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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가지

마음의 병 치유기 18

by 김해피

'하루에 한 가지만 하기'

일상이 따분할 정도로 하루에 많은 일을 하지 말고 단순하게 한 가지의 일만 정해놓고 하는 것을 말한다.


주치의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사, 그리고 내가 읽었던 서적에서 치료를 위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일상생활을 단조롭게 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일과 생각을 동시 다발적으로 하였고, 이렇게 하는 것이 내가 인생을 지혜롭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가족들로부터는 현명한 해결사,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부하직원이자 상사로 인정받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삶의 지속됨은 나를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회사에서의 과중한 스트레스는 그런 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나에게 마음의 병이라는 아픔을 준 것이었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하기'

가장 마음에 와닿는 얘기였고, 치료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런 '단조로운 일상에 대해서 죄책감 갖지 않기' 이것이 두 번째 핵심이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저 두 가지를 최대한 행하고 있다.


믈론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항상 최소 멀티태스킹을 해왔던 나였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령, 라면을 끓일 때조차도 나는 라면이 끓을 동안 쓰레기를 치우고 사용했던 수저나 국자 등도 설거지를 하는 등 멀티태스킹 이상의 동시 다발적인 행동을 지향하였다.


여하튼 주치의와 심리치료사, 그리고 정신과 관련된 서적을 읽으며 단조로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최대한 그대로 행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처음에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면서 무료하기도 했고, 때론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져 갔으며, 단조로운 삶은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렇게 몇 달이 흐르니 쉽게 분노하던 나의 가슴의 응어리가 마침내 사라졌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늘 화가 나거나 예민해졌을 때 항상 가슴 한가운데에 뜨거운 불덩이가 있는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지고, 이후 분노나 절망감이 나타났는데 그런 불덩이가 없어지니 쉽게 화가 나지도 짜증을 내지도, 그리고 예민해지지도 않았다.

무덤덤한 상태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예전보다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혹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나의 정신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쉽게 분노하지 않고, 쉽게 우울해지지 않고, 쉽게 불안해지지도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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