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온큐레이션 Sep 15. 2021

뉴발란스의 컬러는 왜 그레이일까?

뉴발란스를 대표하는 컬러 '그레이'가 가지고 있는 의미

십 수년간 스니커즈 씬의 성장 가운데 존재했던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10년 전, 코르데즈와 스탠스미스가 채웠던 신발장 안이 오늘날에는 조던1과 이지로 바뀌었을 뿐 그들이 쌓은 탑은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이키와 아디다스 스니커즈가 이끌어 온 아성에 여러 브랜드들이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묵묵히 정진하며 그들의 입지를 탄탄히 해온 스니커즈 브랜드가 있다. 바로 뉴발란스(New balance)가 그 주인공이다. ‘불균형한 발에 새로운 균형을 창조’한다는 뜻을 가진 뉴발란스는 지난 몇 년간 스니커즈 씬에서 큰 성장을 거두며 주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992를 비롯한 특정 모델들은 조던에 버금갈 정도로 리셀가격이 높아졌다. 과연 뉴발란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까? 이를 뉴발란스의 역사와 철학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뉴발란스의 탄생


1906년, 미국 보스턴의 아일랜드계 이민자 윌리엄 라일리는 뒷마당을 뛰어놀던 닭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집에 비해 가느다란 다리를 보며 ‘도대체 저런 다리로 어떻게 몸을 지탱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놀랍게도 그 답은 그들의 세 갈래 발가락에 있었다.



라일리는 닭의 세 발가락에서 영감을 얻어 세 갈래 아치를 사람의 발 구조에 똑같이 적용한 아치 서포트(지지대가 있는 신발 깔창)를 만들었고 그 후 신발에까지 적용했다. 그렇게 1906년 뉴발란스의 전신 ‘뉴발란스 아치(New Balance Arch)’가 탄생했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가 1964년, 아디다스의 전신인 다슬러(Dassler)가 1920년에 출시한 것과 비교해 봤을 때, 뉴발란스는 이들보다 수십 년은 앞섰던 것이다.



뉴발란스의 성장


1938년, 캥거루 가죽을 사용해 만든 러닝 스파이크화를 마라토너 댄 맥브라이드가 신고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대중들에게 뉴발란스라는 브랜드가 음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뉴발란스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의 주목을 받으며 1941년부터 러닝화를 포함해 농구화, 야구화, 테니스화, 복싱화 등 선수용 신발을 제조하기 시작한다.


캥거루 가죽을 사용한 뉴발란스 최초의 러닝 스파이크

1960년, 뉴발란스는 러닝화에 두가지 혁신을 도입한다. 첫 번째는 신발의 ‘가로 사이즈’. 지금은 뉴발란스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에서 착화자의 ‘발볼 길이’에 따른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고 있지만 1900년대 중반에는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두 번째는 ‘트렉스터’. 뉴발란스 제품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번호가 아닌 이름이 붙은 제품인 트렉스터는 물결 모양의 밑창을 가지고 있었다. 이 디테일은 러닝선수들의 기록 단축에 영향을 주었고 러닝 선수들과 코치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뉴발란스의 영향력은 브랜드가 시작한 메사추세츠주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당시 회사의 규모는 고작 여섯 명 남짓한 직원들이 하루에 서른 켤레의 신발을 만드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지역 브랜드에 그쳤던 뉴발란스는 1972년, 지금까지도 회장으로 있는 짐 데이비스가 취임하며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기 시작한다.


뉴발란스의 현 회장, 짐 데이비스

그가 취임 한 뒤 뉴발란스는 우편 주문을 받아 공급해 오던 옛 방식을 유통망을 통한 판매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짐 데이비스는 유통망을 늘리기 위해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현장의 딜러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소비자들에게 가로 사이즈가 적용된 뉴발란스의 신발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지만 신발을 매입해 판매하는 딜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발의 길이로만 이루어진 일반적인 운동화에 비해 뉴발란스는 구성 체계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짐 데이비스는 딜러와의 직접 미팅을 통해 뉴발란스의 철학과 필요성을 공유하고자 노력했고, 뉴발란스의 철학에 대한 짐 데이비스의 열정과 진심을 확인한 딜러들은 그를 응원하며, 단순한 ‘딜러’를 넘어 자발적인 ‘마케터’로 뉴발란스를 알리게 된다.



