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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어는 못하지만 애는 착해요.

by 캐나다 부자엄마

영어는 못해도 진심은 통한다.


영어로 쭈삣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 유치원에서 일을 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프로베이션 즉 수습기간이 지났다는 뜻. 같이 일하는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이 센터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아무도 잘린 사람이 없다고 했다. 네가 작정하고 아이를 창문으로 던지지 않는 한. 그러면서 자기도 웃기는지 웃었다. 하하하. 그러니까 걱정 말라고 유영. 아무도 잘리지 않아.


내 다이어리엔 그동안 복잡한 내 마음이 구불거리는 글씨로 쓰여 있었다. 프로베이션 통과하기. 넌 할 수 있어. 이유영은 할 수 있다. 아자아자. 두 손 두 발이 오그라 드는 글. 이유영 최고. 세계최강 이유영.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뉴펀들랜드에서 난 끝없이 나를 응원했다.


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밑도 없이 끝도 없이 난 날 응원했다. 한국을 떠난 내가 뉴펀들랜드에서는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유치원 수습기간이 끝나는 날 자축의 의미로 팀홀튼에서 제일 큰 더블더블 커피를 샀다. 그래봤자 한국돈 3천 원도 넘지 않는 돈이었지만 나에겐 기쁜 날이었고 특별했다.


수습기간이 끝났다 해도 내 영어가 완벽해졌다거나 (하하)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영어를 다 알아듣게 된 건 아니었다. 늦지 않고 출근하고 실수하고 덤벙거려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내 맘을 그들은 알아주었다.


그들과 나는 평생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내 맘을 비웃듯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는 퇴근날에는 날 집 앞까지 태워주는 직장동료도 생겼다. 주말엔 집에 초대해서 칠면조 음식을 대접해 주는 직장 동료들도.


진심은 통한다. 쓰는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도 진심은 정말 통한다.


w의 발음을 못하는 나에게 자기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하라는 동료의 진지한 얼굴에 민망하면서도 고마웠던 기억. 내가 잘되기를 바랐던 뉴펀들랜드 동료들. 뉴펀들랜드 유치원 꼬마들이 내 말을 듣지 않고 딴청을 피울 때 날 도와주던 동료들. 모두 그들 덕분이었다.


찢어진 연처럼 중심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나부끼는 나에게 너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영어는 못해도 넌 좋은 사람이라고 날 응원해 준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을 등에 업고 오늘도 캐나다에서 총총거리며 발자국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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