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우주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어느 순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은 기운이 일어나더니 한 송이의 연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연꽃의 중심에서 브라흐마 신이 탄생했다.
브라흐마 신은 연꽃 속에서 깨어나 혼돈의 물 위로 올라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 광활한 혼돈 속에 나 홀로 존재하는구나.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좋을까?’
브라흐마 신은 세상을 창조하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연꽃의 꽃잎을 두 장 따서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러자 각각의 꽃잎은 빛을 내며 비슈누 신과 시바 신이 태어났다.
“저는 브라흐마입니다. 창조의 신이지요. 하지만 단순히 만들기만 해서는 진정한 창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뭐든 맡겨주시지요.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만들어지고 유지되다가 사라져야 합니다. 이러한 순환이 없다면 세상은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제가 창조의 신으로서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겠습니다. 비슈누 신께서는 제가 만든 세상을 지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바 신께서는 정해진 기한이 된 모든 것을 파괴하시면 됩니다. 그것이 윤회입니다.”
그렇게 브라흐마 신은 비슈누 신에게 우주의 유지를, 시바 신에게 파괴를 부탁하고는 창조를 시작했다. 자신의 손으로 땅을 만들고, 하늘을 펼치며, 별들을 심었다. 또 강과 산, 바다와 숲을 창조하여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의 창조는 끝없이 계속되었고, 모든 생명체가 그의 손길에서 태어났다.
이렇게 정해진 법칙은 모든 것에 적용되었다. 별들도 태어나 빛을 내다가 죽었고, 바위도 굳었다가 깨져 모래알로 변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났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었고, 살아 있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의미가 되었다. 이렇게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신은 서로 다르지만, 또한 똑같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트리무르티라고 부르게 되었다.
모든 것은 만들어지고 유지되다가 사라집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태어나 살다가 죽습니다. 인도의 연꽃 이야기는 존재의 끝없는 순환이 모든 진리 중 가장 바탕이 되는 진리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나라는 생각, 우리의 자의식도 과거에 만들어졌고 지금 유지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테지요. 언젠가 맞이할 그 순간을 생각하면 두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만이 풍선처럼 부푼 비대한 자의식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무덤은 인간만이 만드는 질병입니다.
들숨과 날숨이 대립하지 않듯이 탄생과 죽음은 조화롭게 끝없이 이어집니다. 만약 이러한 조화를 마음 깊이 새긴다면, 유령처럼 희미하게 버티고 서있는 두려움을 깨끗이 지워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