뉴발란스의 ’N로고’와 ‘넘버링 시스템


짐 데이비스가 뉴발란스에 취임한 뒤에 그는 여러 인물을 영입했다. 스타벅스 로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테리 헤클러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당시, 헤클러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먼저 신발의 외형적인 디자인에 손을 댔다. 트렉스터는 러닝화로서 기능은 훌륭했지만, 디자인적 요소가 부족해 ‘요양원 아디다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는 러닝화의 측면을 감싸는 느낌을 강조하고 균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새 스니커즈 디자인을 공개했다.

Terry Heckler

새로운 스니커즈에는 뉴발란스의 ’N’로고가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로고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것은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알파벳 ’N’은 뉴발란스의 초성이지만 소비자들이 나이키를 연상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끝까지 이 로고를 유지한 결과 지금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됐다.


이어서 헤클러는 뉴발란스 모델에 넘버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는 특정 제품보다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신발에 숫자를 매기면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대로 뉴발란스의 넘버링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뉴발란스가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미국의 러닝 열풍과 뉴발란스 320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에는 ‘러닝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리고 뉴발란스가 있는 보스턴은 매년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릴 만큼 러닝붐의 중심지였고, 이 시기에 뉴발란스는 그들의 러닝화인 320 모델을 시장에 선보였다. 헤클러에 의해 제작된 320은 기존 트렉스터를 베이스로 디자인적, 기능적 요소를 업그레이드 시킨 제품이다.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제품이었다.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는 살리면서 밑창은 새롭게 하고 신발 윗부분을 나일론으로 덮어 가벼움과 편안함을 더했다.


여기에 더해 1975년에 열린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톰 플래닝이 320을 신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듬해인 1976년 세계적인 러닝 잡지 ’Runner’s World’에서 320을 최고의 러닝화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이런 겹경사 덕분에  뉴발란스는 지금까지 겪어본  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확장 이전하고 직원도 늘렸지만,  수가 주문량을 감당할  없을 정도였다. 출시 초기 하루 200 켤레의 주문량은 1976년에는 500 켤레, 1977 말에는, 1,625켤레로 2년만에 주문량이 8 이상 늘어났다. 그럼에도 이월되는 주문량은 10 켤레에 달했다. 접착제가 마르지도 않은 신발들이 출고될 정도였다고 한다. 여담으로 2020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327모델이  역사적인 모델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2020년 출시된 뉴발란스 327모델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뉴발란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기 위해 자회사인 뉴발란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한다. 신기하게도 뉴발란스의 해외 진출에 앞장 선 사람들은 뉴발란스의 직원들이 아닌 뉴발란스 제품에 매료된 현지 스포츠 마니아들과 다른 신발 제조업체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 뉴발란스를 처음 들여온 회사가 바로 ‘문스타’였다는 것이다. 당시 문스타의 대표 슈헤이 큐라타는 자신들의 신발을 미국식으로 만들고자 뉴발란스와 계약을 시도했다. 데이비스는 문스타에서 제작한 뉴발란스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신발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다른 나라보다 뉴발란스를 빨리 받아들인 일본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고, 아직도 뉴발란스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1000점 만점에 990점


1978년 짐 데이비스는 운동화 기술력 향상을 위해 뉴발란스 R&D을 설립했다. 그리고 설립 4년째인 1982년, 시간과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개발된 뉴발란스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신발이 등장했다. 바로 뉴발란스 990모델이다.  ‘1000점 만점에 990점’이라는 의미로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은 출시 즉시 러너들과 스니커즈 애호가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뉴발란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신발로 자리매김했다.


990은 뉴발란스 신발 중 최초로 판매 가격이 100달러에 육박하는 제품이었다. 당시 최고 인기 모델이었던 320이 32달러에 불과했지만 990는 100달러에 가까운 99달러에 팔렸다. 당시 99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거의 300불에 가깝다고 하니 오히려 지금보다 더 고가의 신발이었다. 회사 측은 제품의 가격이 너무 고가라서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판매를 시작하자 6개월만에 무려 5만 켤레가 팔려나가게 된다.


슬립 라스트와 모션 컨트롤

990은 이전 뉴발란스 제품들과 달랐다. 모카신에서 사용되던 ‘슬립 라스트’ 기술을 통해 신발을 유연하게 만들었고 디자인은 꾸준한 교류를 이어오던 문스타와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 어퍼는 돈피와 매쉬 소재를 사용해서 제작했으며 모션 컨트롤 디바이스(MCD) 힐컵이 최초로 적용됐다. 또한 990은 미국 내 공장 생산을 고집해 ‘Made in USA’ 태그가 부착되어있다.



