이다. 너무 비싸서 선택한 아웃렛의 경우 낮은 가격대도 물론 가능하지만 선택권이 확 줄어든다. 내가 원하는 컬러 사이즈가 아닌 남는 것에서 골라야 하는 수준.



다양하게 비싸다.

또 한 가지, 약하다. 

합성 섬유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약하고, 면에 비교해도 약하다.

일정량 이상의 힘을 가할 경우 찢어지는 건 모든 원단이 마찬가지지만, 동물성 원단은 특히나 더 그렇다. (물론 현재는 강하게 개발된 동물성 원단들이 있다.) 습기에도 열에도 굉장히 약하다.  


동물성 원단으로 만들어진 양복의 경우 습기에 정말 쥐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의 장마철 날씨와 더불어서 여름에 울 재질의 양복을 입기 힘들게 만드는 주범 중에 하나이다. 곰팡이는 물론이며 원단이 습기를 머금고 늘어지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몇 번 입지 못한 양복이 쭈글쭈글해지는 슬픔을 겪을 수도 있다.

양복의 모양을 잡아주는 속의 캔버스(양복이 무너지지 않고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심지 같은 역할)가 바느질이 아닌 풀로 붙여진 접착식 양복일 경우, 습기에 약한 울과 습기로 인해 떨어지는 캔버스가 환장의 콜라보를 일으켜 원단도 울고 캔버스와 접착된 풀도 떨어지면서 그대로 옷이 아닌 쓰레기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약함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이 동반되는 것도 하나의 단점. 

습기가 가득한 곳이라면 양복의 보관을 절대 피해야 하고, 혹여나 그런 곳에 걸어놓았다면 빠르게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제품을 상용하거나, 스타일러에 걸어놓거나 하다 못해 건조한 곳을 찾아 넣어놓자.

이러한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도, 사회 초년생 혹은 양복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에게 울 100%로 된 양복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비탈레 까노니꼬, 레다 같은 유명 원단을 100% 사용해서 양복을 만들더라도 정작 착용하는 사람이 관리를 못한다면 몇 번 못 입고 양복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내 억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 계절

동물성 원단의 추천 계절은 아무래도 가을과 겨울.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와 무게감 때문에도 있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워질 경우 몸을 따듯하게 덥혀주는 동물성 원단의 장점이 가장 돋보이는 계절이기 때문.

이렇게 다양하게 가능하다.

동물성 원단은 국내 원단(제일 모직이 대부분이다)과 해외 원단(값싼 중국제부터 로로 피아나까지)으로 나뉘게 되는데,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울 100%라고 모든 게 좋은 건 아니다. 만약 당신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거나 이제 막 양복을 구매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울 100% 원단의 양복이 아닌 폴리에스테르 혹은 레이온, 스판 등이 함유된 양복을 구매하자. (제일 모직의 제니스(울 80/폴리 20) 혹은 템테이션(울 95/폴리 5) 원단 같은.) 평상시에 입기엔 울 100%보다 약간의 합성 섬유가 섞인 양복이 활동성 면에도, 보관 면에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면에도 훨씬 좋다. 


물론 특별한 날을 위해서, 그리고 관리를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이탈리아 혹은 영국의 원단을 눈여겨보자.

양복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젊고 가벼운 느낌을 원한다면 이탈리아 원단. 중후함과 무게감을 얹어주고 싶다면 영국 원단을 보는 게 좋다.



장점은 가져오고 단점은 버려보자. 합성 섬유

탄성이 부족한 면 원단에 탄성을 부여하거나, 단단함이 부족한 동물성 원단에 강도를 부여하기 위해서 혹은 빠른 흡수성과 속건성이나 냉감 재질 혹은 체온 유지 및 발열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착용자의 쾌적함을 위해 개발된 원단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합성 섬유의 경우 이젠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졌지만(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바지, 티셔츠, 셔츠 등등등) 기능성 원단, 특히나 한 겹이라도 더 벗어야 시원해지는 극한의 한국 여름을 위한 기능성 원단 슈트가 남성 브랜드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물론 겨울을 위한 원단 역시 있지만 여름에 비해 살짝 미미한 것이 사실.


