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충무로에서 한반도 문학 신춘문예 신인상시상식과 봄호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남편과 둘이 갈까 생각하다가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는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가자고 했다. 일부로라도 가는데 기회 있을 때 데리고 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공항철도 타고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면 되기에 손자에게 신나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영상 통화하다가 쌍둥이 손자에게
"지우 연우, 지하철 타고 충무로 갈까?"
망설임 없이 바로
"갈래요."
라고 말한다.
주말에 작은아들과 쌍둥이 손자가 왔다.
"지우 연우! 충무로 가려면 할머니 동시 읽어야 하는데......"
동시가 뭐냐며 꼭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 집에서 몇 번 연습하였지만 아직 유치원생이라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 한반도문학 봄호 신춘문예 동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상식에서 시와 동시 수상자는 지은 시를 낭송하고, 수필 수상자는 소감으로 인사말을 대신한다고 했다. 동시를 내가 읽는 것보다 여섯 살 손자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실수해도 어리니까 오히려 귀여울 것 같았다.
시상식이 11시라 서둘러 준비하였다. 손자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먹이고 우리도만들어 둔 샐러드 빵을 커피와 먹었다. 작은아들이 같이 간다는 말이 없어서 안 갈 줄 알았는데 함께 간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손자 둘을 데리고 외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아빠가 함께 가니 든든했다.
손자는 출발하기 전부터 신났다. 옷을 입혔더니 현관에 먼저 나가서 기다린다. 민들레꽃 좋아하는 손자는 걸어가며 민들레꽃을 하나씩 꺾어 들고 간다. 영산홍이 피려고 분홍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라일락이 향기를 전해준다. 세상이 온통 꽃잔치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시상식을 하게 되어 참 좋았다.
검암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고 서울역까지 갔다. 마침 검암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라서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신나 하는 손자들이 귀엽다. 한강을 건널 때는 혹시 손자들이 좋아하는 롯데타워가 보일까 봐 기대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보이지 않아서 손자들이 실망이 컸다.
서울역에서 4호선을 갈아타는 구간이 길었지만 할아버지가 길을 잘 알아서 헤매지 않았다. 충무로역은 몇 정거장 안되어 금방 도착했다. 시상식 장소는 대한극장 옆에 있는 한국문학협회 명성문화예술 센터였다. 장소도 대표님이 무료로 대여해 주셨다고 했다. 지하도에서 꽃다발을 사서 시상식 장소에 갔다.
이번 시상식에는 브런치스토리 글벗 세 명이 수상을 하게 되어 더 반가웠다. 늘 글로 만났는데 이렇게 얼굴 뵐 수 있어서 반가웠다. 처음 뵙는데도 오래 만난 분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인사를 나누고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수상패도 그동안 받은 어떤 것보다 예뻤다.
드디어 두 번째 우리 차례가 되었다. 연우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오늘은 지우와 둘이서 무대로 나갔다. 가볍게 인사말을 전하고 지우가 낭송할 차례가 되었다. 낭송할 동시를 펼치는데 끼운 종이가 케이스에서 떨어져서 회장님 도움으로 무사히 끼우고 시작할 수 있었다. 지우에게 마이크를 대주고 속으로 함께 읽었는데 다행히 잘 읽었다. 중간에 연우가 샘이 났는지 나와서 함께 인사하고 들어왔다.
충무로는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몇십 년은 된 것 같다. 감회가 새로웠다. 날씨가 28도라 여름 날씨다. 손자에게 반팔을 입히고 겉에 카디건을 입히길 잘했다. 카디건을 벗기고 반팔로 다녔다. 2부 출판 기념회에서 사무국장님이 시낭송을 해 주셨다. 너무 감동이 되었다. 시 낭송을 들으며 2학기 노인복지관 수업으로 시낭송을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다른 문예지 시상식에도 가 보았지만,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시상식이라 좋았다. 한반도문학 권태주 회장님도 브런치 스토리 작가시다. 혹시 문예지로 시나동시, 수필이나 소설로 등단하고 싶으신 분은 한반도 문학 여름호에 작품을 공모하셔도 좋겠다.회원 중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님도 많이 계셔서 낯설지 않다. 오늘 시상식에서 손자와 함께 동시 낭송한 것은 추억이 되어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