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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마음의 병 치유기 19

by 김해피

그렇게 치료에 효과를 얻게 되면서 나는 점점 더 내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그동안 찾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것 같았다.


아내, 아이들, 그리고 멀리 계신 부모님과 형님들. 다른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였다.

아내와 매일 사소한 일상을 보내며,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위해 집안일을 비롯한 많은 일도 도와주었다.

부모님이나 형제, 그리고 조카를 만나면 따뜻한 포옹과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많은 교감을 하였다.


비단 가족들 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친구들, 지인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진심으로 대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사람에게 향했던 나의 마음은 일상 곳곳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집 뒤의 공원의 새소리, 바람이 나무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와 바람에 휘감겨 내게 다가오는 나무의 풀내음.


그리고 가끔 내리는 빗소리, 모든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매일매일 거리를 돌아다니며 보게 되는 하늘, 거리의 풍경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걷기를 시작하였다.


사실 나는 15년 전쯤 원인을 알 수 없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큰 고통을 몇 년 동안 받았었고,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차도가 없어 어느 날 고통을 참지 못해 무작정 걷기를 시작했던 적이었다.

이후 걷기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고, 나는 어느새 하루에 20킬로 이상의 등산 종주로 하는 체력을 갖게 되었다. 물론 만성통증도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때의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걷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때론 4킬로, 어느 날은 15킬로...


매일마다 큰 고민 없이 그날의 목적지와 경로를 아내와 정하고, 마냥 걸으며 주변의 경치를 느끼고 즐기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치가 있었고, 맑은 날은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차를 타고 다니지 않고,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하지 않고 걷다 보니 매번 다니던 길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어쩌다 무료 커피 쿠폰이라도 이벤트 등을 통해 얻게 되는 날에는 아내와 나는 복권이 당첨된 것처럼 즐거워하며 커피를 받으러 쪼르르 목적지로 향하곤 했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무료로 받은 커피를 들고 호숫가 공원을 거닐고, 차도 옆 인도를 거닐며, 마치 25년 전 연애할 때와 같이 우리는 조잘거리며 손을 잡고 길을 걷기도 했고,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였다.


내가 소소한 행복을 느끼니 아내도 나와 덩달아 같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마치 결혼 전 연예시절처럼 더 서로를 위하게 되었고,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었고, 나의 머릿속은 긍정의 에너지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또 다른 방식의 치유법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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