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수평은 직선이 아닐 수도 있어요
회사들은 저마다의 규칙과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규칙과 문화는 생각보다 많이 얽혀 있습니다. 규칙에 의해서 문화가 나오기도 하고, 문화에 의해서 규칙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독특한 문화가 많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영어 이름을 쓰는 거였죠. 의도는 존칭을 생략하여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 많은 IT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기도 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영어 이름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아마 이전 회사들에게 있을 겁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은 수직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서열도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각 팀 간의 벽도 존재했죠. 상대 팀에게 무언가 물어보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존재했습니다.
이 회사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다시 돌아보면, 이게 문화의 힘이구나.... 싶은데, 적응이 끝난 이후에는 정말 수평적인 느낌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팀이 달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상대방과 인사를 하고 얼굴을 안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거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행동도 모두 어렵지 않습니다. "A 팀의 누군가가 B 팀의 누구에게 뭘 해줬다"가 아니라 "펠릭스가 누구에게 뭘 해줬다"로 흐르는 이야기도 달라집니다. 부탁을 받을 때의 부담도 적어지고, 책임감은 늘었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이름이 이런 수평적인 문화를 만든 건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회사는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했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아예 문화를 위한 팀이 따로 있었거든요. 모든 건 좋아 보였습니다. 좋아 보였죠.
회사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았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활기찬 느낌이 가득했고 여러 의미로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상한 점도 함께 느끼기 시작합니다. 어느 회사처럼 3개월간의 수습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이 종료됩니다. 이제 정식으로 일을 하는 날. 갑작스럽게 미팅이 잡힙니다.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고, 그 팀으로 제 사수이자 메인 서버를 담당하시던 분이 이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제가 메인 서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갑자기.... 요?? 수습을 막 끝낸 저는 선택지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투입된 프로젝트의 메인 서버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아 보이던 것들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기대하고 이해했던 수평 문화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수평적이면 모두 배려하며 지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상적이었죠.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배려하며 지내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이를 악용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그리고 수평적인 곳에선 그들의 행동도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개인으로 존재했습니다. 제제되지 않고 있었죠. 이기주의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수평적이라는 이름하에 용인되고 있었습니다. 이상했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왜? 에 대한, 그리고 어째서? 에 대한. 공부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고,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죠. 수평이란 뭘까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가장 즐거웠던 회사 생활로 기억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퇴사할 시기쯤엔 수평 문화를 가장한 수직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 지금까지 맞춤법 검사를 다른 웹 페이지에서 복사해서 검사했었는데.... 브런치에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었네요....!?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