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안의 생각장난-30-

엄마의 밤밭

by 생각소년 김영안

아직 아무도 안 간 눈밭은 좋다.

아직 아무도 안 온 엄마의 밤밭도 좋았을 거다.

내가 좋아한 눈밭이 서정이었다면

엄마가 좋아한 밤밭은 경제였을 거다.


인간은 가치 추구의 동물이다.

경제학에서는 노동가치와 사용가치가 값을 형성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건 먹고살기도 바빴던 시대의 구학이다.

지금은 브랜드 가치가 우선한다.


브랜드 가치의 99는 허세 가치다.

천만 원짜리 루이비똥 손가방과

십만 원짜리 손가방의 차이가 무엇인가.

품질, 디자인, 그만한 차이가 있는가.


똑같은 막걸리

항아리에 담으면 동동주이고

주전자에 담으면 막걸리다.


내가 한때 이 짓을 해 돈 벌었다.


항아리술 먹은 애는

비싼 술 사줬다고 빨간 방으로 갔고

주전자술 먹은 애는

싼 술 사줬다고 다음에 보자고 했다.


옷도 신발도 한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여러 상표로 팔린다.

소비자는 동일 제품인데도 비싼 게 좋은 건 줄 알고 빨갛게 쓴다.


4촌 누나 시집가던 날 엄마가 고왔다.

뒷집 아주머니에게서 얻어 바른 동동구루무에 동네가 환했다.

그날 밤 아버지가 막내를 만들었다.


그때도 화장품 남성용, 여성용 따로 있었을까?

공급자는

등산복,

골프복,

트레킹복,

따로따로 팔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눈치 못 챈 소비자는 따로따로가 따로 따로 좋은 것으로 안다.


머지않아 정의선이 여성용 차, 남성용 차 따로 만들어서 대박 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젊은 세대는 소득의 과반을 차에 쓴다.

얘들에겐 승차감이란 없다.

하차감이 있을 뿐이다.

차에서 내릴 때 남에게 과시되는 허세가치에 영끌이다.


시장에서 생명력 강한 자는 장돌뱅이다.

목수는 못만 박고 미장이는 벽돌만 쌓지만

얘네들은 못도 팔고 벽돌도 팔고 마누라와 자식도 작자만 있으면 판다.

이들은 좋은 제품이 좋은 이윤을 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며

제일 싼 물건을 제일 비싸게 파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길임을 안다.

그러나 이들은 개처럼 벌었어도 정승처럼 쓴다.


한국 사람들은 식당 카운터에서 싸운다.

자영업자들은 밥값 서로 내려고 싸우고

봉급쟁이들은 안 내려고 싸운다.


자영업자들은 돈 내는 데 이력이 났다.


세금, 벌금, 추징금, 부담금, 분담금, 이행강제금, 원천징수금, 구상금, 연금, 성금, 찬조금, 과태료, 사용료.


경로잔치

척사대회

체육대회,

말이 좋아 스폰이고 찬조이지 준좃세다.


돈 내면 서열에서 유리한 것도 있다.

서열은 돈을 재생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돈을 만들거나 컨트롤하는 것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한국은행만의 카르텔이 아니다.


조직폭력배가 국가라는 거대 조직폭력배 앞에서 ‘나도 밤나무’라고 우기듯

대장도 대장동도 돈공장에 맞서 나도 돈 좀 찍자고 덤벼보는 거다.


자영업자는 잠재적 실업자다.

어느 나라나 많지만 대한민국이 많다.

음식점, 편의점, 카페, 치킨집, 헤어숍...


땅 판 돈, 퇴직금, 연금 다 까먹어야 노동시장에 간다.

과거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시대가 만든 노동자 기피증과 사장 로망병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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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집 사장


닭을 튀긴다.

대한민국 국민은 닭을 튀기다 죽는다.


부산 사람은 부산에서

광주 사람은 광주의 어느 골목 어귀에서

닭을 튀긴다


비비큐거나 네네치킨이 아니어도

교촌치킨이거나 페리카나치킨이 아니어도

닭은 여러 식용유통에서 익는다.


존경하는 국민이여

흔해빠진 게 닭집이라고 업신여기지 마라

대기업 임원도 고위직 공무원도

종국엔

닭집 사장으로 죽을 것이다.


적금 한꺼번에 꺼내

연금 일시불로 받아

등 바짝 구부리고 닭을 튀기다

죽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너도나도 사장이 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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