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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복지관에서 만난 재미있는 '스마트폰 AI 수업'

챗GPT로 그림, 제미나이로 동화, 그록으로 동영상, 수노로 작곡까지

by 유미래

지난 9월부터 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폰 AI' 수업을 받았다. 수업은 7월부터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 못하다가 9월부터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챗 GPT에게 그림 그려 달라 하고, 모르는 걸 물어보며 몇 시간씩 인공지능과 논다는 지인들 이야기에 "뭘 배워. 네이버에 물어봐도 다 알려주고, 사진은 내가 찍은 걸 쓰면 되지." 하고 생각하며 망설였다.


처음 키오스크(무인 주문기, 무인 계산기)가 들어왔을 때가 생각났다. 지인 모임으로 음식점에 가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였는데 직원이 가져다준 음식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었다. 똑같은 피자가 두 판이었다.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서로 쳐다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뭘 잘못 눌렀나 봐."

"괜찮아. 그냥 먹으면 되지."

"이제 주문이 어려워서 음식점에서 밥 먹기도 어렵겠어."

"그냥 직원에게 말로 주문하는 식당에 찾아가야겠어."


이랬던 우리가 지금은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잘한다. 카페에서 커피 주문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주문도, 음식점에서 음식 주문도, 심지어 영화관에서 영화표 출력도 키오스크로 척척 잘한다. 여러 번 하다 보니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키오스트 사용처럼 미래에는 AI(인공지능)를 모르면 불편하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배울 기회가 있을 때 배워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노인 복지관에서 AI 수업받으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진작 배울 걸 후회가 되었다.


그림 그려주고, 동화 만들어주고, 노래 작곡까지 해주는 인공지능


처음 배운 것은 챗 GPT였다. 사진을 유행하는 지브리풍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여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면 친절하게 바로 알려주었다. 모임 근처 맛집도 물어보고, 음식 만드는 법을 물어보면 재료, 만드는 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요약해 주었다. 거기다 "필요하면 초간단 버전, 아이용 순한 버전, 식당 스타일 진한 버전도 알려드릴까요?" 하며 추가 질문도 해주었다.

챗 GPT가 만들어준 그림


AI 수업받기 전에는 인공지능 하면 챗 GPT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양한 인공지능이 있었다. 구글 인공지능인 제미나이는 스토리북 기능이 있어서 프롬프트(AI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 쓰는 말로 지시어, 명령문)만 넣어주면 1,2분 안에 그림책을 만들어주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초등학교 1학년 쌍둥이 형제 지우와 연우가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동화를 써줘. "


명령어는 글로 써도 되고 말로 해도 되는데 '지우 연우의 자전거 여행'이란 제목으로 동화를 금방 만들어주었다. 더 신기한 것은 12 페이지 동화에 그림도 열두 개를 그려서 그림책으로 만들어주었다. 동화를 위기나 갈등 상황 등을 넣어서 수정해 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다시 만들어준다.


동화책에 들어간 그림

요즘 나를 푹 빠지게 한 인공지능 '마음을 담아'와 그록(Grok) 앱이다. 추석 전에 추석 인사 카드를 만들고 움직이는 동영상 만드는 것도 배웠다. 가끔 카카오 톡방에 문구 넣은 그림 카드가 올라와서 '이런 건 어떻게 만들지.'하고 궁금했다.


특히 명절이나 연말이면 그림 축하 카드가 많이 올라오고 동영상 카드도 올라오는데 이번에 인공지능 수업받으며 배운 걸로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보내니 뿌듯했다. 오늘도 찍은 공원 사진에 인사말을 넣어서 움직이는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마음을 담아' 앱에서 만든 카드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노 AI'로 노래 만드는 것까지 배우고 나니, 내가 지은 시나 동시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어찌나 행복한지 이제라도 인공지능 수업에 참여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명령어만 넣어주면 가사까지 만들어 작곡을 해 준다.


다음은 내가 지은 동시로 수노 AI로 동요를 만들어 보았다. 명령어는 '여자 어린이가 부르는 경쾌하고 밝은 동요'로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네 가지 동요를 만들어주었다. 무료버전 두 가지와 유료 버전 두 가지다. 나는 아직 AI 앱을 유료 버전은 사용하지 않고 무료 버전으로만 활용하는데 무료 버전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제목 : 가을이 좋아요

빨강빨강 단풍잎 따다 엄마닭 만들고
노랑노랑 은행잎 주워 노랑나비 만든다.
엄마닭은 꼬끼오 아침을 알려주고
노랑나비는 나풀나풀 따라오라 춤춘다.
가을은 가을은 어딜 가나 예쁜 그림 같아 좋다.

파란 파란 하늘엔 비행기가 지나가고
알록달록 공원엔 아이들이 뛰어논다.
파란 가을 하늘은 바다보다 푸르고
알록달록 공원은 무지개보다 멋지다.
가을은 가을은 어딜 가나 예쁜 그림 같아 좋다.


https://suno.com/s/EDEST0Rh04Ia48jR


배우니 참 좋다


노인 복지관 '스마트폰 AI 수업'은 지난주로 끝났다. 수업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신세계를 만난 것 같다.'는 거다. 이번 수업에는 60대와 70대 분들이 참여하였다.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해가 조금 느려도 강사님이 천천히 친절하게 알려주고, 수업에 보조 강사도 있어서 수업하는 동안 불편하지 않았다. 수업에선 인공지능 활용뿐만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스마트폰 기능까지 배워서 이제 아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일상이 될 거다. 주변 노인 복지관이나 구청, 도서관 등에서도 인공지능 수업을 찾으실 수 있으니 나이 들었다고 망설이지 마시고, 수업에 참여하여 배우면 일상이 더 즐겁고 편리할 거다. 정부에서도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간다고 하니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는 나이 들어도 꼭 필요한 수업 같다.


수업은 끝났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일상에 활용하면 일상이 즐겁고 재미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긴다. 인공지능 수업을 받으며 내가 젊어진 것 같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보람 있는 수업이었다. 만약에 인공지능 수업받을 기회가 있으면 또 참여하려고 한다. 배움은 끝이 없으니까.


*대문사진 : 내 사진을 글 쓰는 모습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제미나이가 맘에 쏙 들게 만들어 주었어요.



https://omn.kr/2g3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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