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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Mar 18. 2022

껴입어요, 아직 좀 쌀쌀하니까.
하지만 멋지게.

레이어드, 한겨울이 아닌 간절기에 어울리는 스타일.

간절기 멋쟁이를 위한 패션.

날씨가 추우면 당연히 우리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껴입게 된다. 하지만 이 껴입기는 영하 10도가 넘어가는 한겨울의 날씨보다 온도 차이가 10도 이상 나는 간절기, 봄이나 가을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것, 혹시 알고 있었는가? 얇은 면자켓 하나 입자니 아침이나 저녁이 춥고, 그렇다고 두꺼운 겉옷을 입자니 낮에 더워서 땀 흘리는 그런 날씨에 아주 적당한 옷 입기가 바로 껴입기다. 그리고 오늘은 이 껴입기 스타일, 레이어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레이어드', 간단하게 말하면 옷을 여러 겹 겹쳐서 쌓아 올리는 스타일이다.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내복부터 후드티까지 이거 저거 껴입는 것도 레이어드 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레이어드는 이런 껴입기가 아닌, 데님 셔츠에 조끼, 재킷 혹은 코트를 걸치면서, 조화롭게 층이 져있는(레이어드) 모습을 보이는 게 포인트다.


레이어드 하면 아주 유명한 사진. 적절한 색과 패턴의 배치가 아름답다.


물론 당신의 센스를 자랑하기만을 위해서 레이어드를 하라는 건 아니다. 위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2도~15도 혹은 영하 1도~13도 등의 경이로운 온도차를 보여주는 간절기의 쌀쌀한 날씨, 그런 애매한 날씨를 한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추천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그거 입고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했던 새로 산 봄 옷을 입기 가장 좋은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제 막 옷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류의 사람들에겐, 조화롭게 여러 가지를 입으려면 일단 옷이 많거나 센스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꼭 여러 가지를 껴입지 않고 두 가지 혹은 세가지만 입더라도 충분히 레이어드로의 멋을 낼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간절기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멋진 스타일을 내고 싶다면 차근차근 시작해보자.



색과 질감으로, 무엇보다 드러내는 것을 잊지 말 것.

가장 먼저 추천하고자 하는 건 색을 통해 레이어드를 시도하는 것. 물론 옷을 입기 위해 다짜고짜 색 공부부터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장 쉬운 비슷하지만 밝음의 차이가 있는 색을 껴입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조금 전문적인 말로 '톤온톤'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무채색의 톤온톤 레이어드.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출처: Lookastic)


톤온톤은 사실 글을 써가면서 여러 번 언급했었다. 옷을 살 때 톤온톤 컬러로 구매하라던가, 포인트를 위해 톤온톤을 활용하라는 등,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몇 번 했을지도 모르는 룩이다. 그래서 톤온톤이 뭐냐고? 네이비 코트 안에는 밝은 색 데님 재킷을 걸치고 그 안에 화이트 셔츠를 입는 것. 이것이 톤온톤이다. 설명하자면 같은 계열의 색으로 한 번에 맞춰 입되 색의 밝음에서 조절을 주는 것. 이렇게 들으면 정말 쉽지 않은가? 


톤온톤 레이어드의 경우는 옷장에 같은 색이 많은 사람들 혹은 레이어드를 이제 막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옷장을 열었을 때 무채색이 많을 경우에도(온통 검은색만 아니라면...) 톤온톤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코디법이다. 다만, 이 톤온톤을 하고자 한다면 딱 2가지만 기억하자.


첫 번째로 무채색의 활용. 무채색만으로 톤온톤을 하게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유채색이라면 레이어드를 할 때 무채색을 꼭 하나 정도 껴주곤 하자. 화이트 셔츠, 블랙 티셔츠 혹은 그레이 후드나 챠콜 팬츠처럼. 무채색이 하나 들어가게 된다면 중심을 잡아줄 수 있고, 이 때문에 톤온톤을 활용한 컬러 레이어드가 더 돋보일 수 있다.

두 번째로 명도 변화의 통일감. 쉽게 말해 안으로 갈수록 어두워지거나 혹은 밝아지게 입으라는 것. 명도의 변화가 통일성을 잃는다면 톤온톤 레이어드가 아닌 살짝 어긋난 단순한 껴입기로 보일 수 있고, 되려 옷을 잘 못 입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아주 멋진 톤온톤의 예, 레이어드라고 꼭 여러 개를 껴입을 필요는 없다. (출처: Instagram, take.it.easy.7)


이렇게 명도로 조절하는 게 익숙해져서 이젠 재미없거나 옷장 속 옷들이 각자의 뚜렷한 색을 자랑하고 있다면 톤온톤이 아닌 '톤인톤'을 활용해보자. 다른 색이지만 같은 채도를 지닌 색의 옷을 입는 것이다. 물론 톤온톤보다 살짝, 아니 많이 어렵지만 옷장에 하나의 통일된 컬러가 아닌 여러 가지 컬러의 옷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레이어드 방법이다.


