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Survivability.
프랑스 르몽드(Le Monde) 보도에 따르면, 올해 8월은 역대 세 번째로 더운 달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위와 2위는 언제였을까? 바로 작년과 재작년이다. 즉, 최근 3년의 여름이 인류가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시기라는 의미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올여름 스페인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점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은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역시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며 생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폭염의 문제는 단순히 건강에 그치지 않는다. 기온 상승은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최근 한국에서 관측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즉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영향이 크다. 기온이 높아지면 날씨의 주기가 교란되고, 가뭄·홍수·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며 그 규모도 커진다. 올해만 해도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고, 강원도의 가뭄은 감자와 배추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 기준으로 9월 13일 현재 사과 가격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감자 가격 역시 20% 이상 올랐다. 마트에서 사과 한 개가 3,000원, 즉 약 미화 2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일반 사과 한 개 가격($1)과 비교할 때 두 배 수준이며, 임금 수준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체감 물가 부담은 훨씬 크다.
농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필자는 과거 농업 분야 국가 R&D 예산배분 업무를 5년간 담당하면서, “먹거리는 국민 생존과 국가 안보의 기반”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실제로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국민의 건강, 삶의 질, 나아가 사회 안정성까지 위협받는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향후 10년간 지속된다면 어떨까? 농지는 부동산이라는 특성상 작물 전환은 가능하더라도 입지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토 면적이 좁은 국가는 식량 자급률 하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식품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고,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다. 신선 농산물 접근성이 떨어지면 결국 가공식품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는 미국의 ‘푸드 데저트(food desert)’ 현상처럼 공중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며 가격 안정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농가의 경쟁력 약화와 수입 의존도 증가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농업계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농산물 교역이 확대될수록, 에너지·반도체 시장에서처럼 특정 국가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르몽드의 기사를 보며 느낀 것은, 이미 지구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임계점을 지난 지 3년은 된 듯하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애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산업 역시 폭염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과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머지않아 밀과 쌀 등 주요 곡물 생산도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식량 재앙과 유사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ESG의 ‘S’는 Sustainability, 즉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마주하며, ‘지속’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이제는 S를 ‘Survivability’ (생존가능성)로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하는데, 살아남을 산업도, 기업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