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지. 이렇게 곁에 있는 것도 고맙고, 내가 못하는 다양한 일을 해 주는 것도 고맙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도 고맙고, 나보다 더 믿음이 좋아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것도 고맙다.
"갑자기 왜요?"
"실비 보험도 없는데 이렇게 건강하니 고마워해야지."
그거였구나. 남편은 실비 보험이 없다.
"당신 실비 보험 없으니, 아프면 안 돼."
라고 말했지만, 남편에게 정말 미안했다.
두 아들 20대에 실비 보험을 들었다. 작은아들은 군대 다녀와서 복학해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큰아들은 운동을 전공해서 중간에 맥이 끊길 것 같아 대학을 졸업하고 늦게 군대에 가서 그 당시 군인이었다.
어느 날 생각지도 않았는데, 보험 회사 직원이 전화해서 아들 두 명과 나, 세 명 실비 보험에 가입하라고 했다. 그 당시 건강 관련 보험을 들었었는데 해지하고 실비 보험으로 바꾸면 혜택이 많다고 했다. 보험료도 저렴해서 괜찮을 것 같아 알았다고 했다. 작은 아들과 직접 통화하고, 큰아들은 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화하고 세 명 모두 실비 보험에가입했다.
보험료도 3만 원대라 세 명 보험료가 11만 원 정도 되었다. 그때 남편 보험은 왜 가입하지 않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보험사 플래너가 남편도 들라고 했으면 함께 가입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그 때문에 요즘 남편이 조금 삐졌다. 마누라가 아들만 생각하고 본인 생각은 전혀 안 했단다. 할 말이 없다.
아들들 보험료는 내가 계속 내주다가 장가가면서 둘 다 넘겨주었다. 작은 아들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디스크가 터져서 시술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했고, 큰 아들도 병원비가 많이 나올 때 청구하였다.
아들과 며느리가 좋은 실비 보험을 들어주셔서 고맙다고 한다. 비 갱신 보험이라 보험료도 오르지 않는다. 가끔 보험 플래너가 전화해서 보험 계약을 다른 상품으로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그냥 두라고 했다. 옛날 보험이 좋다.
나도 38,000원 정도 내던 실비 보험을 8년 전에 갈아탔다. 같은 보험사에서 연락받고 가지고 있는 보험을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였다. 기존 보험이 80세 만기이니, 100세까지 보장되는 걸로 바꾸자고 했다. 그 당시 보험료가 49,000원이라서 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될 것 같아서 바로 가입했다.
하지만 함정이 있었다. 갱신형이라 매 년 보험료가 오른다. 매년 조금씩 오르더니,올해는 매달 149,444원씩 내고 있다. 10만 원이 넘게 올랐다. 100세까지 살 지 모르지만,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퇴직하고 연금으로 사는데,매년 오르는 보험료가 무섭다.
물론 실비 보험 덕분에 매월 타는 고혈압약 비용도 돌려받고, MRI 촬영비, 물리 치료비 등 등 해당되는 병원비를 청구하여 돌려받는다. 실비 보험이 있어서 병원비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오늘도 감기가 심해서 수액을 맞았다. 수액 비용도 전액은 아니지만, 90% 정도는 돌려받는다.
남편은 실비 보험이 없다
문제는 남편이다. 남편은 지금까지 건강하여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남편 말처럼 감사하게 생각한다. 여름이 지나고 남편이 팔이 저리고 아프다고 했다. 아무래도 목 디스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젓가락질도 잘 안되어 음식점에 가면 쇠젓가락이 불편해서 나무젓가락을 달라고 한다. 신경외과에 예약하고 검사를 하였다. X-RAY로 안 되어 목과 팔 MRI를 촬영하였다. 비용이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검사 결과를 보러 갔는데, 목 디스크가 심하다고 했다. 디스크 수술을 하면 50% 정도는 회복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목 수술뿐만 아니라 팔 수술까지 두 군데를 해야 해서 비용도 만만찮았다. 천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한단다.
수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아들이 우선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좀 더 정확하게 진단받아보자고 했다. 주변에서 목 수술 하신 지인도 수술은 섣불리 하지 말라고 한다. 수술했지만, 지금도 아픈 것은 여전하다고 한다.
요즘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수술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술해서 완쾌된다면 당연히 수술을 할 거다. 50% 정도 회복이라고 하지만, 그 보다 회복될 확률이 적다는 말이니 망설여진다.
난 건강하게 살거야(사진출처 :Pixabay)
남편 앞으로 가입한 실비 보험도 없어서 수술비도 부담된다. 대신 암보험과 건강 관련 보험(사고, 뇌혈관 등), 운전자 보험은 가입했다. 지금이라도 실비 보험에 가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가입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겠다.
다행히 요즈음 저린 증상과 통증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가입하지 않아 보험료를 내지 않았으니, 그 돈은 저축했다고 생각해야겠다.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해 보고 수술은 결정하려고 한다. 제발 수술 안 해도 되면 좋겠다.
'실비 보험이 없으면 아프지 말아야한다.'는 말이 요즘 진리처럼 느껴진다.남편이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