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time

1화

by 서우


## 하린의 생각

나는 하성그룹 막내딸,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자 본부장이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고 그 자리에 바로 아버지의 불륜상대였던 유선영이 꾀차고 들어왔다. 내 위로 오빠가 두 명 있는데 둘 다 유선영의 아들이다. 유선영은 두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모든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하성그룹을 물려받으라고 하셨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하성그룹의 완벽한 막내딸이 되어주려 했지만 이제는 내가 하성그룹을 차지하려 한다.


## 늦은 저녁 내방

어느 날 갑자기 유선영이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잔뜩 화난 얼굴로 내방으로 들어왔다.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나를 들어오더니 이렇다 저렇다 할거 없이 내 뺨을 내려쳤다.

‘짝——’

고개를 들어 유선영을 쳐다보려 할 때 내 뺨을 한 번 더 내려쳤다.

‘짝——‘

내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내 심장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유선영을 쳐다보았고 나도 유선영의 뺨을 내려쳤다. 유선영은 놀랐고 뺨을 만지며 나를 쳐다봤다.


(나지막이) “짜증 나네..”


유선영은 내 눈빛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말했다.


“넘보지 마. 니 거는 딱 이 방 하나야. 아니지 니 거는 그 몸뚱이 하나야.”


이러더니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방 안의 공기는 바닥의 대리석만큼이나 차가웠고 금세 고요해졌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달빛만이 내 방을 밝혔고 달빛 사이로 내 뺨은 붉게 달아올랐고 나는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거울을 바라봤다.

내 얼굴엔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 내방

거울 앞에 나는 출근 준비 중이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방을 나왔다. 아주머니께서는 먹지도 않는 아침을 항상 차려주신다.


“아가씨 한 숟갈이라도 드세요.”


“괜찮아요.”


## 차

아버지와 유선영이 차에 타고 있었고 나는 간단히 목인사를 하고 뒤차에 올라탔다. 정비서는 오늘 하루 나의 일정을 읊어 주었다. 나는 불편한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정비서는 내가 불편한 걸 느꼈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읊었다. 뭐가 그리 할 일이 많은지 매일 내 하루일정은 꽉 차있다.


## 회사로비

직원들이 로비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일제히 각을 맞춰 인사하는 직원들 나는 아버지를 따라 들어갔다. 아버지께서는 곧 다가올 창립 40주년 행사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하셨고 나는 짧게 “네”라고 대답했다. 유선영은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하린이야 워낙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확실히 준비하겠죠~ 그렇지 하린아?^^”


나는 본 척도 하지 않고 말했다.


## 엘리베이터 앞

“먼저 올라가세요. 옆에 거 탈게요.”


유선영은 날 째려보며 아버지와 먼저 올라갔고 나는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을 잡으며 하준오빠가 탔고 나에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


“응”


나는 쳐다보지 않고 답했다.


“오, 웬일 대답을 다해주고?”


엘리베이터는 18층에 도착했고 나는 말없이 내렸다.


”이 따봐~^^”


나는 대답 없이 걸어갔다.


## 하린 사무실

쌓여 있는 서류들을 하나씩 확인했고 그중에 하준 오빠 것도 있었다. 나는 검토 후 정비서에게 말했다.


“하상무 가져다 드리세요. “


”네. “


나는 잠시 멈칫했고 이내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가죠. “


나는 서류를 받아 들고 20층으로 향했다.


## 하준 사무실 앞

‘똑똑 - -’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서류만 놓고 바로 나오려고 하는데 노트북화면에 눈에 띄는 녹음파일이 하나 보였다. 나는 ‘뭐지?‘하는 생각으로 재생버튼을 눌렀고 녹음파일을 듣던 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처음 느껴봤다. 온몸이 파르르 떨렸고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살의를 느꼈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녹음파일을 내 이메일로 보낸 뒤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급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18층에서 내려 내 사무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지금 내 감정을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된다. 그게 나 스스로 일지라도…



## 하린 사무실

”정 비서. 1시간 정도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세요. 정비서도요. “


”네, 알겠습니다 “


나는 쫓아내듯 정비서를 내보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나마 믿었던 하준오빠가 날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다. 지금 나는 시한폭탄 같다. 살짝만 스쳐도 터질 것 같은.. 나는 핸드폰을 들어 하준에게 전화를 건다.


‘뚜르르— 뚜르르—‘


’ 웬일이야. 먼저 전화를 다하고?’


“저녁에 자주 가는 바에서 봐”


‘오케이 알겠어~이따 봐~‘


나는 전화를 끊고 뻥 뚫린 창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 창립 40주년 행사장

나는 귓가에서 맴도는 녹음파일을 애써 지우려 더 열정적으로 일을 했고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 로엔 바

‘~~~~ 음악소리~~~~~’

나는 혼자 앉아 먼저 한잔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이 도착했다. 나는 그렇게 말없이 30분을 술만 마셨다. 하준은 기다리다 지루했는지 말을 걸었다.


“왜 또 먼일인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봤고 하준은 그런 내 눈을 피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따라올 거야? 옥상에 먼저가 있어 올라갈게”


하준을 먼저 옥상으로 보냈고 나도 뒤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준은 늘 하던 대로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위스키 한잔을 손에 들고..

나는 그런 하준옆에서 아까 낮에 들었던 녹음파일을 재생시켰다.


## 녹음파일—

‘엄마.. 25년 전에 하린이 엄마 왜 죽이셨어요?’

‘어쩔 수 없었어. 다 같이 사는 방법은 그것뿐이었어. 그년이 비자금파일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게 공개되면 너나 나나 니형이나 전부 다 끝이라고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때 하린 그년도 같이 죽었어야 하는데 지금 얼마나 기고만장해서! 니들 다 집어삼키려고 하잖아!‘

‘후환이 두렵지 않으세요?‘

’ 너만 입 다물면 돼! 다시는 25년 전 얘기 입밖에 꺼내지 마라. 다시는!’


하준은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말없이 옥상에 경치를 바라봤다.


“아름답지 않아?”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형이랑 나를 위해서 그런 거야. “


”그래. 그럴 수 있지. 우리 엄마가 날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불밖으로 날 밀어냈던 것처럼. “


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 짓거려 봐”


“너희 엄마는 이미 죽었고 다시 되돌릴 수 없잖아! 그냥.. 모른 척해줘. “


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휩싸였다.


“그래? 그럼 네가 대신 속죄해.”


라고 말하며 하준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

순간정적 5초도 채 안 돼 ’쿵!’ 소리가 들렸고 아래에선 일제히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린의 눈 클로즈업) 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쾌감이 나를 휘감았고 너무 황홀했다.

내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우리 엄마 만나면 안부인사 전해 하준아.”


나는 하준을 밀어버린 옥상을 위로한 채 정비서에게 전화했다.


“차대기시켜”


‘네‘


나는 건물로비를 나와 하준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고 하준은 얼굴이 터지고 팔다리는 부러져 뒤틀린 채로 싸늘하게 누워 있었다. 정비서는 놀란 듯 차문을 열었고 나는 차에 몸을 실어 눈을 꼭 감았다. 정비서도 곧 차에 탔고 정비서가 물었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뭐가요.”


“저기… 사람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흘깃 보며) “그러네요. 출발하죠.”


정비서는 뭔가 눈치챈 듯 대답했고 출발했다.

출발 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또 다른 자아)‘안녕? 나는 하진이야‘


나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살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