'여름용 기능성 정장'을 치면 나오는 다양한 결과물. (왼쪽은 G 검색, 오른쪽은 N 검색.)


어쨌든 기능성 원단을 포함한 합성 섬유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질에 대한 장점이 많다. 질기고, 시원하며(혹은 따듯하며), 탄성도 높고, 습하거나 열에도 강하고, 필요시에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색도 잘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이 개발한 원단인 만큼 장점을 모두 섞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진 않다.


합성 섬유는 개발한 원단인 만큼, 품질이 가격에 비례한다. 즉, 개발 단가에 따라 원단의 가격 및 품질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원단은 1마(110cm X 90cm, 원단을 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 100원이 채 안될 수도 있고, 어떤 원단은 10만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원단은 찾기 힘들겠지만.)

동물성 원단과 식물성 원단 역시 매한가지 겠지만, 원단에 따라 일정 가격대가 형성되는 두 원단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개발과 발전이 이뤄지는 합성 섬유의 경우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브랜드 별 상이한 가격 또한 합성 섬유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동물성 원단이 포함된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된 합성 섬유의 품질 차이로 인해 10배, 100배 이상 차이가 날 때에는 구매자로써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둘 다 같은 냉감이다.

'둘 다 같은 냉감 옷이라는데 이건 왜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하기 쉬워진다는 것.


물론 이건 원단 자체의 특이성 때문에 생겨난 문제점이고, '비싼 건 비싼 값을 한다'의 대명사인 합성 섬유의 경우 범접할 수 없는 명품 브랜드의 옷이 아닌 이상 최근엔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추천 계절

합성섬유의 경우 추천하는 계절은 딱히 없다. 모두 계절의 용도에 맞춰서 개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피해야 하는 원단은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아니 사실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핸드폰 건너편의 옷 원단을 알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래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법! 딱 세 가지만 알아두자.


1. 개발된 특수 원단이 아닌데, 폴리에스테르의 함유량이 반 이상 넘어가는 원단? 

폴리에스테르가 많이 함유된 원단의 경우 오랜 기간 두고 입기엔 부적절하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한 계절 입고 버리는 용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극한의 계절을 이겨내기 위해, 혹은 양복에서 운동복의 활동성을 추구하기 위해 개발한 원단 등의 경우는 제외한다.)


2. 가격이 너무 싸면 의심하자.

정장을 10만 원 이하에 구할 수 있다? 아웃렛이나 시즌이 지난 옷 혹은 특가가 아닌데도? 이 경우 의심을 먼저 해보자. 본래 가격이 원가와는 차이가 있다지만, 10만 원 이하라면... 한 계절이 아니라 한 달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3. 옷의 근접 컷을 자세히 보고, 모델이 입은 옷을 구매 버튼 누르기 전 한번 더 확인하자.

정말 알아보는 눈이 안 좋더라도, 온갖 효과를 떡칠한 원단은 이상해 보이기 마련. 근접 컷을 봐도 잘 모르겠으면 옷을 입고 있는 모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자. (당신이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혹은 그냥 돌아다니는 사진에서 모델이 입은 옷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보정이 들어가서도 있지만 원래의 옷이 좋아서도 있다.)


이렇게만 기억해두자. 적어도 난 멋지게 보이려고 샀는데 돈은 돈대로 날리고 멋도 멋대로 날리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언제나 말하지만, 정장은 TPO와 통장 잔고의 상황에 따라 선택이 크게 달라진다.

만약 20살 첫 양복을 맞춤으로 생각했지만 단 한 번도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면, 다짜고짜 홀랜드 앤 쉐리의 양모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지 말고 울과 폴리에스테르가 적절히 이고 가격이 덜 부담스러운 제일모직 제니스 같은 원단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양복 입고 디너파티 갈 나잇대는 아니니까.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옷장에 정장이 한두 벌 갖춰있고(출근용이든 데이트용이든 혹은 경조사를 위함이든) 특별한 날이나 혹은 멋을 내기 위한 정장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조금은 색다른 원단을 찾아서 입어보는 것도 좋다.


비록 풍성하고 화려한 빛깔의 공작새는 아닐지언정, 밋밋한 비둘기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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