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명절 풍속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추석날 외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by 유미래


"얘들아, 이번 추석에는 여행 갈까?"

남편의 한마디에 바로 키즈 풀빌라를 예약하고 추석 전날 우리 가족은 여행을 떠났다. 우린 쌍둥이 손자와 함께 출발하고, 큰아들은 따로 출발하였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그치고, 여행을 축복이라도 해주듯 해님이 반짝인다. 출발하며 마음까지 상쾌하다.


이번 추석에는 명절 음식을 장만하지 않고, 대신 손자들이 좋아할 키즈 풀빌라로 떠났다. 추석 연휴라 길이 밀릴 것을 생각하고 서둘러 출발하려고 했지만, 손자 밥 먹이고 아들이 우리 집에 와서 10시경에 출발하였다. 풀빌라 입실이 3시라 시간은 넉넉하다.


목적지가 춘천이라 서울양양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꼬리를 문 긴 줄이 명절임을 말해준다. 고속도로 갓길에 '소형차 전용'이란 표시가 있고 승용차들이 앞다투어 달려간다. 소형차 전용도로라 우린 경차만 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들어가지 못했는데, 제네시스 G80도 승합차도 씽씽 달리고 있었다.


정말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승용차도 이용 가능한 도로였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정보가 없어서 죄 없는 사람을 욕할 뻔했다. '소형차 전용' 차선은 가변 차선으로 녹색 화살표로 표시될 때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손자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휴게소에 들르기로 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는 춘천 가기 전 유일한 휴게소가 가평휴게소 하나밖에 없었다. 휴게소에 가려고 끝 차선으로 들어섰는데 줄이 길다. 가까스로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차가 정말 많았다. 겨우 주차 자리를 발견하고 주차를 하였다. 휴게소를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명절에 처음 가는 여행인데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하게 회복한 것 같았다. 휴게소 화장실도 줄이 길고, 식당은 자리가 없어 식사조차 할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숙소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냥 간식거리 조금 사서 시장기만 면했다. 명절에 고향에 가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여행 가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휴게소에 여행객이 많으니 명절 기분은 났다.


키즈 풀빌라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손자들과 야외 수영장을 찾았다. 평소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지만, 차가 많이 밀려서 거의 4시간이나 걸렸다.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한 살 손자는 아빠와 수영장에서 즐겁게 놀다가 추운 것 같아서 실내풀로 들어와서 신나게 놀았다. 실내풀은 작지만, 물이 따뜻해서 저녁 식사하기 전까지 놀았다.


숙소에는 우리처럼 가족 단위로 여행을 오신 분이 많이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분도 있었고 아이들과 부부만 온 분도 있었다. 이제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대신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는 가정이 많음을 실감한다.



추석날 점심,
외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다음 날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손자들이 동물을 좋아해서 '해피초원목장'에 갔다. 목장에는 동물들을 방목해서 키우고 있었다. 양과 염소, 소 등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토끼와 양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당나귀도 탔다. 당나귀 타기는 1인당 5,000원이었다. 다섯 살 쌍둥이 손자가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한 명씩 씩씩하게 당나귀 타기 체험을 하여 대견스러웠다.


춘천에 왔으니 춘천 닭갈비는 기본으로 먹어야 한다. 며느리가 미리 춘천이 고향인 친구에게 추천받은 숯불 닭갈비 집으로 갔다. 닭갈비 가게가 많았지만, 가게마다 붐볐다. 우리가 찾아간 가게는 유명한 곳인지 주차장에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아들과 며느리가 줄을 섰는데 대기 줄이 길었다. 예전에는 명절날 당일에 문 여는 식당이 거의 없어서 집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명절 점심에 외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깜짝 놀랐다. 우리처럼 여행을 온 사람일 수도 있고,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차례 지내고 점심은 닭갈비로 대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식당은 실내와 야외 테이블, 신관 구관 등 아주 큰 음식점인데도 거의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닭갈비와 더덕을 숯불에 구워 먹고, 막국수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주문했다. 어른 두 명당 2인 세트를 주문했는데 양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더덕구이도, 닭갈비도, 막국수도 맛있었다. 내가 먼저 먹고 손자를 안고 밖으로 나가서 봐주는 사이에 엄마, 아빠도 식사하였다. 아이들이 어려서 식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축구 좋아하는 작은 아들이 춘천에 왔으니 무조건 손흥민 체육공원에 있는 카페에는 꼭 가야 한다고 했다. 남이섬에 갈까 하다가 운전하는 아들을 위해 손흥민 카페인 '인필드'에 갔다. 거기도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명절에 집에만 있지 않고 볼거리, 즐길 거리를 찾는 것 같다.


명절 풍습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이번 추석 연휴는 6일이나 되다 보니 고향을 방문하고 와도 시간이 남는다. 해외에 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 명절에 소비가 촉진되어 내수 활성화로 서민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며느리가 가족여행 오니 좋다며 내년에는 좋은 곳에 일찍 예약하고 여행 가자고 한다. 손자도 즐겁게 놀고, 어른들도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괜히 나이 들었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바뀐 시대에 적응하며 융통성 있게 살아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