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일천구백 몇 십 몇 년'이 아니라 '활자의 폭풍이 몰아친 여름'으로 기억된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많은 것을 삼켜버릴까봐 조금 겁이 난다. 오늘은 이상하게 글을 자꾸 고치게 된다.
좋은 편지란 어디서 주워들은 좋은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고싶은 말만 쓰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행복이 전염된 하루였다. 세상이 143일차인 아기와 어느새 턱받이 단추를 한 손으로 채우는 능숙한 엄마가 된 언니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처럼 낯선 손님이 와도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는 지극히 둘만의 일상이 교차하는 동안, 인사치레는 벗겨지고 진짜 이야기들을 턱턱 내놓게 됐다. 덩달아 언니도 회사에 가기 싫어서 그랬다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엄마이기 이전의 삶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언니를 조금 안답시고 갖고있던 인상이 전부 헛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니도 내가 그렇게 보였으리라. 화장한 얼굴을 휴지로 문질러 한 겹씩 민낯에 가까워지고, 그 모습이 더 내 마음에 든다.
끝이 정해진 책을 읽을 땐 눈이 어쩐지 더 반짝인다. 이제 타이머를 끌 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