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 안에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틈새를
흰 까운을 입은 채 헤치고 지나다가
불현듯 갑작스런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연구실이 장례식장 위에 있다보니
하루에도 여러 번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 앞에서 웃고 지나가는 것이 죄스러워
흰까운을 입은 채 오늘도 이렇듯 잰걸음으로 지나친다.
우주라는 방대한 공간 속에서
하나의 점으로조차 보이지 않는 이 땅 위에서
난 오늘도 내 욕심을 채워가려는 좁은 이기심으로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왔다가 가는 생명체,
그래도 다른 생명체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정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기억될 수 있기를,
갑자기 추워진 날,
옷깃을 부여잡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