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마요 덮밥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요
나는 요리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진정한 '똥손'이었다.
대학생 시절 친구와 자취를 할 때에도 블로그를 보며 간단한 찌개나 볶음밥을 겨우 만드는 것이 전부였고, 결국에는 친구와 배달시켜 먹거나 나가서 먹게 되었다.
그런 내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나보다 훨씬 요리를 잘하는 남편을 둔 덕분에 주변에서는 늘 남편에게 'OO이 좀 먹여 살려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실제로 남편은 나에게 맛있는 요리를 자주 해주었고, 싱겁게 먹는 내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주어서 맛도 좋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평일에 출근을 하고, 남편은 평일 주말 상관없이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남편이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날은 내가 출근한 후에 집에 도착한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남편을 위해 간단하고 쉬운 요리를 찾기 시작했고, 서프라이즈로 참치마요 덮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유튜브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간단히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도전해 볼 만한 요리 같았다. 다음 날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나도 남편에게 맛있는 참치마요 덮밥을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기뻐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친 후 남편 몰래 요리를 시작했다. 남편이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40분 정도였고 시간은 넉넉했다.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계란을 먼저 스크램블 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양파였다. 영상 속에서는 간장과 물이 졸아들 때까지 끓여주라고 했고, 나는 똑같이 따라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마어마한 연기와 함께 탄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양파의 숨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물을 더 넣어야 하나?’, ‘이러다 밖에서 불 난 줄 알고 오해하지 않겠지?’, ‘애초에 이거 먹어도 되려나?’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못하는 서툰 내 모습에 속상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래도 어찌어찌 이상한 모양으로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고 내 요리에 사용된 처참한 프라이팬을 설거지하였다. 그리고 환기를 시킨 후 급하게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는 내내 남편의 반응이 궁금했다. ‘감동받을까?’, ‘집에 아직 탄 냄새가 가득할 텐데’, ‘이거 먹고 탈 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라리 남편이 빨리 집에 도착해서 어떤 반응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몇 분 후 남편이 집에 도착해서 참치마요 덮밥을 보았고, 남편의 카톡이 도착했다.
"귀여워ㅠㅠ 고마워ㅠㅠ"
그 카톡을 보고 나는 민망함과 함께 아직까지 살아있는 양파가 나를 배신했다고 설명했다.
고맙게도 남편은 그 요리를 맛있게 먹었고, 친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자랑까지 했다. 심지어 시부모님께도 내가 출근 전에 아침밥을 해주고 갔다고 신나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남들은 10분도 안 걸릴 참치마요 덮밥을 혼자 40분이나 걸려 만들었지만, 나는 이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도 양파가 왜 숨이 살아 있었는지, 왜 그렇게 연기가 많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서툰 요리였지만, 남편의 카톡 너머로 전해지는 행복한 웃음과 자랑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진심을 담은 요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알게 되었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출근 시간의 압박 속에서 혼자 40분간 고군분투 끝에 탄생한 엉성한 한 그릇이었지만, '참치마요 대참사'라는 이름으로 추억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남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침 식사였다고 한다. (고마워..)
엉성한 결과물마저 사랑스럽게 봐주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동안 늘 돈으로 살 수 있는 선물을 주고받았던 나의 연애와는 달리, 나의 시간과 마음을 온전히 쏟아부은 이 엉성한 요리는 내게 새로운 의미를 선물했다. 완벽한 요리보다 어설픈 정성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아침이었다.
다음번에는 꼭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늘도 나는 다음 요리를 찾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