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치유기 8
하지만 이렇게 글로나마 그동안의 일을 밝힘으로써, 스스로가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또한 미약하게나마 이 글을 보는 이 중 누군가가 동일한 문제로 나와 같은 고통과 과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이전 글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의 부작용에 대해서 토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왜 굳이 해당 앱에 들어가서 괴로워하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경영진 등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은 해당 앱에 수시로 접속하여 가십성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을 회의 석상의 공식 안건으로 올린다는 점이 문제였다.
따라서 해당 내용을 사전에 모를 경우 왜 몰랐냐는 질책도 들어야 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당 앱에 접속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일부 팀원들은 그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해당 앱을 활용하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 마냥 퍼뜨렸고, 경영진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이를 문제 삼곤 하였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팀장들에 대해서 거짓 내용을 바탕으로 험담을 일삼았고, 이를 본 일부 구성원들은 악플을 달아 이야기를 더욱더 부풀려 확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나 또한 그들에게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리더로서 여러 사람 앞에 설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나를 지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난은 숙명처럼 받아들이고자 했다.
하지만 지나친 인신공격과 특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왜곡하는 행위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예를 들자면,
엔지니어상 출품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우고 매일 발표연습을 할 때도 비아냥대는 얘기를 써댔다. 아무런 노력 없이 준비하는 것처럼.
때로는 노래가사를 사용해 내 이름의 이니셜을 들먹이며 조롱하기도 했다.
심지어 내가 병세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느라 연차를 사용한 날에도, 내가 숙취로 인해 회사에 결근했다며 음해하고 댓글로 조롱하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동료애나 최소한의 사람에 대한 배려조차 사라진 듯한 집단행동이 수시로 벌어졌다.
물론 모든 인원들이 그러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출처도 불분명하고 글쓴이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회사 소프트웨어 관리 보안 시스템이 무너져서 소스코드가 유출되었다'는 글을 해당 앱에 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스코드가 유출된 것이 아니었고, 외부에서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를 당사에서 라이선스 정책에 맞게 사용했던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 마련을 지시하였다.
문제가 아닌데도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 대책까지 세우라는 말이었다.
결국 이 지시는 팀장들을 거쳐 팀원들에게 업무로 할당되었다.
팀원들 또한 팀장들과 동일한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해당 사안이 문제인 것처럼 포장해야만 했고, 이를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팀장들은 그것을 가지고 다시 경영진에게 보고하였다.
경영진이 엔지니어 출신들이 아니라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가십성 글 하나에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히고,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시로 반복되었다.
결국 불필요한 업무로 인해 팀원들의 업무 효율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로 인한 불만은 고스란히 팀장들에게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나의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갔고,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