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은 슬픔과 자식 잃은 아픔
드라마 '원더풀 월드'를 시청하며
김남주 배우를 좋아한다. 어느 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김남주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MBC 금토 드라마 <원더풀 월드>이다. 나는 성격상 드라마를 볼 때 꼭 1회부터 본다. 다시 보기를 통해 그동안 못 보았던 1, 2회를 보게 되었다. 첫 회부터 긴장감이 느껴졌다.
<원더풀 월드>는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직접 차로 돌진하여 처단한 은수현(김남주 분)이 그날에 얽힌 미스터리 한 비밀을 파헤쳐 가는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대학 교수이며 작가였던 수현은 아들을 죽인 권지웅을 차로 치어 살인죄로 감옥에 간다. 음주 운전으로 아이를 죽였는데 무죄를 선고받은 권지웅에게 아들에게 한 번만 용서를 빌어 달라고 했다. 지웅은 수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반성도 안 했다. 교도소에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잘 견디고 다시 세상으로 나와서 남편 수호와 함께 다시 시작한다. 잘 살 것 같았던 수현에게 선율(차은우 분)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일들로 수현을 힘들게 한다.
선율은 수현이 차로 죽인 권지웅의 아들이다. 엄마마저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병원에서 기도 삽관으로 식물인간처럼 지내고 있다. 수현을 향한 선율의 복수는 하나씩 시작되고 둘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 다 안쓰럽고 불안해 보인다. 그냥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자식을 잃은 엄마와 부모를 잃은 자식 중에 누가 더 슬플까? 누구도 그 답은 알 수 없다. 나는 자식을 잃은 경험이 없지만, 다 큰 대학생 딸을 잃은 지인이 있다. 딸을 잃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검정 옷만 입고 산다. 멋쟁이였는데 머리 염색도 안 하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드라마 속 은수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감옥에서 석방되고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간다. 재판을 받을 때 판사 앞에서 다시 그날이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거라고 말했다. 아들을 생각하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낀다. 어서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극 중 선율은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머리가 좋아 의대에 들어갔지만, 자퇴하고 나와 자동차 폐차장에서 일하며 산다. 대권주자인 김준을 돕는다. 김준은 선율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다. 김준은 심장 재단을 통해 선율의 심장병을 치료해 주었고, 입원하고 있는 엄마의 병원비를 내준다. 선율이 아버지와 어떤 거래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선율에게 아버지처럼 생각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준은 드라마에서 악의 축으로 설정되어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선율은 엄마에게
"엄마가 흘린 피눈물에 비하면 그 여자(은수현)는 아직 멀었어요."
"내가 다 갚아줄게."
라고 말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다시금 실감되었다.
작년 봄에 친정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1년이 지났지만 보고 싶고 그립다. 친정엄마는 87세에 돌아가셨는데 작별 인사도 못하고 갑자기 떠나셔서 더 안타깝다. 드라마 속에서 선율이는 갑자기 떠난 아버지를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엄마마저도 의식 없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짐작이 된다.
이제 10회까지 방송되었다. 그동안 의식이 없던 선율이 엄마가 돌아가셨다. 수현이 선율에게 엄마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말한다. 왠지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엄마 핸드폰이 짐 정리하다가 발견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선율 복수가 계속될지, 수현은 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아픔을 간직한 수현과 선율이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과 화해할지도 기대가 된다.
3월 1일에 시작된 드라마는 4월 13일에 종영이라고 한다. 나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몰아보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원더풀 월드>는 본방 사수하고 있다. 드라마의 엔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수현 아들이 사고당하던 날 미스터리도 밝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