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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Oct 27. 2024

유칼립투스 오일 이야기

멜버른에서 만난 다정함

멜버른에서 워홀 하던 당시 내가 묵었던 집의 방은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 있었다. 기관지가 약한 나는 먼지에 예민해서 도착하고 한동안은 방 청소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청소기를 여러 차례 돌리고, 창문과 선반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자주 닦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뭔가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클리너가 올 거라고 일러줬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방 너머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경쾌하고 씩씩한 소리에 잠이 깼고,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니 상쾌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서 빛이 나고 화장실이며 부엌이 깨끗하게 닦여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얼마 전에 도착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며칠 전에 도착했어요.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네요.’

‘얼마 안 있으면 또 해가 뜰 거예요. 멜버른은 하루에 사계절이 있거든요.’


그렇게 나는 클리너와 인사를 했다. 그녀는 키가 크고 호탕했으며 다정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처음 봤는데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그녀의 태도에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집주인이 당신 방은 두라고 해서 청소하지 않았어요. 프라이버시를 위해서요.’

‘네 맞아요. 제 방은 제가 청소할게요. 고마워요.’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는 부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방 창문을 청소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방충망을 어떻게 청소해야 할지 몰라 그녀에게 가서 조언을 구했다.


‘방충망을요? 그건 혼자 청소하기 힘들 거예요. 거긴 왜 닦으려고요?’

‘아, 제가 먼지에 예민해서 방충망에 묻은 먼지를 좀 제거하고 싶었어요.’

‘그랬군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요.’


그녀는 기관지가 예민하다는 나의 말을 듣고 공병에 유칼립투스 오일을 담아 와 건넸다. 유칼립투스 오일이 기관지에 좋아서 숨쉬기 편하게 도와주고, 청소할 때 사용하면 깨끗하게 닦일 뿐 아니라 개미 같은 벌레도 쫓아준다고 한다. 나는 그제야 온 집 안을 감싼 상쾌한 향기가 그녀가 청소하면서 사용한 유칼립투스 오일 향이었음을 깨달았다.


‘자기 전에 베개나 옷에 톡톡 묻히고 자면 숨쉬기 한결 편할 거예요. 다 쓰면 알려줘요. 내가 또 나눠줄게요.‘



실제로 유칼립투스 오일의 효과는 굉장히 좋았다. 청소할 때 사용하니 가구에 윤이 나고 깨끗해졌으며, 상쾌한 향 덕분에 숨쉬기도 편해졌다. 무엇보다 그녀가 공병에 함께 담아 준 친절함 덕분에 마음에 안정감이 생겨 유칼립투스 향이 은은하게 퍼진 방 안에서 나는 더 이상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유칼립투스 오일을 잠자리에 몇 방울 떨어뜨리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 상쾌하게 퍼져오는 향기에 정신이 맑아지고 차츰 마음이 안정됨을 느낀다.


얼마 안 가 그녀가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더 이상 유쾌하고 다정했던 그녀를 볼 수 없었지만, 유칼립투스 향을 맡을 때마다 항상 그녀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 덕분에 이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유칼립투스 오일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가장 큰 선물이지 않나 싶다. 그녀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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