첫 출시 후  4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지금도 990은 뉴발란스의 대표 스니커즈이자 스테디 셀러 제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생산을 고집해 다른 제품 대비 고가임에도, 수많은 스니커즈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신발이다. 뉴발란스의 최고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574는 물론 프리미엄 라인인 1300,1400 제품들도 디자인적 기초는 이 990모델에 두고 있을 만큼, 990은 뉴발란스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제품이자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원조 990와 업그레이드 모델들


뉴발란스는 1982년 990을 시작으로 2-5년 주기로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990 출시 4년 후, 처음으로 출시된 제품은 995는 ENCAP을 적용한 첫번째 제품이다. 기존 EVA 미드솔과 달리 폴리우레탄 쉘 안에 캡슐화시킨 EVA를 삽입한 새로운 형태의 미드솔로, 기존 EVA 미드솔은 사용감에 따라 눌림이 심해져 쿠션감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ENCAP이 이를 보완한 것이다. 여기에 N로고에 3M사의 스카치라이트를 적용해 야간 러닝 시 안전성을 확보했다.


1988년의 996은 이전 두 제품의 변화가 비교적 미미했던 것에 비해,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ENCAP를 보조하기 위해 C-CAP 솔을 추가했다. Blown rubber, Carbon 각기 다른 소재로 구성된 C-CAP은 쿠셔닝 향상과 안정적인 착화감을 제공했다. 또한 어퍼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스포티하게 바뀌었으며 힐컵의 모션 컨트롤 디바이스(MCD) 역시 얄쌍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으로 대체됐다.

 

이후 1990년에 출시된 997부터 현대적인 형태의 틀을 갖추기 시작한다. 따로 나눠져 있던 ENCAP과 C-CAP 미드솔이 하나로 합쳐졌다. 또한 아웃솔의 뒷굽 부분에 XAR-1000이라는 새로운 합성고무를 부착시켜 마모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 997제품은 미국이 아닌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첫 번째 제품이자, 여성의 발에 맞게 따로 W997제품이 출시된 최초의 99x 모델이기도 하다.


1993년에는 기존 ENCAP의 강화버전인 ENCAP II를 적용한 998이 출시, 1996년에는 또 다른 쿠션폼인 ABZORB를 개발해 적용한 999모델이 탄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 버전의 신발을 선보일수록 데이비스에겐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바로 999이후 나올 제품에 어떤 넘버링을 할지였다.



새로운 990의 탄생


수많은 고민 끝에 999의 다음 모델명이 정해졌고 그렇게 1998년, 16년 전 출시됐던 990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의미의 990v2가 세상에 공개됐다. 마치 RPG 게임에서 만랩을 찍었던 캐릭터가 환생하듯 다시금 새롭게 출시된 990v2는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만큼 기존 990과 디자인, 기술력 모두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990v2의 어퍼는 우리가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인 991,992,993의 시초격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뒤축에는 999모델에서 새롭게 등장한 ABZORB이 내부가 아닌 솔 외부로 돌출되도록 디자인됐다.


많은 사람이 990v2가 원조 990을 복각, 재해석한 제품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995부터 999까지가 990v1을 기반으로 보완한 모델이고, 990v2는 뒤에 등장할 제품들의 기초가 되는 또 다른 새로운 모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9x시리즈는 애플의 괴짜 스티브 잡스의 신발로 그 유명세를 더하기도 했다. 기업의 CEO지만 항상 편한 옷차림으로 대중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던 스티브 잡스는 평소 청바지와 함께 99x시리즈를 애용했는데, 그 스타일이 아이콘이 되어 뉴발란스의 인지도에 큰 기여를 한다.


2001년에 출시된 991모델은 기존 990v2모델모다 더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변모했다. 미드솔의 뒷축과 앞축의 경사가 가팔라졌으며 ABZORB가 뒷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드솔의 앞부분에도 그 모습을 들어냈다.



