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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플렉스 Aug 12. 2022

[1]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되고 싶습니다.

모르는 ID로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리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2년 8월.

SNS에서 모르는 ID로 메시지가 왔습니다.

SNS에 작성한 제 프로필 조회를 통해 연락하셨습니다.

A님은 조심스럽게 메시지로 자기소개를 시작합니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녔고 곧 졸업 예정이며 진로를 고민하는데 벤처캐피탈 (Venture Capital, VC)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이었습니다.

SNS를 통해서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에도 연락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A님의 행동에 감사했습니다.

작년에 VC로 이직한 저의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선배님들한테 전화해 'VC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던 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빨리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만나자고 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A님은 해외 대학에서 바이오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며,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VC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진로로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VC에서 투자 심사역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심사역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입사 전에 가졌던 질문입니다.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순간이 왔음에 고마웠습니다.


많은 얘기를 진솔하게 나눴습니다. 그중 VC, 특히 바이오 투자심사역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걸어왔던 길을 크게 3가지로 공유하였습니다. 


1. 산업계 경력을 보유한 심사역입니다.

VC는 창업 초기의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심사역의 역할은 투자할 회사를 발굴하고 투자합니다. 그리고 투자한 회사가 잘 성장할 있도록 도움드리고 회사가 M&A 나 상장하게 되면 투자이익을 회수합니다.

심사역은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동종 업계에서 경험,, 바이오 분야이면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심사역 분들이 많습니다.


2. 대학원 석, 박사 학위 취득자입니다.

회사를 성장 동력인 기술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논문과 데이터를 읽고, 유사 기술 분야에서 창업자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면 좋습니다. 창업자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고, 투자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데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심사역 역량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석사 2년 졸업하고 산업계에서 연구 경력을 쌓고 VC로 이동하는 트랙과 박사학위를 받고 산업계 혹은 졸업 이후 VC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3. 인턴부터 시작하였습니다.

VC에서 인턴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공고를 보면 확인할 수 있으며 대학 졸업 후 인턴을 통해 입사합니다. 대학 때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 같은 경우에 많이 지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각각의 일장일단도 공유하였습니다.

VC의 채용 특징을 알려 주었습니다. VC는 소수의 인원으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언제 채용이 뜰지, 정기적으로 뜨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예측되지 않는 일정, 그리고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확률, 내가 희망하는 회사가 뜰 확률,,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커리어를 잡아가야 할 때 내 의지와 상관없는 변수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살아가는데 하나의 길만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VC 심사역이 선택의 연속성에서 경력을 쌓고 처음부터 심사역을 그리기보다, 회사를 다니며 본인의 일하는 성향을 관찰하고, 조직에서 잘하는 부분을 자각하게 되고, 일하면서 내가 진정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 어디 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뒤에 지금의 심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만을 바라보고 조바심 내며 준비하기보다, A님의 지식과 경험이 통할 수 있고 조금 문이 넓은 곳에서 경력을 쌓아 가기를 바랬습니다. 준비는 하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본 사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1시간 30분 넘게 쉼 없이 서로 대화하니, 진솔한 대화는 꼭 오래된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아님을 느낍니다. 서로가 공통된 주제를 갖고 누군가에게 받았던 고마움이 그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뀌니 진솔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훗날, 어디선가 A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진솔한 얘기를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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