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
- 꽃노래 -
나는 열부터 거꾸로 숫자를 세고 문 앞을 떠났다. 사람은 영부터 차례로 열까지 세고 문 뒤를 떠났다. 그때 그곳에 두드리지 않았던, 혹은 열어주지 않았던 문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문은, 그저 문으로 남았다.
- 황경신,「나는 토끼처럼 귀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중.
태초에, 서쪽 끝에 있던 높은 소리와 동쪽 끝에 살던 낮은 소리가 한 데 어울려 선율을 만들어 냈다. 그러자 북쪽에 지내던 덜 낮은 소리와 남쪽의 더 높은 소리까지 몰려와 유려한 음악이 된다.
특별한 노랫말을 지어 붙이는 일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오직 그들 만으로 아름다웠고, 그들 만으로 그리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 소리와 그리움, 그것만으로 넘치도록 과분했다.
그들로부터 전해진 그리움의 끈을 과감하게 당겨보기로 한다. 앞니 빠진 개구쟁이의 눈부심, 사춘기 소년의 서투름, 새내기 대학생의 혼란, 그리고 몇 해 전 잃어버린 나의 구원과 희망.
각각의 소리들이 치밀한 짜임으로 만들어낸 그리움 속에는, 내가 그때에 잃어버린, 다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나의 꿈들이 살고 있다.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