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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3. 2024

이성적 의지의 자기 입법 수립{제 법 세우기}

이성적 존재자는 자기의 행위 원칙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

이성적 존재자는 자기의 행위 원칙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


자기 입법의 뜻


칸트는 목적적 존재인 인간은 목적의 왕국의 성원으로써 각자는 모두 입법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성인은 그보다 더한 입법자다.  이성적 의지는 자유의지인 동시에 주체적 의지이다. 주체적 의지이기 때문에 이성적 자아는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다. 

    

그것은 자유의지적 존재인 이성적 자아에게는 자기의 의지에 따르는 자기 행위의 원칙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성적 의지의 자기 입법{제법 세우기}”, 또는 자기 법제로서 자유의지자의 권리인 입법권이다.        

   

이성인은 입법자이다. 이성인은 자기 입법적 능력으로 인해 의식을 비롯한 자기 정신 일체─ 자기 행동의 원인, 곧 행위에 관한 원칙인 제[자기 자신의]법을 세우는 행위의 입법자 및 실현자이며 법칙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할 때 “약속은 자기가 정한 자기 입법적 행동”이다. 따라서 이성인의 의지는 행위원리의 선택과 그에 입각한 일체 행동을 자기 의지에 의해 자율적으로 규정한다. 

     

이성인은 또한, 행동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고 자신이 자기 행동의 입법자이기 때문에 자기 행동에 관한 당위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

따라서 자기가 세운 법{수립한 법}에 따른 자기 행동을 어기는 것은 스스로 모순된다. 약속 • 결심 • 결의 • 승낙 등이 모두 이러한 자시 입법적 행동들이다.     


[적극적 자기 입법] 자기가 명료하게 자기의 행동을 결의하고 명시함.

[소극적 자기 입법] 몰각 중에라도 자기가 한 모든 의식(意識)과 의지는 그의 입법 체계의 한계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율성의 규준으로 작용한다. 도덕에 의한 제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자기모순이므로 어긋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기반성]은 무관하다.      


자율성이 없는 종[노예]이라면 행위의 가치는 종의 임자에게 딸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성적인 행위의 합목적성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 된다     


자기 입법권은 천명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묵시적으로] 라도 의도하자마자 법이 된다. 이성적 존재자라면 누구든지 그가 말없이로 의도한 관념 모두에 대한 입법권을 행사하는 셈이고 그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지기로 결의한 셈이 된다. 자기가 하는 행동 ―자기가 한 말, 자기의 걸음걸이 밥 먹는 행동 취미활동 사회생활 등 일체의 행동― 이 바로 자기 행동의 원칙으로 기능한다.      



자기 입법의 원리   

  

�입법은 이성인 만이 세울 수 있다. 이성인이 아닌 존재에게는 의지가 있더라도 자율이 없고 오로지 자연 필연성, 곧〘인과율〙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법할 수도 없고 그 입법에 따를 수도 없다. 인간만이 목적적 존재, 곧 인격자인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입법은 스스로에게 그 법을 따라야 한다는 명령을 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에게 이 명령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운다. 의무와 책임이 지워지지 않은 입법이란 자기모순이다. 

     

�입법은 같은 이성인 사이에 평등하다. 법 체계상 상위 개념의 법에는 종속적이지만 그 밖에는 법제자의 현상적인 차이에 따른 상하 • 귀천 • 경중이 없다. 남녀 • 빈부 • 나이 • 항렬 • 국적 • 법제의 순서 그 밖의 어느 것에서도 우열이나 서열이 없다.      


�입법은 이성에 의해 부여되므로 이성의 도덕률인 본질 발현의 원리(준거 원리 포함)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도덕률이 개인의 자기 입법에 앞선다.      


�스스로 제정한 자기 입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일시적으로든 항구적으로든 자신이 이성인임을 포기한 사람이 되며 이성적 인품, 곧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 없음을 자인하고 천명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기가 세운 법이 잘못된 법이었음을 알면 곧바로 바르게 고쳐야 한다.     


�자기 입법은 자기의 의지 아래에서만 효력을 가지며 자기에게 의무와 책임을 지운다. 남에게는 교훈이나 권유 정도밖에는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   

   

가장 전형적인 입법권은 약속이다. 약속은 자기가 남과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자신의 의지로 세운 규정이다. 

따라서 이성적 존재자의 일거수일투족이나 한마디 말도 그가 이를 의도하자마자 그의 행위의 법칙으로써의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그의 행동의 전범(典範)이 되어 그를 통제한다. 그는 이 전범을 일관되게 따르고 지켜야 하며 이를 위반하지 않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약속 • 선택 • 결심 • 결의 • 계약 • 승낙 등이 모두 이러한 자기 입법적 행동들일 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일상적인 모든 행위, 모든 표현이 다 제법[스스로 세우는 법칙]이 된다.   

   

자기는 하면서 남에게 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시키는 짓, 자기와 본질이 같은 이[동질자]에게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그의 의사에 반하여 요구하는 등은 모두 자기 입법에 모순된다.    

  

그래서 우리는 남이 하는 일이 자기가 앞서 한 일과 다른 경우, 제가 세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모순이기 때문에 그가 한 행동의 원칙이 바뀌었음을 비판하거니 금지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그는 반박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본능적인 인간들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해에 따라서 쉽게 변심한다. 그래서 남이 그의 입법권을 위반하면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자기가 입법한 자기의 규범을 위반하는 것은 도외시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그렇게 세운 행위들에 반해 뒤에 행하는 행위들이 다를 때 그에 관해 비난이나 추궁을 받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까지도 그러하다.     


제법에 따라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며 자기가 한 행동과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 변호할 수 없다.     

자기 입법권 위반, 곧 제가 스스로 세운 법을 어기는데 대해 현재의 한국인들은 “내로남불”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비난한다. 그에게 [예컨대 “제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 라고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 제법 세우기이다.               


이 글은 필자가 집필 중인 ❰도덕의 원리❱ 에서 일부를 옮겨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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