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by 유미스토리

모순이지만, 나는 피부병 덕분에 새 인생을 살게 됐다.

어릴 때부터 예민한 피부로 남들보다 더 많은 고생을 했던 나는, 취업 후에는 부실한 식사와 회사 생활에서 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각종 피부염을 앓기 시작했다. 특히 얼굴 부위가 심해 남을 대할 때 자신감을 잃었고,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염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원인이라도 알고 싶어 서울의 유명한 피부과를 전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특별한 원인이 없습니다." 대신 스테로이드 처방만 반복되었고, 약을 바르면 금방 좋아지지만 중단하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의원도 가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도 시도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밤이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살아야 했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관련 서적과 인터넷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었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완치는 어렵지만, 면역력을 키우고 생활 습관을 바꾸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는 것.

나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수면 시간을 확보했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직장인으로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았고,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해야 하는 문화 속에서 식단을 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엔 내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회식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 왔다. 퇴근 후에는 곧장 운동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당연히 회사 내에서의 평판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피부염이 점차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니, 남들의 시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예전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꾸준한 식단 관리와 운동 덕분에 체력도 좋아졌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이전에는 사회적 성공과 돈이 전부라 생각하며 늘 걱정과 불안 속에 살았지만, 이제는 내면의 평화와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방심하면 병이 재발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 함께 가야 할 병이라면, 그 원인을 반추하며 자책하는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