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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2. 2024

보상 [안갚음과 앙갚음] 정애: 당가(當價) 보상

2. 경제의 원리인 당가 보상

2. 당가(當價보상

당가 보상의 뜻

우리 말의 [값]이 바로 이 현상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값]은 바로 갚는다는 말이었으며 한자의 대가[代價: 물건을 산 대신 주는 돈]도 바로 물건을 차지하는 대신 그 물건에 맞먹는 값어치⸺곧 물건의 당가⸺의 돈을 대신 [갚아] 준다는 원칙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의 근본원리인 당가 보상의 원칙 

보상에서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처럼 일정한 상태에는 일정한 대우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로 [당가(當價) 보상]과 그 아래 당가의 질량을 결정하는 [형평 원리(衡平原理)]가 그것이다.


형평 원리는 경제의 근본원리이다. 빌린 돈을 되돌려 주는 것도 역시 [갚음]이다.      

평가층적 보상이라는 지적(知的) 보상의 가장 선명한 방식인 상거래(商去來)는 일정하게 받는 것에 대해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값으로 주는 것을 본질적인 행태로 지니고 있기에 대단히 냉정한 태도의, 비교적 정확한 계산에 따른 합리적인 형평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화폐는 가장 합리적인 교환 가치 평가의 도구이기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거래는 상품과 그 가치에 해당하는 화폐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경제적인 갈말로 [교환(交換): 엇바꿈] 또는 [거래(去來): 오가기]라고 부르는 이 경제적 보상의 평가층적 보상을 [교환보상(交換 報償)]에는 상거래의 심리까지가 포함된 모든 거래를 포괄한다.      


당가 보상의 원칙

당가 보상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적용된다. 

 물품의 값은 임자[소유주(所有主)]가 정한다. 물품을 가지려는 사람[구매자]은 물품값에 대해 임자와 흥정할 수 있다. 

 임자가 없는 물품은 거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 임자가, 대가 없이 주기로 한 상품 ⸺곧 증정품 선물 등⸺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 이상의 보상 정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마움을 느끼면 냉보가 긍정적인 열보로 바뀐다는 신호이다. 

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한 데 대해서는 보상 정애가 촉발되지 않는다. 

 노동 등 서비스의 대가는 대개 우리가 보통 노사(勞使)라고 부르는 관계자들의 계약에 따른다.

     

당가 보상은 화폐라는 거래 수단이 없던 옛날에는 형평에 맞는 보상 값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국가와 정부가 사회질서를 깨트리기 쉬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화폐가 통용되고 있는 현대에는 화폐를 사용하여 명목상으로라도 미세한 수량까지 같은 값으로 교환할 수 있는 철저한 거래를 통해 전보다 더 예민하고 정밀하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일반적인 보상 정애는 거래 형식을 취하더라도 늘 쌍방이 거래하는 것도 아니며(곧 일방적일 수 있다) 거래되는 매개체가 화폐 등 금전이 아니라 호혐이나 애증 등의 감정[열정적 보상], 또는 노동이나 충성심 등 피행자의 감정을 유익하게 하는 다른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원리가 〘침훼〙되면 냉보가 열보로 바뀐다. 두말할 것도 없이 원시 시대에는 물품과 물품의 교환 ⸺소위 물물교환⸺ 이었던 이 거래가 만약 정확한 평가에 따르는 정확한 교환이 가능하다면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교환의 중요 방식이었을 것이다. 당가 보상을 표현하고 있는 상식적인 말에 [빚]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정한 보상 상황에서 갚아야할 댓가를 갚지 못하는 상황을 “빚졌다”고 이르고 댓가를 치르면 “빚을 갚았다”고 말한다. 빚을 갚거나 받는다는 것이 바로 이 [당가 형평 원리]에 따르는 보상의 이행이다.      


보상의 결정 기준인 형평 원리

보상의 질은 가행자나 피행자 쌍방의 공평성을 객관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심리적 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준칙 ⸺곧 형평 원리⸺ 을 기준으로 정한다. 

형평 원리에는 냉보인 당가 보상의 물질적 수량에 관한 형평의 원리로 이미 위에서 초든 [당가 형평 원리]와 감정적 보상인 열보에 관한 정애적 보상의 형평 원리[정애 형평 원리]의 두 가지 규준이 있다.  

    

[정애적 형평 원리]는 가행자에게 피행자가 당한 만큼의 피해를 감정적으로 계량하여 부과시키려는 열보의 형평 원리로, 대상이 자기에게 미치게 하는 행동에 대해 합당[형평에 맞는]한 형태의 강력한 감정으로 대응하려는 의식이다. 

그런데 이 원리가 무차별하게 분량상의 균형만을 추구하는 심적 경향은 아닌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앙분이 자기의 의지로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면 자연히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에 보상의 분량을 적정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지나친 갚음으로 치닫는 일이 흔하다. 평소에는 분별력이 뛰어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도 앙분하면 형평 원리에 따르는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공적 기준뿐만이 아니라 주관적으로도 사람들은 자기가 당한 피해를 더 크게 의식하고 사건의 가행자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이 감정에 적합한 분량의 보복이 가해져야만 비로소 보복의 저울대가 균형을 이룬 것으로 느낀다. 그래서 앙분이 가라앉고 냉정을 되찾은 뒤에야 보상의 분량이 지나쳤음을 깨닫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앙분했을 때의 지나친 갚음을 보고 우리는 본능 속에 들어있는 맹목성과 폭력성 및 충동성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갚는 이에 대한 정애

