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보통 7월과 8월을 휴가의 계절이라고 한다. 나도 예전에는 꼭 7월 말이나 8월 초에 휴가를 다녀왔다. 고향이 강릉이라서 부모님이 계실 때는 꼭 강릉으로 휴가를 갔다. 강릉에서 경포 바다나 주문진 바다에 가서 이틀 정도 보내고, 오죽헌 같은 강릉 관광지를 하루 정도 돌았다. 집에서 부모님과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쉬며 4박 5일 정도를 보내고 왔다.
지난해는 남편과 8월 초에 진주, 거제, 남해로 휴가를 다녀왔다.퇴직했지만 나도 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출근하고 있었고, 남편도 회사에 출근하고 있어서 휴가 기간을 이용했다. 우리 둘 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기대하며 떠났다. 물론 진주의 진주성이나 거제의 바람의 언덕과 외도 보타니아, 통영 케이블카로 올라간미륵산과 동피랑 등 모두 좋았다.
거제의 '바람의 언덕'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숨쉬기도 어려웠고 걷기도 힘들었다. 특히 거제의 바람의 언덕에 오를 때는 걸음이 걸어지지 않아서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신 후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남해 여행을 다녀오며 이제부터 가장 더운 여름에는 휴가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6070 여름휴가, 이렇게 즐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60, 70대이다. 오늘도 퇴직 전에 방학마다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던 모임 선생님 여덟 분을 만났다. 휴가를 어떻게 보낼 예정인지 여쭈어보았다. 직장에 다니시는 분보다는 퇴직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꼭 여름에 휴가를 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신다.그냥 시간 있을 때 가끔 다녀온다고 하셨다.
한 분은 아직 일하고 있어서 휴가 기간 동안 다른 데 가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한 도서관이 최고라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여유 있게 도서관에 가서 몇 시간 책을 읽고 오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한다. 국립중앙도서관 같은 경우는 구내식당도 있어서 오천 원으로 점심 식사도 할 수 있다. 식사 시간도 11시 30분부터 14시까지라 넉넉하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오고 요즘 도서관도 잘 되어 있어서 편안한 의자도 많다고 한다. 카페는 음악도 나오고 이야기하는 소리도 시끄럽고 나이 든 사람이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도 보여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는데 도서관은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조용하여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한다.동네마다 구립, 시립 도서관이 있으니 휴가를 도서관에서 보내도 좋겠다.
잠실 롯데타워 4층 '아크 앤 북'서점
주변에 큰 도서관이 없으면 백화점 등에 있는 서점을 이용하면 된다. 지난번에 방문한 잠실 롯데 타워 4층에 있는 '아크 앤 북' 서점은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고 푹신한 소파가 있어서 참 편안했다. 주변에 브런치 카페도 있어서 중간에 브런치를 먹고 오후까지 있어도 좋았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여기보다 더 좋은 피서 장소는 없을 듯하다.
요즘 6070 휴가는 컨셉이 있는 펜션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주로 예약은 자녀들이 해주지만, 만족도가 높다. 우리도 이번 여름휴가를 가족 스냅사진을 찍어주는 펜션으로 떠날 예정이라 공감이 된다.
펜션에 가서 쉬면서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온다고 한다. 나이 들면 소외감도 생기고 우울증이 오기에 세끼 밥도 해주고 명상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펜션이 있다고 한다.
펜션 주변에 요즘 대세인 황톳길도 있어 맨발 걷기도 할 수 있어서 마음 건강도 챙기고 몸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니 식사까지 해결되니 일석삼조라고 해야 할 것 같다.물론 펜션이 아닌 자연 휴양림에서도 이런 휴가는 가능해서 꼭 펜션이 아니어도 찾아보면 좋은 장소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휴양림은 국립자연휴양림이 40여 곳 되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도 있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 자연 휴양림은 사전 예약이 필수라서 꼭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45개 국립자연휴양림 예약은 ‘숲나들e’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고 원하는 지역과 날짜, 참석 인원 등을 선택하여 예약하면 된다.
성수기 자연 휴양림은 대부분 추첨제로 운영되어 첫날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성수기는 7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로 이미 예약이 끝났지만 포기하는 분들이 있어서 원하는 자연 휴양림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할 수도 있다.
요즘 휴가 트렌드가 ‘여름휴가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서 휴식이 진정한 휴가임을 꼽는다. 그런 의미로 자연 휴양림에서 호젓한 숲속을 산책하고 시원한 계곡에서 발 담그고 노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다.
고성 라벤더 축제
또 다른 60대 후반 지인은 국내 여행을 가끔 다닌다고 한다. 외국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어 요즘 국내 여행을 선호한단다. 가장 더운 여름은 피하고 봄과 가을에 날짜를 정해서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여 고성의 라벤더 축제를 비롯해서 순천 정원 박람회, 여수 등 여러 곳을 다녀왔다고 한다.
더운 7, 8월은 쉬고 9월에 또 갈 예정인데 나도 같이 가자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당일 여행도 있고 1박 여행도 있는데 여행비도 저렴하다고 하니 마음이 끌렸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캠핑장
더운 여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휴가보다는 숲속에 있는 캠핑장에 가서 텐트를 치고 며칠 쉬다 오는 70대 초 지인도 있다. 캠핑카를 가지고 있으신 분도 계시지만, 캠핑카가 없어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매년 휴가 때마다 가는 강원도의 캠핑장이 있는데 옆에 계곡도 있고 계곡에 물고기도 많아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며 즐겁고 한가롭게 지내고 온다고 하셨다.
아침에는 캠핑장 근처에 있는 산책로를 산책하고 계곡에 발도 담그며 시원하게 며칠 보내고 오면 그 기분으로 한동안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캠핑장에 샤워 시설도 있고 직접 밥을 해 먹을 수 있으며 캠핑장 사용료만 내면 된다고 하니 큰돈 들이지 않고 며칠 힐링하고 올 수 있겠다.
작년에 다녀온 춘천에 있는 키즈 풀 빌라
6070은 손주들과 휴가 가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라서 우리 가족도 올여름휴가는 아들 며느리 손자와 함께 키즈 풀빌라에 가서 충분히 쉬고 오려고 한다. 손자들과 아들 며느리는 풀빌라에서 수영도 하고 다양한 놀이로 즐길 수 있고, 우리 부부는 쉬기도 하고 바닷가 산책도 하며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겠다.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손자들과 다 같이 하고 또 따로 하는 놀이는 우리 부부는 따로 하면 서로 불편하지 않아서 좋겠단 생각이 든다.
휴가가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보내려고 가는 휴가인데 힘들어도 안 된다. 시부모 모시고 가는 휴가가 며느리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평소에도 편하게 만나기에 이번 휴가도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손자들에게 맞추려고 한다. 손자들도 할머니를 좋아해서 아들 며느리가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 시간에 손자를 돌봐 주어야겠다.
휴가도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해야 휴가도 갈 수 있다. 오늘 지인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셨던 맏언니가 아파서 나오지 못했다. 지금 75세이다. 휴가도 중요하지만, 나이 들면 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식생활, 꾸준한 운동, 마음 챙김 등에 힘써야겠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건강하고 즐겁게 여름휴가 다녀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