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에서 뛰기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by Jay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쉽사리 잠이 깨지 않아 힘들게 침대를 벗어나지만, 운동복을 갈아입고는 비몽사몽 집을 나선다. 매일 걷던 코스를 뛰기로 바꾼 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발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도록 하면서,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뛰는 슬로우 러닝은 어렵지 않겠단 나의 예상과는 달리 발목 통증이 생겼다가 낫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적응이 되었다. 걷기는 발 뒤꿈치부터 착지해서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까치발처럼 발 앞꿈치로만 뛰는 슬로우 러닝이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집 근처의 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공원에 조성되어 있는 트랙은 걷거나 뛰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트랙 한 바퀴는 1.8 Km에 이르고, 100m마다 표시가 되어 있다. 어릴 때에도 뛰는 것을 잘하지 못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걷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마흔이 넘은 시기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나서야 건강을 이유로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운동이 되는 수준의 뛰기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공원의 트랙을 두 바퀴 걷고 체조를 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과도 같은 일과였다. 가끔씩 몇 백 미터 정도의 거리를 뛰어 보는 연습을 시도해 보았지만, 금세 힘에 부쳐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뛸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뇌 속 깊숙이 박혀버렸는지 뛰기 대신 빠르게 걷기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걷고 있는 나를 앞질러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갖게 되는 “언젠가 나도 저렇게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독일에 사는 동안에도 매년 시내에서 열렸던 10Km 단축 마라톤 행사에 직원들과 함께 참석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었지만 결국 체력 부족과 출장이 겹치는 일정 등의 이유로 실천하지 못한 아쉬운 기억을 불러오곤 했다.




슬로우 러닝이 일반적인 뛰기보다는 수월할 테니 어쩌면 내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내가 포기했던 뛰기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다. 첫 목표는 500m였다. 걷기보다 조금 빠른 속도였다. 500m를 뛰고 나면 다음 500m를 걷는 패턴을 반복하다가 뛰기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거리를 늘렸다. 500m에서 1,000m로, 얼마 후에는 1,500m로 늘려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뛰어 트랙 한 바퀴인 1.8Km를 마쳤을 때, 숨이 턱 밑까지 차 왔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을 해 낸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그 성취감과 자신감은 그로부터 멀지 않아 4.0Km를 뛸 수 있는 동기가 되었고, 다시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더 발전해서 6Km를 뛸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슬로우 러닝이기는 하지만!) 쉼 없이 한 번에 6Km를 뛰어본 적도 없었고 (평균 42분 정도 소요되는 속력이다), 40분 넘게 쉬지 않고 뛸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기에 나에겐 큰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해 보니 되었던 것’이다. 이제 한 달이 되어간다. 여름이 되어 아침이라도 그 거리를 뛰고 나면 땀으로 운동복이 흠뻑 젖는다. 그럼에도 땀 내음의 불쾌함 보다는 “오늘도 해 냈구나!”라는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뛸 수 없는 사람이 더 이상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뛸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뛰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를 부정하며 안락을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걷는 사람에서 뛸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한 과정은 ‘걷지 않는 사람에서 많이 걷는 사람으로’ 변신한 과정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매일 평균 15,000 걸음 이상 걷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는다. 의식적으로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에 고작 3,000~5,000 걸음 수준이었다. 체중 관리와 건강을 위해서 걸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는 하루 평균 7,000 걸음으로 시작해서 익숙해질 무렵엔 10,000 걸음으로 목표를 올렸고, 목표를 채우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13,000 걸음을 넘어 15,000 걸음 이상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출근을 하고 회사에서 종일 이리저리 움직여야 5,000 걸음을 넘기기도 쉽지 않은 생활 패턴이었기 때문에 퇴근 후에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어야만 15,000 걸음을 채울 수 있었다. 그래도 부족했던 걸음 수는 주말에 보충하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15,000 걸음 이상을 유지하고자 했다. 평균적으로 매일 이만큼씩 걷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피곤했던 날은 걷지 않아도 좋을 핑곗거리가 슬그머니 떠오르곤 했다. 그날 몫을 걷지 않으면 다음날에 전날 몫까지 보충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는 사실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인지되어 후회하곤 했다 (무슨 일이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음으로 인한 후유증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자!”라고 몇 번을 스스로에게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걷는 동안 하루의 일과를 머릿속에서 정리를 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어학 공부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냥 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낸 보조 도구였다. 억지로라도 15,000 걸음을 채우는 날들이 많아질수록 성취감도 따라서 커졌고, 채우지 못하는 날이 생기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걸었고, 눈 내리는 날에도 걸었다. 그냥 걸었다. 15,000 걸음을 채울 때까지! 스마트폰 헬스 앱에 하루의 걸음 목표치를 15,000으로 설정해 놓으니 목표가 달성된 날은 녹색으로, 그렇지 않은 날은 회색 막대그래프로 표시되었다. 하루의 걸음 수뿐 아니고 7일, 31일, 12개월의 평균 걸음 수도 표시해 주니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열어 그때까지 몇 걸음을 걸었는지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신기하게도 목표가 달성되는 날이 많아질수록 더 걷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실제로 더 잘 걸을 수 있었다. 하루 평균 15,000 걸음 이상 걷는 새로운 습관이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수준이 되기까지 대략 1년여 시간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걷기를 시작할 때에는 내가 이렇게 잘 걸을 수 있게 될지 몰랐고, 이렇게 잘 걸을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 숨겨져 있는 것도 알지 못해 주저했던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이 습관이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실행이 되는 절차기억처럼, 내 삶의 일부분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의 익숙함을 벗어나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익숙함은 그 새로움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저항의 주체는 우리의 뇌 속에 있다. 뇌 과학 연구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람이 새로운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차이와 과제의 난이도에 따라 대략 66일에서 180여 일 정도의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의 뇌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행동 모델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결심했다면, 최소한 처음 2개월 동안은 ‘그냥, 무조건 해 내겠다!’는 각오로 반복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음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습관을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뇌과학이 밝혀 낸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에 최소 2개월의 시간을 반복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면, 일단 시작해 보자! 작심삼일의 고비가 되는 사흘을 넘기면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이 자신감이 새로운 동기가 되기도 한다. 성취감과 자신감은 실천이 지속될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던 잠재 능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도하면 à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기고 à 실행력이 증가하여 à 더 도전적인 목표 설정도 가능해지며 à 한 단계 높은 실행의 시도가 가능해진다』 와 같은 선순환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선순환 구조에 이르면 새로운 습관 만들기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항상 선순환 구조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막상 실행해 보니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했을 수도 있고, 실행에 적합한 환경 조성을 얻지 못해 지속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문제점을 분명하게 확인해서 수정하면 그만이다. 수정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실행을 중단하지 않는 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 언정 결국엔 자신이 원했던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잠재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상황 대처와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변화를 위한 생각이나 결심의 진정한 가치는 행동으로 옮겨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실행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 자칫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행이 계획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자책하거나 상황을 비관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인정하고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면 그만이다! 이 또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침에 6Km를 뛰고 나면 “오늘도 해 냈구나!”라는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도 해준다. 뛰기를 마쳐야 비로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만 같다. 겨울이 되면 10Km를 뛰는 상상이 즐겁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뛰기 시작해서도 처음 1Km 구간에서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고, 마지막 1~2Km 구간은 호흡이 고통스럽기도 하다. 15,000 걸음 걷기 습관을 완성하기에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으니, 이번의 뛰기 습관 만들기는 그 보다 오랜 시간 훈련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 시작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주저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4월의 특별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