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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an 15. 2024

쌍둥이 손자의 소원, 지하철 타기


쌍둥이 손자가 2주 만에 이번 주말에 왔다. 올 때마다 관심도가 달라진다. 얼마 전까지는 세계국기에 관심이 많아서 영상도 세계지도와 국기만 보았다. 세계 지도 퍼즐을 추고 국기 색칠하기 등을 하며 놀았다. 그 많은 나라 이름과 수도, 국기를 다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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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역사에 관심을 가져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을 말한다. 이해를 하는 건지 신기했다. 노래도 '우리나라를 빛낸 100인의 위인들"을 다 외워서 불렀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엄마 아빠와 3박 4일로 경주에 다녀왔다. 경주에 가면 첨성대와 불국사, 커다란 능을 보고 싶다고 하더니 잘 보고 왔다고 한다.


그러던 둥이가 이번 주는 지하철에 푹 빠졌다.

"할머니, 검암역에서 공항철도 갈아타고 서울역에 가서 1호선 타고 소요산역 고 싶어요."

"거긴 아주 멀어서 2시간도 더 걸릴 텐데."

"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


수도권 노선을 거의  안다.


마침 토요일에 둥이 아빠가 회사에 일하러 갔다. 남편이 이 소원도 들어줄 겸 지하철 타고 인천공항에 가서 어묵을 사 오자고 했다. 예전에 한번 인천공항 2 터미널에서 부산 어묵을 사 온 적이 있었는데 맛있게 먹었다.


지하철 타러 간다는 소리에 둥이는 신났다. 외출 준비를 하고 쌍둥이 손자와 지하철을 타러 갔다.

나가보니 날씨도 많이 춥지 않았다. 양쪽 손에 한 명씩 잡고 신나게 걸어갔다. 지하철역이 바로 아파트 앞이라 금방 도착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노선도를 쳐다본다. 오늘 갈 노선을 확인하는 거다. 벌써 노선도를 다 외워 다음 역을 다 말한다. 인천 2호선을 타고 검암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할머니, 지하로 다니면 지하철이고, 지상으로 다니면 전철이지요?"

둘째 연우가 말한다. 똑똑한 손자다.


낮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좌석은 경로석 두 자리만 비어있었다. 경로석에 앉아 계신 분이 자리를 바꿔 주어서 신발을 벗기고 창문 쪽에 앉혔다. 보이는 것이 다 신기한 듯 신나서 목소리가 커졌다. 영종 대교를 지날 때 다리 이름을 물어보며 신나 했다.


운서역에 도착하자 지난번에 와 봤다며 아는 척을 했다. 지난가을에 운서역에 내려서 둥이와 건강백년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기억력이 참 좋다. 드디어 인천공항 2 터미널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묵 가게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여행객이 많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둥이 손잡고 남편을 따라갔는데 남편이 가게를 못 찾아서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그 사이에 어묵가게가 폐점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다니, 이럴 땐 할 말이 없다.


남편이 맛있는 짜장면집 있다고 먹고 가자고 했더니 둥이는 집에 가서 사리 곰탕면 먹는다고 했다. 둥이는 입이 짧은 편이라 잘 안 먹는다. 그래도 짜장면은 먹을 줄 알았는데 안 먹는다고 해서 다시 공항철도를 타러 내려갔다.


아직은 씩씩하게 잘 걸어 다닌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유리창 있는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신발을 벗고 아예 올라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출발했다.  때보다 힘이 없다. 집에 있으면 낮잠 잘 시간인데 졸린 것 같다. 큰 손자가 청라 국제도시역쯤에서 자기 시작했다.


검암역에 내리자 잠이 안 깨서 안아달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안고 내가 가방을 들고 연우 손을 잡고 걸었다. 다행히 지우가 열차를 갈아탈 때 잠이 깨서 집에 잘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사리곰탕면을 많이 삶아 달라고 해서 두 개를 삶았다. 점심때가 지나서 배가 고플 거다. 사리곰탕면 두 개를 하나씩 싹싹 다 먹고 바나나까지 먹었다. 오늘은 낮잠 안 잔다며 논다. 남편과 나는 오다가 상가에서 사 온 순대와 떡볶이로 점심을 때웠다. 그것도 꿀맛이었다.


가까울 것 같은 인천공항 2 터미널역에 다녀오느라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도 둥이가 좋아해서 잘 다녀왔다. 다음에는 서울역에도 꼭 가자고 한다. 그까짓 소원쯤이야 할머니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그저 우리 둥이 건강하게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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