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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디 Jul 29. 2023

밑미, 에세이 리추얼


예전엔 돈 버는 일, 각박한 세상 어딘가에 내 자리를 잡고 사는 일이 제일 중요했는데, 요즘 은 싱크대 거름망을 씻거나 나물을 먹기 좋게 다듬는 것과 같이 내 살림을 가꾸는 일이 돈 버는 일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언젠가는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 곳곳을 누비고, 이 사람 저 사 람 만나며 끊임없이 영감을 받고, 그리고 쓰고..이게 꿈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이 렇게 살림살이, 세간살이를 구석구석 보살피고 사용하고 정리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정성껏 요리해 든든히 먹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여유를 잃으면 더 슬플 정도로.

- 귀찮,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중



최근에 그런 말을 내게 한 적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흘러가능 것 같으면 더 천천히 하자고 말이다. 더 빨리 해야 계획한 일을 일을 할 수 있을텐데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럴 때밀수록 멈춰서야 한다는 맡이다. 그런 느낌인 드는 것은 한 순간도 제대로 된 속도감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처 보내고 소출히 했던 시간은 반드시 언젠가 데가를 치르게 된다. 한 번에 많은 일을 하며 바쁘게 사는 내가 좋았던 때도 있지만 결국 음미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행복을 느려면 한 발짝 물러나 멈추어 서서 가만히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다. 슬픔도 쓸데없는 걱정도, 꿈도, 나도 그렇다.


여름에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설거지를 하는 작은 움직임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진짜 헬스라도 했다면 모르겠는데 황당한 상황이지만 확실히 지쳐버린다. 이런 날에 나름 나를 위해 밥을 짓고 불을 켠다는 것은 대단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을 때는 밥을 직접 만들지 않았거나 그런 순간을 마지막으로 언제 그랬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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