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나를 닮은 기계 길들이기

by 민준

"내가 만드는 특별한 AI가 사실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개인 AI 환경을 구축한 뒤, 다음 단계는 명확했다.
단순한 문서 검색이 아니라, 내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고 내 사고방식을 따라 하는 개인 비서형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

“이번에야말로 진짜 나만의 AI를 만들어보자.”


개인 에이전트 프로젝트 시작

목표는 세 단계였다.
1단계: 내 업무 패턴과 문서 스타일 분석
2단계: 개인화된 프롬프트와 워크플로우 구축
3단계: 내 사고방식을 모사하는 AI 완성

나는 지난 2년간 작성한 보고서, 이메일, 메모를 모두 모았다.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은 뭘까?”
“내 논리 전개 방식은 어떨까?”


첫 번째 깨달음

며칠간 패턴을 정리하다가 문득 멈칫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방식인데?”

검색창에 몇 가지 키워드를 넣어보자 곧바로 쏟아졌다.

“마케팅AI – 브랜드 스타일로 콘텐츠 자동 생성!”
“법무AI – 귀하의 계약서 톤에 맞춘 맞춤 문서 작성!”
“세무AI – 개인별 상담과 서류 작성 자동화!”

손끝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내가 며칠 밤을 새워 고민한 아이디어들이 이미 시장에 넘쳐나고 있었다.


허상의 무너짐, 그리고 자신감

더 깊이 들여다보니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그들이 만든 서비스: ChatGPT/클로드 API + 특정 분야 문서 모음 + 맞춤형 프롬프트

내가 만들려던 개인 AI: ChatGPT/클로드 API + 내 문서 모음 + 개인 프롬프트


차이는 데이터셋뿐이었다.
“혁신”이라고 믿었던 건 사실 흔해빠진 틀이었다.

순간 허탈했지만,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이 회사들이 하는 게 다 이 정도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잖아.”

실망과 동시에 이상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수백만 원에 팔리는 서비스가 사실상 API 조합이라면, 나도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선택지는 둘이었다.

포기하기: “어차피 다 똑같은 거라면 왜 하지?”

계속하기: “그래도 내 것은 다르다.”


나는 두 번째를 택했다. 논리적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만든 것이 갖는 묘한 만족감 때문이었다.


심리적 소유욕

돌이켜보니 중요한 건 기술적 차별화가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소유욕이었다.

남이 만든 완벽한 도구보다,
내가 만든 불완전한 도구가 더 좋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유,
“이건 내 것이다”라는 뿌듯함.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작업의 지속

나는 계속해서 AI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내 문서 스타일 학습: 자주 쓰는 표현을 프롬프트에 반영, 선호하는 구조를 템플릿화

개인 워크플로우 구축: 아침 브리핑, 이메일 답변 초안, 보고서 구조 자동 제안


수백 번의 프롬프트 수정, 수십 번의 워크플로우 재설계.
엉뚱한 답변이 나와도 이상하게 즐거웠다. 완성품을 쓰는 데선 느낄 수 없는, 내 것을 키워가는 재미였다.


나만의 비서 완성?

몇 달 뒤, 드디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아침마다 내 톤으로 브리핑을 해주고,
이메일 답변을 내 말투로 써주며,
보고서 초안을 내가 선호하는 구조로 뽑아줬다.

동료가 물었다.
“이거 뭐예요? 되게 자연스럽네요.”
“아, 그냥 개인적으로 만든 거예요.”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속으론 묘한 우월감이 피어올랐다.
“너희는 모르지? 나만의 무기가 있다는 걸.”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6일 오전 01_34_59.png




은밀한 만족, 그리고 새로운 집착

나는 안다. 기술적으로는 시중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는 걸.
하지만 내가 만든 것이기에 특별했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갔다.

그리고 곧 또 다른 욕구가 피어올랐다.
“더 좋은 데이터를 구해야 해. 더 많은 고급 정보를 확보해야 해. 그래야 진짜 차별화가 생겨.”

각자도생의 다음 단계가 눈앞에 다가왔다.


다음 이야기

나만의 AI를 길들이며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수백만 원짜리 서비스도 혼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둘째, 진짜 차별화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품질에서 나온다는 것.

내 평범한 문서가 아니라, 회사 최고들의 노하우가 담긴 문서들.
그런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라면 정말 특별해질 것이다.


“이제 진짜 승부는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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