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11일) '2026 SHIN SEUNG HUN LIMITED EDITION' 콘서트를 다녀왔다. 텔레비전으로 가수들의 팬클럽을 볼 때면 늘 궁금하고 한번은 콘서트장을 가봤으면 했는데, 내가 스물둘에 데뷔한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가수 콘서트 소식에 선뜻 표를 예매했다. 그렇다고 내가 신승훈 가수의 찐팬은 아니다. 콘서트 현장의 생동감을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었고 TV 속 낯선 팬클럽 문화가 궁금했다.
내가 신승훈 가수의 노래 중 알고 있는 곡은 몇 곡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보이지 않는 사랑’‘날 울리지마’‘미소속에 비친 그대’‘I Believe’....수많은 곡으로 앨범을 12집까지 발표했다고 하는데 90년대 데뷔 후 초기 곡들밖에 알지 못했다.
‘엄마, 신승훈 팬이야?’
‘아니, 그냥…. 한번 가보고 싶어서….’
‘노래는 알아? 이번 콘서트는 히트곡을 하는 게 아닌 거 같던데?’
예매하고 딸에게 신승훈 가수 콘서트 예매했다고 하니 의아하다며 쳐다봤다. 아차! 콘서트는 으레 가수의 히트곡을 부르고, 팬클럽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늘 TV에서 보던 그런 현장일 거라 기대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다시 예매사이트를 확인해 봤다. 아뿔싸! 이번 공연은 지난해 11월, 35주년 기념 공연 이후 특별판으로 신승훈 가수 본인이 가장 아끼는 곡인데 대중들에게 히트곡으로 전달 할 기회가 적었던 곡을 직접 골라 기획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내가 아는 곡들은 거의 없겠는데 싶어도 원래 내 목적이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참여해 보는 거였으니 그냥 다녀오기로 했다.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 굿즈(작은 응원봉)도 하나 사고, 팬클럽들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 혼자 둘러보며, 내심 관찰자 기분이었다. 실제 찐팬도 아니고, 아는 곡도 몇 개 없는 데다, 콘서트장이라곤 생전 처음 와보니 누가 봐도 관찰자 모드인데 그렇다고 티가 나는 건 싫으니 애써 능숙한 척 새로 산 응원봉 스위치만 껐다 켰다가 반복했다.
입장 시작 멘트를 듣고 입장을 하면서 보니 대부분 나보다 큰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분명히 굿즈판매대에는 없었다. 입장하는 줄에 서서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 큰 응원봉은 조기 매진 된 건가요? 큰 건 없던데요?’
‘아…. 네…. 이건 작년 11월 공연 때 판매했던 거예요. 그때도 물량이 적어 불만이 좀 있었어요’
‘오늘 처음 오시는 건가 봐요?’
‘네….’‘어머 너무 잘 오셨어요. 오빠 팬 한 분 늘었네요’
순간 오빠 팬이 한 명 늘어 너무나 기뻐하는 예기치 못한 환대에 관찰자를 자처하던 나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생전 처음 보는 내가 오빠 팬이 되었다고 기뻐해 주는 찐팬의 다정한 온기를 안고 착석했다. 자리에 앉아 무대를 조용히 바라보며 객석 여기저기 켜진 응원 봉들의 반짝거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온 걸 들키지 않으려 만지작거리던 작은 응원 봉이 묘하게 큰 응원 봉들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돌아보니 나의 고교 시절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인 ‘마이마이’가 붐이 일었다.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가지지 못했던 ‘마이마이’, 친한 친구가 가진 빨간색 마이마이를 빌려 이어폰 너머로 흐른 노래는 주로 이문세나 조용필 가수의 노래였다. 이후 첫 사회생활을 할 때 혜성처럼 나타난 신승훈의 대표곡들은 스물두 살 아팠던 청춘을 보듬어주기에 충분했다. 친구 마이마이 너머 들었던 옛 가수들의 노래와 사회 초년생 시절 신승훈의 노래, 두 기억이 묘하게 겹치면서 콘서트는 시작됐다.
암전된 무대 위로 첫 곡이 흐르자 신기하게도 ‘리미티드 에디션’의 낯선 곡이지만 스물두 살에 한창 듣던 그의 미성은 여전히 내 기억 그대로였다. 찐팬들 사이에서 작은 응원봉을 어색하게 만지던 관찰자도 어느새 사라졌다. 객석 대부분은 팬들로 채워진 듯했지만, 아내나 여자 친구 손에 끌려온 남자분들, 그리고 나처럼 관찰자처럼 처음 온 관객들도 어느덧 슬며시 스며드는 콘서트의 풍경은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퇴직을 한 지 4개월째다. 퇴직하면서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적으며 하나씩 해보고 있지만 간혹 이렇게 예기치 않게 불쑥 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면서 퇴직 이후의 삶은 훨씬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의아해하던 딸의 시선을 뒤로하고 무작정 예매했던 이 콘서트는 당연히 리스트엔 없었다.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낯선 노래를 들으며 몸을 들썩이고, 처음 만난 찐팬의 환대에 흐뭇해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정해진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우연히 한 번씩 마주한 순간들이 결국 내 인생을 채우는구나!’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는 밤공기가 유난히 상쾌했다. 아는 노래 몇 곡 없었지만, 처음으로 다녀가는 콘서트장을 내 마음 구석 추억 공간에 소중히 저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처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도 그날의 콘서트장에서처럼 서툴고 쭈뼛대며 마주하겠지만 그 처음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줄지 알기에 기꺼이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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