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하
음지의 배롱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이 여름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저 꽃들이 하나둘 흩날릴 무렵이면 이 여름이 문득 그리워지겠지.
더위를 식히는 비가 내리는 밤,
매미소리도 함께 고요히 잦아들었다.
일곱 해를 땅속 깊은 어둠에서 견뎌낸 생,
부디 나뭇잎 아래에서 잠시만 단단히 몸을 움츠리기를.
비바람 잘 견뎌 무사히 건너기를…
_만하의 배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