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치유기 14
하여 나는 그에게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년 업무 평가 결과를 전달받았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리고 사실임을 직시하게 되면서 왜 그들이 나에게 이런 평가를 주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평가 시스템에 접속하여 변경 이력을 확인하였다.
변경 내용까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누가 언제 변경을 하였는지는 알 수가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평가를 주었을까?'
일단 인사팀장에게 메일로 문의를 하였다.
몇 차례 문의 끝에 마침내 답변을 해왔다.
'일단 확인해 보겠다.'
그가 내게 한 첫 번째 대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에게 들은 대답은 나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평가자들이 생각하시는 방향이 서로 달랐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회사의 로드맵대로 뭔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건가?'
나는 마음의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긴 했지만, 회사 일에 있어서는 예전과 동일하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개발 리더를 대표하여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나름 회사로부터 아직까지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또한 팀원들도 모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한 팀의 대표인 팀장이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 그 팀의 성과 자체가 엉망이라는 것을 나타내기에 팀원들 또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상사들에게 내가 실수한 것이 있나?'
실적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쪽으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답이 어느 쪽이든 나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상사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었고, 내가 진행하던 업무 관련해서도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
나를 배려해 주던 직속 상사는 이미 퇴임을 하였기에 평가에 관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상급자들이 그렇게 평가를 내렸다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메일로 문의하였다.
"어떤 분이 그런 평가를 내리신 건가요?"
인사팀장의 답장이 왔다.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