긍정적으로 갚아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정애가, 부정적으로 갚아주는 사람에게는 저주나 분노의 정애가 지향되는데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평등하게 여기지만 크게는 처지 평가*처럼 그 용재와 용질에 큰 차이를 두어 신분의 귀천, 재화의 많고 적음, 정신의 위대함과 비천함, 육체의 미추 등의 차이에 따라 정애의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갚는 자가 갚기 위해 쓰는 손해가 매우 크다면 고마움의 정애는 그 크기에 따라 커지지만, 그가 손해에 견주어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는다면 고마움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형평이 맞는 것으로 여긴다. 보상 정애가 자기의 의지로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면 자연히 다른 사람에게 던져 주려할 뿐만 아니라 보상의 분량을 적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친 보상으로 치닫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보상은 흥분해 있을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정신 속에도 명료히 살아나는데 이때에는 보상의 분량이나 대상에 대해서 비교적 형평성에 맞게 알아차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가는 상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당가 교환보상은 원칙적(?)으로 상품과 상품(또 대개는 화폐)이지만 그 밖에도 중요한 당가 보상의 분야로 근로나 봉사[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불하는 임금이나 요금 등이 있다. 노동에는 육체적 노역이 대표적이지만 그뿐만 아니라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 모든 정신적 기여의 노력 ⸺봉사ㆍ 예능ㆍ 교육ㆍ 상담ㆍ 등이 포함된다.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해주면 ⸺다른 이해관계나 특별한 관계가 아닌 한⸺ 당연히 그 이익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것이 바로 당가 교환 보상의 심리이며 사회제도이다. 이 원칙은 이러한 구체적인 분야뿐만이 아니라 매우 추상적인 분야에도 적용된다.  

   

곧 당가 교환 보상은 때로는 명(名)과 명(名)ㆍ명과 이(利)ㆍ이와 쾌감 등과 같은 추상적ㆍ정신적 분야에도 적용된다. 재화나 그 밖의 이득을 던져 명예를 얻으려는 경우(이와 명)가 있는가 하면 명예를 이용하여 재화로 보상받는(명과 이) 일도 있고 일정한 재화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즐거움(긍효로움)을 요구하는 일도 흔하다(대인 서비스 산업의 경우). 반대로 즐거움을 서비스하고 그 보상으로 재화를 받는 일도 얼마든지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맞은 형평 원리를 셈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보상이 형평 원리의 알맞음보다 더 심하거나 덜 심한 경우도 많다. 곧 [더 갚음]이나 [덜 갚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더 앙갚음]이나 [덜 앙갚음]도 있고 [더 안갚음]이나 [덜 안갚음]도 있다.     


안갚음이나 앙갚음 모두 이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은덕을 갚으려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형평 원리에 맞게 안갚음 해 그가 짊어진 빚을 덜려고 하며 척진 사람들 또한 형평 원리에 맞게 앙갚음 해 그가 짊어진 원념을 풀려고 복수심을 다잡는다. 은혜를 갚거나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런 보상 정애를 품고 있다가 언제든 이를 갚아 보상 정애로 쌓인 〘앙분〙의 짐을 풀어내려 결심한다. 

     

보상의 정치 제도

당가 보상은 정치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제도화되어 시행된다. 형법이나 민법상법 가운데 재산의 소유에 관한 많은 부분 ⸺물권법(物權編) 채권법(債權法) 등⸺ 이 그것이다. 이는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보상의 형평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어떤 사적인 은수(恩讎)의 감정은 개입되지 않는다. 

법에 의한 의제(擬制) 보상을 사회에서는 [법의 심판]이라 부르며 보상의 [공정의 법칙]의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애의 보상]을 사회적으로 물탄 데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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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대상이 자기에게 가하는 행동에 대해 합당[형평에 맞는]한 형태의 강력한 감정[정애] 행동으로 대응한다.

ⅱ 형평 원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3응보(應報)

응보 실마리

응보의 뜻

갚음에는 보통 되갚음이 행해진다. 가행자에 대한 피행자의 되갚음, 또는 일정한 업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주고받는 것을 응보(應報)라고 한다. 보상 정애는 가행자에 대해 피행자의 대응인 응보가 이루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응보는 보상 정애의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보상이라는 이름도 바로 이 특성에 따라 지어진 것이다. 이 장(章)의 맨 앞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지적한 것이 이것이다. 여기에서 응보라 함은 피행자가 가행자의 침훼를 받아쳐 되갚는 행동을 가리킨다.

 

응보에는 〘심리적 응보〙와 〘윤리적[도덕적] 응보〙가 있는데 심리적 응보는 심리기적 의지에 의한 보상이고 도덕적 응보는 선행이나 악행으로 여겨지는 행동의 원인으로서의 윤리기적 의지에 대한 보상이다. 

응보는 받아쳐 갚는데 대해 다시 받아치면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곧 한 차례의 가행 보상에 대해 응보하면 응보를 당하는 사람이 이를 가행에 대한 응보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가행으로 여겨 이에 보상하려 한다. 이처럼 응보에 응보가 그치지 않고 널리 퍼져나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되풀이 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위에서 논의한 것은 거의 모두 심리적 응보에 관한 것이다. 감정 전부가 그러하고 정애 또한 그 내적 반응이 의식의 단계에 따라서 생리적 정애ㆍ심리적 정애ㆍ도덕적 정애로 구분되듯이 보상심리도 이에 대응되는 3종류의 정애, 곧 생리적 응보심리적 응보윤리적 응보로 나눌 수가 있으나 생리적 응보는 굳이 구분하자면 제시 본성에 들어서서 상대적인 우열의 결과를 일으키게 한 대상에게 지향되는 심리적 보상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대아(大我), 곧 자기의 존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상에게 지향되는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는 이에 관해서는 초들지 않고 나머지 응보인 [심리적 응보]와 [윤리적 응보]에 관해 설명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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