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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존재가 남긴 다정함에 대하여

나를 살게 하는 것들

by 유리



사랑이란 반드시 말로만 전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사랑 안에 감추어진 감정들은

특별히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조용히 마음에 자리 잡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모르고 살았나 보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너무나 어두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고장 난 채로

부서진 채로

움직일 수 없이 멈춰진 시간들의

그 침묵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그때마다 곁에 있던 존재들은

나에게 특별히 무언가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보일 듯 말 듯 경계에 서서 곁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화려한 위로나 눈부신 말로 나를 감싸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곁에 있었고

말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내가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매서운 눈보라를 맞던 겨울나무가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초록잎을 마주하며 다시 그 앞서 있다.


긴 시간의 기다림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진정한 다정함을 발견한다.

침묵 속에서 따뜻한 이해와 깊은 공감을

비로소 보게 된다.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전하는

위로와 온기를 느낀다.

삶은 결국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조용히 곁에 머물러 주는 다정한 존재들

말없이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침묵들.


그것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나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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