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든 브로커들

PM (Project Manager)

by Celloglass

프로젝트 매니저는 건축주 또는 사업자(이하 건축주로 통일)를 대신해 토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 사용승인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를 해주는 역할이다.


PF(Project Finance)라는 개념이 시행에 접목되면서 PM의 역할은 부동산, 건축, 건설 외 금융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 브로커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도 했으며,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대출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파트너로 인식되었다.


PM의 역할만 나열하면 이 분야의 고수이자 건축주의 든든한 동반자로 여겨진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이들의 수익은 성공보수 형태로 높은 수준을 가져가기도 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들 뛰어드는 필드가 된다. 평일 오후 강남의 프랜차이즈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지적도와 몇 장의 서류를 들고 다니는 아저씨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싶어 듣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워낙 크니 다 들린다.


“제가 과거 OOO, OOO를 모 회장님 부탁으로 성공시켰습니다.”
“이미 땅작업은 다 끝났고, 명도도 8~90% 완료됐습니다.”
“대표님이 하시겠다고 하면 제가 정리해서 넘겨드리겠습니다.”


대체로 이런 류의 대화다. 성공사례와 인맥, 곧 펼쳐질 파라다이스를 미리 보여주며 판을 키운다.


이런 분들이 PM이라는 명목으로 이 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한 15년 내외인 것 같다.


이들의 사업방식은 단순하다.


주요 사업지 인근을 돌아다니며 시행사 대표나 이사의 명함을 주고받고, 큰 시행을 할 예정이니 좋은 부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당부한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PF 사업에서 토지 제공자나 중간 소개자에 대한 소개비는 토지대금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100억 땅이면 단순 소개비만으로도 1억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시행을 위한 본 대출이 실행되면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만큼 멋지고 깔끔한 사업방식도 없다.


이 부분을 정확히 착안한 것 같다. 주로 현재 PM이라 불리는 이들이 취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괜찮은 땅이라며 접근한다. 각종 이유를 대며 아깝지만 혹시 관심 있으시면 소개비 정도만 받고 넘기겠다고 한다. 또는 이미 허가를 받아놨으니 그대로 착공하시면 된다고 한다. 등등 그들 나름대로 상품을 만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들은 스스로를 PM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토지와 사람을 연결하는 부동산 브로커에 가깝다. 설계도 모르고, 인허가도 해본 적 없고, 시공은 더더욱 모르며, PF를 말하면서도 금융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업은 말 몇 마디와 인맥 과시만으로 굴러가는 일이 아닌데, 이들은 지적도 몇 장과 과거 누구를 만났다는 이야기만으로 자신을 전문가처럼 포장한다.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금방 안다.


건폐율과 용적률, 주차대수, 인허가 리스크, 토지 권리관계, 자기 자본 투입, 브릿지와 본 PF의 차이, 설계와 시공의 연결구조, 공사비와 금융비용의 상관관계 같은 기본적인 질문만 던져도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본인은 사업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결국 이들은 PM이 아니다.


개발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것도 아니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지와 사람을 연결하고, 분위기를 만들고, 성공할 것 같은 그림을 먼저 보여주며 중간에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브로커일 뿐이다. 사업이 실제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정작 핵심 판단은 설계자, 시공사, 금융기관, 시행사, 법률검토자들이 다 하게 된다. 이들은 그 틈에 끼어 자신이 판을 만든 사람처럼 서 있을 뿐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식은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PF 규제가 시작되고 초기 투자분 Equity 비율이 사업비의 5~10% 수준에서 20%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이들은 더 이상 겁 없이 덤벼들 수 없는 벽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말만으로 사업이 굴러가지 않는다. 자기 자본이 필요하고, 금융기관도 훨씬 까다롭게 본다. 결국 실체 없는 중간자들이 설 자리는 예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이들은 PM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 방식을 취하면서도 PM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 시행사 대표 또는 이사의 명함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 실체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10분도 안 돼서 우리는 모두 알게 된다.


부동산 브로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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