같은 느낌의 색을 배치하면서 입은 톤인톤. (출처, Instagram, paisleycat_vintage_shop)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어렵다. 색에 대한 센스가 있어야 하며 쉽게 촌스러워질 수 있고, 광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뭔가 쉬운 방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톤인톤의 경우 이렇다 할 왕도가 없다. 보색을 활용하라는 것 정도? 당신이 타고난 컬러 센스가 있다면 도전하자. 만약 아니라면,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혹은 구글에서 떠다니는 컬러 매칭을 보고 하나 둘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모든 사람의 옷장이 형형색색일 수는 없는 법. 옷장이 모두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거나 색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어둡다면, 질감 혹은 패턴을 다르게 입어보자. 반들반들한 비닐 느낌의 나일론 재질로 만들어진 ma1, 항공점퍼를 입었다면 안에는 되려 따듯한 느낌의 카디건을 입거나 혹은 비슷하게 강렬한 느낌을 갖고 있는 가죽 재킷이나 데님 재킷을 걸친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말이지.


검다고 해서 다 같은건 아니다. 재질을 다르게하면 멋진 레이어드가 가능하다


질감의 차이로 레이어드를 할 경우, 가장 좋은 점은 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색으로 통일된 옷이더라도 질감만 다르게 한다면 색다른 맛이 가득한 레이어드가 될 수 있고 혹은 더 극적인 레이어드의 효과를 줄 수 도 있다. 그리고 당신이 그 어떤 다른 옷을 사더라도 색에 대한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옷장에 검은색만 가득하다 한들, 그 검은색이 모두 다른 질감의 검은색이라면 당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딱 한 가지만 생각하자. 


질감이 잘 드러나는 옷. 질감 레이어드의 키포인트는 말 그대로 옷의 질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아무리 레이어드를 해서 입었다 한들 그냥 같은 색을 끼얹은 것으로만 보이게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레이어드가 아니라 단순한 껴입기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레이어드로 멋을 내고 싶었은데 말이지. 그러니 각자의 질감이 잘 눈에 띄는 것으로 입자. 될 수 있다면 서로가 반대되는 질감을 갖고 있을수록 눈에 잘 띈다.


질감으로만 레이어드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다양한 패턴을 한 번을 활용해보자. 같은 패턴을 활용해 통일감을 줄 수도, 전혀 다른 두 패턴을 혼합해서 나오는 긴장감을 포인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잔잔한 체크 자켓에 굵은 스트라이프, 우드랜드 카모에 글렌체크 베스트. 다 다른 패턴이다. (출처: Instagram, ekthecollin)


색상에서의 톤인톤이 톤온톤의 심화 과정이었다면, 여기선 패턴이 질감의 심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질감은 나쁘게 말해서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패턴은 좋으나 나쁘나 눈에 띄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톤인톤과 마찬가지로 촌스러워지거나 광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톤인톤보다 한 단계 더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색+문양이니까) 만약 당신이 레이어드를 처음 한다면 같은 패턴을 활용하는 패턴 레이어드나 혹은 질감에 패턴을 더하는, 말 그대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으로 레이어드를 시도해보자.


체크 포인트를 준 레이어드 룩


패턴의 경우엔 톤인톤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공식이 있다기보다 계속 입어보고 눈으로 익힌 다음에 시도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 패턴 온 패턴을 하고 싶다면 부지런하게 찾아보도록 하자.




패턴과 질감을 활용하여 레이어드를 할 때,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드러내는 것.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안에 무엇을 입고 있는지 어떤 색으로, 질감으로 혹은 패턴으로 조화를 이루었는지 드러내야 레이어드는 완성되는 것이다. 심지어 살짝 삐져나온 셔츠의 칼라 혹은 아랫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보여주는 것이 레이어드다.


꼭 잊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티 내기'에 익숙해지자.



레이어드를 하고 싶은 당신의 옷장에 빠질 수 없는 두 가지.

레이어드 룩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아이템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두 가지는 꼭 가져가라고 말할 것이다. 다름 아닌 몸에 잘 맞는 데님 재킷과, 넉넉한 품을 자랑하는 야상이다. 