2006년, 뉴발란스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인 992가 출시된다. 992모델부터는 기존 ABZORB가 보완된 ABZORB SBS 소재가 적용된다. ABZORB SBS는 폼을 형성하는 셀 구조가 아닌 젤 같은 형태의 말랑말랑한 소재로 탄성과 회복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뉴발란스 시스템의 시그니처인 신발 가로 사이즈가 99x 시리즈 최초로 적용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애용했던 모델로 2006년 출시 이후 한번도 재출시되지 않다가 14년이 지난 2020년 다시 발매되며 현재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991와 992의 요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한 993모델이 출시된다. 993모델에는 ‘다이내믹 트랜지셔닝 시스템’이라 부르는 ‘ABZORB DTS’ 소재가 SBS 탄성체와 함께 사용됐다. 지금에서야 993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모델이 됐지만 출시 당시에는 너무 퍼포먼스에 집중한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그리고 990v1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서 2012년, 990의 세번째 모델인 990v3이 등장했다. 990v3부터는 다시 ENCAP 미드솔이 적용되었으며 매쉬소재 사용량이 늘어나고 텅부분의 다이아몬드 패턴이 강조된다. 990v3 이후 새롭게 출시되는 99x시리즈는 모두 990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4년이 지난 2016년, 뉴발란스에서 2가지 99x 시리즈가 발매된다. 첫 번째 제품 997.5는 캡슐 컬렉션 형식으로 997의 어퍼와 998의 미드솔을 합쳐 놓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제품은 990v4. 990v3 이후 4년만에 출시된 990v4는 ‘어글리 슈즈’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990v5 / 990v6

990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시리즈 제품은 2019년에 발매한 990v5다. 990v5는 990의 본질인 편안함은 유지하며 모던해진 모습을 가지고 있다. 미니멀, 놈코어 트렌드에 맞게 어퍼와 미드솔 절개선은 간결해 졌으며 측면에 TPU 파워스트랩을 장착하여 퍼포먼스의 무드를 더했다.


다가오는 2022년부터 뉴발란스의 99x 시리즈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에임 레온 도르의 디렉터로 알려져 있는 테디 샌티스가 맡게된다. 이미 내년에 출시될 990v6 이미지가 공개된 상황이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력과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들이 탄생할지 기대된다.



1000번대 프리미엄 라인


뉴발란스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는 라인은 단연 99x 시리즈다. 하지만 1000번대 프리미엄 라인 역시 이에 못지않게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초의 1000번대 라인은 1985년에 출시한 1300모델이다. 당시 출시가는 990의 99불을 훌쩍 뛰어넘은 130달러였다. 같은 연도에 나이키에서 처음 출시된 프리미엄 농구화 에어조던1의 가격이 65달러였음을 감안했을 때, 얼마나 비싼 러닝화였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집행되던 1300모델 광고의 카피가 “Mortgage the house". 직역하자면, 집을 담보로 신발을 사라는 의미 였는데, 그 만큼 획기적인 신발이었다.


1300JP / 리바이스와의 협업으로 재탄생한 1300

1300의 디자인은 990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990의 특징인 슬림 라스트를 변형,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토 박스와 발목 부분을 약간 더 높게 설계함으로써 발의 앞부분에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발목을 더 많이 받쳐 줌으로써 발목의 안정성을 높여주었다. 그 후 95년부터 수작업을 통해 5년마다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고, 2010년부터는 일본팀의 기술력을 접목해 만들어진 1300JP로 대중들에게 유명해졌다.


1989년, 두 번째로 출시된 1000번대 라인 제품 1500모델은 잉글랜드에 있는 플림비 공장의 간판 제품으로, 이때까지 뉴발란스에서 보지 못했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뉴발란스 제품의 N 로고가 패치형태로 부착되어 있는 반면에 1500은 N 로고가 작게 자수로 새겨져 있는 게 특징이다. 출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이 러닝을 할 때 1500을 신는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1994년에는 1300을 계승한 1400모델이 등장했다. 1300의 후속작으로 기획된 만큼 1300과 가장 비슷한 실루엣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이 제품은 기술적 특징으로 미드솔에 롤바(roll bar)라고 하는 소재가 들어가 있어서 외전과 내전이 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교정시켜줬다. 이후 2008년 제이크루와 협업으로 탄생한 복각 제품으로 패션씬에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400은 어떤 스타일에도 웬만하면 다 잘 어울리는 수려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1000번대 라인 중 아직도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이다.


1400이 발매되던 1994년, 1600모델도 같이 출시된다. 1600은 뉴발란스의 비주류 모델 중 하나로 꼽히며 1500과 1700의 중간 정도의 모습을 띠고 있다. 특징을 하나 꼽자면 ABZORB 미드 솔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이라는 점이다. 99x시리즈 중 가장 먼저 ABZORB 미드솔이 적용된 999모델보다도 2년 앞섰던 것이다.

