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문화 2024 봄호]
광활한 우주에 조명이 켜졌고
푸른빛이 흐른다
늙은 배우는
명왕성을 돌린다 아기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행성이지만
쳇바퀴의 최선을 돌린다
코트 안에서 손수건을 던졌는데 얼음이 떨어진다
그녀는 코트를 털며 관객을 향해 소리친다 박탈은 안개 맛이야
우리는 객석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명왕성은 명왕성이야 네가 말할 때 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우주는 충분한 빛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고슴도치 새끼에게 동그란 조명이 켜졌다
짧은 꼬리를 돌리면서 자전 연습을 한다 다람쥐꼬리가 아니야 쥐꼬리도 아니야 명왕성의 기분을 아니까 책상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한다
독백은 무대 위로 흐르고 지구와는 다르게
명왕성은 시계 방향으로 자전을 한다
늙은 배우는 관에 직선으로 누워 있다 스피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명왕성이 안부가 되게 해 주세요
고슴도치 새끼는 슬픔을 멀리 던지기 위해
쳇바퀴를 돌린다 명왕성의 최선의 밤을 돌린다
늙은 배우와 무관하게
행성들은 공전을 한다
어떤 행성에선 결혼식을 하고 지구에선 아이가 태어난다 명왕성에서 이메일이 도착한다
투명한 잎사귀처럼 몸을 흔드는 고슴도치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객석에 불이 켜졌다
우리는 박수를 쳤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누군가는 시계 방향으로 돈다
우리는 헤어져
혼자
무대에서 공전과 자전을 한다
나는 사라지는 것처럼
길을 걷다가
오래 서 있었다
-[시와문화] 2024 봄호, 121~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