다양한 핏을 자랑하는 데님 재킷이지만 당신이 레이어드의 용도로 활용할 거라면 내 몸에 잘 맞는 데님 재킷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던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우리의 옷도 편해졌고, 덕분에 많은 옷들이 넉넉한 품을 자랑하면서 나오고 있는데, 그 넉넉 한품 속에 데님 재킷 하나 걸치면 간단하지만 손쉬운 레이어드를 완성할 수 있다.


모두 데님 자켓.


데님의 경우 무채색의 티셔츠나 화이트 셔츠처럼 어디에 레이어드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제품이다. 어떤 아우터를 입더라도 데님 재킷을 안에 입었을 때 이상한 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말이지. (심지어 집업 후드 안에 입어도 괜찮다) 빳빳한 생지 데님 재킷을 살지, 혹은 물이 빠진 중청/연청 데님 재킷을 살지는 개인의 취향에 맡기겠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푸른'계열의 데님 재킷을 구매할 것. 데님 재킷의 오리지널리티로 인해서 어디에든 무난해지는 것이니 그 아이덴티티를 흐리게 만드는 색(블랙이라던가 그레이)의 구매는 나중으로 미루자. 


데님 재킷이 안쪽을 채워주는 역할이었다면 야상은 겉을 덮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전장에서 레드코트 휘날리면서 일열 횡대로 서서 싸우던 시기가 지나고 20세기의 잔혹한 참호전이 시작된 이후 등장한 '야상'은 지금까지 인간의 추위를 감싸줄 수 있는 좋은 아우터로 발전해갔다. 다시 말하자면, 카키색의 군복을 입기 시작한 이후 야상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일상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생성되었다는 것. 어찌 보면 비약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인간의 일상에 가까워진 덕분에 (물론 군필자들은 다른 이유에서 그럴 수도 있고.) 우리의 눈은 이 야상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겉옷으로 야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레이어드에 활용하는 것이다. 


다 다른 야상(출처: 좌측부터 Instagram wwc.willy, take.it.easy.7, soobaak_vintage)


후드티를 얹어도 되고, 데님 재킷과 조화를 이뤄도 되며 60년대 영국의 모스족처럼 속에 정장을 입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한 가지 데님 재킷과 다르게 중요한 점은 야상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이 입을 계절과 선호하는 스타일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는 것. 현재 가장 유행하는 야상인 피쉬테일 M65 같은 경우엔 후드를 내피와 함께 탈부착할 수 있고, 장진호 파카로도 알려져 있는 M47의 경우엔 후드에 심지어 벨트까지 함께 있다. 그리고 M51파카의 경우 이 두 개의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름의 뒷 숫자에서 알 수 있다시피 미군은 해가 거듭될수록 전장에 맞게 피복을 개발해가며 변경해왔지만 실질적인 활동성보다 패션을 위해 입는다면 3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서 입으면 된다. 



위의 두개는 각각 좌측부터 m47과 m51파카, 아래 m65의 경우 좌측엔 내피가 들어가있는 버전 우측은 내피가 빠진 버전이다.


만약 당신이 기장이 문제라고 한다면 혹은 이제 슬슬 따듯해지는 날씨에 긴 기장의 야상을 입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파카'계열의 야상보다 전투복 계열의 야상을 찾아보자. 이 짧은 길이의 야상들은 다양하게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미군의 M1943 필드 재킷과 M1965 필드 재킷 일 것이다. 


좌측이 M1943, 우측이 M1965 필드 재킷이다. 65가 조금 더 발전된 버전이지만 클래식함은 43을 통해 더 보여줄 수 있다.


거추장스러운 기장이 부담스러운 사람의 경우 이 두 종류의 짧은 길이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필드 재킷은 이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구매하기 전 꼭 암홀과 팔의 두께를 보고 너무 얇은 친구들은 피하도록 하자. 우린 옷의 겉에 덮기 위한 용도로 야상을 구매하는 거지 이거만 입으려고 구매하는 게 아니니까.



레이어드엔 정답이 없다.


흔히들 패션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레이어드는 정말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을 수 없는 하나의 열린 결말의 소설책 같은 존재이다. 다시 말해, 모두 꼭 하나의 길을 걸을 필요가 없는 곳이다. 톤온톤에 패턴과 질감을 섞어도 되고, 톤인톤과 톤온톤을 한 번에 시도해도 좋다. 언제나 새로운 조합이 나타날 수 있고 또 나타날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들은 당신이 당신만의 책을 쓰기 위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당신의 레이어드가 틀릴 것이란 걱정은 하지 말고, 애매모한 날씨라면 일단 한번 껴입고 당신만의 스타일을 써 내려가 보자. 멋지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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