밀레니엄을 1년 앞둔 1999년, 1000번대 라인의 다섯번째 제품인 1700모델이 출시된다. 1700은 990v2처럼 ABZORB가 미드솔의 바깥부분으로 돌출되는 디자인 형태를 차용했다. 1700은 유독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 중 하나인데, 그런 이유로 수많은 별주 제품들이 일본에서 발매되기도 했다. 1700을 마지막으로 1000번대 라인은 막을 내리게 되고 2001년에 또 다른 쿠션 소재인 N-ergy가 적용된 2000번 모델이 출시된다. 이후 2010년에 2002모델이, 2012년에 2040모델이 출시되지만 아쉽게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뉴발란스와 그레이


세계 여러 브랜드는 그들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컬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 = 파란색, 코카콜라 = 빨간색이 연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패션 브랜드 중에서 그들의 시그니처 컬러를 내세우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떠올렸을 때 확고한 색상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패션 브랜드 특성상 시그니처 컬러가 있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물의 스펙트럼이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를 무색무취의 느낌이 강한 ’그레이’로 내세우는 브랜드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발란스는 ‘그레이’를 그들을 대표하는 컬러로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뉴발란스에게 그레이란 단순한 색상을 넘어 그들의 철학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그레이는 ‘본질’을 의미하며 현재 다른 패션, 스포츠 브랜드들과 다른 노선을 가고 있다. 먼저 뉴발란스는 빅 모델을 내세우지 않는다. 나이키가 80년대 최고 인기스타였던 조던, 아디다스가 스탠 스미스를 모델로 선정해 공격적인 광고를 집행한 것과 반대된다. 광고를 한다고 해도 유명 스포츠 스타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 스포츠 정신과 ‘더 나은’ 무언가에 집중했다. 그리고 유명 스포츠 스타에게 들어갈 엄청난 규모의 광고 비용을 제품에 투자한다. 


제품에 집중투자를 하자 오히려 자발적인 마케터들이 생겨났다. 가장 먼저 상류층 정치 인사들이 먼저 움직였다. 정치계 최상단에 있는 대통령들이 뉴발란스를 애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고, 스티브 잡스가 항상 뉴발란스 제품을 신고 다니면서 뉴발란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로 인한 마케팅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잡스의 폴라티가 이세이미야케 제품이고 청바지가 리바이스라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검정 폴라티와 청바지는 전 세계에 수천, 수만 가지가 있지만 N 로고가 새겨진 회색 신발은 전 세계에 뉴발란스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뉴발란스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그레이 컬러를 통해 오히려 개성을 보여줬다.


삼청동에 위치한 뉴발란스 플래그십 스토어, 그레이하우스

뉴발란스의 그레이는 ‘모두’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화합’과 ‘즐거움’을 말하기 시작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경쟁’과 ‘승리’ 그리고 ‘1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반대로 뉴발란스는 단 한 번도 그 가치를 내세운 적이 없다. 오히려 발볼이 좁은 사람도, 넓은 사람도 모두 뉴발란스를 신을 수 있게 해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들은 남녀노소, 더 나아가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뉴발란스 광고를 보면 비교적 노년층이 많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령에 상관없이 뉴발란스를 즐길 수 있다는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 국내에서는 시니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그리고 ‘아빠의 프사 바꾸기’ 프로젝트 더 뉴 그레이와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뉴발란스는 영화 “말아톤”과 그 실제 주인공 배형진 선수를 오랫동안 후원했다. 마라톤은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록보다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감동적인 스포츠다. 말아톤의 제작자들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나이키는 이를 거절했다. 나이키는 항상 최고의 기록에 도전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발란스는 누구든지 개인의 기록적인 결과보다는 성취와 도전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었기에 후원에 응할 수 있었다.


패션 카테고리에서 뉴발란스가 위치한 자리도 마찬가지다. 뉴발란스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룩과도 조화롭게 융화될 수 있다. 청바지, 후디와 함께 캐주얼한 모습을 연출할 수도, 깔끔한 수트와 함께 클래식한 룩을 뽐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해 보이는 색상일지라도 뉴발란스의 그레이에는 ‘팔방미인’의 의미가 있다. 그것이 뉴발란스의 그레이가 화이트와 블랙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MZ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 고프코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