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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Mar 06. 2022

[사춘기 아들 공부] 겉표지 이용하기

해야 할 일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하기!

  사춘기라 그런 건지, 아들이라 그런 건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큰아들은 원래 사근사근함이란 없고, 할 말만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모른다고 하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오늘 뭐 먹냐는 것입니다. 초등 6년 내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그래서 제일 큰 관심사는 그날의 급식이었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활동했던 '발명영재단'수업이 제일 신나 하는 활동이었어요. 급식과 영재단 활동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도 늘 '몰라'가 답이었지요. 여하튼 이만큼 자기 마음이나 생각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예요. 속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

  여하튼 큰아들이 뭔가 바깥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하게 된 건 중2가 되면서였어요. 오히려 사춘기가 되니 학교에서 있었던 진귀한(자기 생각에 이상한, 그러나 엄마에겐 너무나 새로운 아들의 바깥 생활 이야기)를 집에 와서 들려주었죠. 그래도 군대 점호처럼(군대 안 가봤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니 엄청 짧더라고요) 간단명료한 브리핑이었습니다. 

  이런 아들과 공부 이야기를 할 때에 저의 몇 가지 철칙이 있어요. 특히 문제집을 결정하고 문제집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얼마만큼 풀지 이야기를 할 때에는 반드시 이 세 가지를 지킵니다.


1. 이전 문제집의 완성도를 스스로 평가해보게 한다.

2. 앞으로 2달 동안의 스케줄을 체크 후 체력과 시간을 안배하여 학습량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3. 정한 내용을 책의 겉표지에 적는다.


  이전 문제집의 완성도를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은 얼마나 잘했는지 잔소리를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스스로 한 권의 문제집을 끝까지 해낸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 자신의 공부를 돌아보며 어느 단원이 쉬웠는지, 어떤 단원에서 오답이 많았는지 체크하며 자신의 공부 실력을 가늠하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아이들이 자신의 공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높여주고, 통제력이 높아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능감과 효능감을 느낍니다. 결과적으로 학습을 자신이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여 학습에 대한 동기는 높아지고 부담감은 낮아지지요. 지난번 3학년 1학기 예습을 하며 어려워하던 단원들이 있었고, 학습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없어 문제풀이의 속도가 붙지 않는 것 같아 응용 수준의 문제집을 선정했습니다. A단계는 개념 익히기 부분이라 넘어가고 B단계와 학교 시험 preview 부분을 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풀이과정에서 속도를 좀 올리고 싶은 마음에 시간당 풀어야 할 문제 수를 정해주고 도전해보도록 했습니다. 

  한 번에 해야 할 학습량을 구체적으로 정한 후 언제 이 공부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개학으로 등교 후 훈련을 마치고 하교하면 보통 7시가 되고, 화요일은 영어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니 화요일엔 공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월요일은 한 주의 첫날이라 훈련 후 몸도 힘드니 월요일과 화요일은 영어와 비문학 문제풀이만 하기로 정합니다. 대신 토요일과 일요일에 2타임(30분 문제 풀이+채점+오답체크)을 합니다. 토요일엔 보통 오전 훈련만 있는데, 다음 주 대회로 이번 주엔 토요일도 하루 종일 훈련이 있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 지친 몸으로 들어오는 아이에게 수학을 하라고 하기가 미안해지더라고요. 일요일 아침 이번 주의 학습량을 점검합니다. 토요일에 너무 힘들어서 영어도 하지 못해 오늘 영어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영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합니다). 밀린 수학을 다 하려면 4타임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3타임만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수학을 4타임 하면 풀이만 2시간을 해야 하고, 최소 3시간 이상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일반 중3 친구들에게 하루 수학 3시간은 적은 분량이지만 최근 체력적으로 매우 버거워해서(늘 이런 것 같기는 하지만....) 분량을 줄입니다. 

  원래 풀어야 할 문제집을 선정한 후 계획을 세울 때 해야 할 양을 정하면 문제집을 마무리하는 날짜까지 정해서 책 표지에 적어두었습니다. 하지만 근 2년간 키가 20센티 가깝게 자라고, 중등부로 올라오며 훈련강도도 세져서 몸이 지친 상태라 밤에 깊게 자기 어려워하고 자는 시간 자체도 무척 길어졌습니다. 초등 시절엔 9시에서 9시 반에 취침을 하고 6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하고 등교를 했었는데, 최근 1-2년은 7시가 되어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합니다. 급성장기엔 자연스러운 일이고 성장은 통제의 영역이 아니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책의 겉표지에 세세하게 정리합니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요. 시작일과 분량, 수행 시간 등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추후 이를 기준으로 학습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공부 똑바로 했니가 아니라 B단계부터 풀었니? 25문제 푸는데 30분으로 부족하지는 않아? 이렇게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으므로 아이도 부모와의 대화를 공부에 대한 소통으로 여깁니다(아이는 듣기 싫어하지만 그래도 잔소리처럼 말을 안 하니 참고 대답을 합니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저와 대화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가 학교에 간 뒤에 학습 내용을 검토한 후 부족한 부분을 포스트잇에 적어 문제집 겉표지에 적어두는 식으로 공부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약속대로 하지 않은 부분을 보면 화가 나지만 우리의 목적은 이 문제집을 계획대로 풀어내는 것이므로 화를 내기보단 전달할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두고 아이는 이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수정한다면 이것이 모두에게 더 이롭습니다. 물론 제 포스트잇을 보고 아이가 엄마가 화가 났구나를 느끼는 것 같긴 한데 직접 한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니 저에게 좀 더 친절해집니다.  

  라이트쎈은 아이에게 그다지 어려운 문제집은 아니라 풀이과정까지 실수가 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렵지 않게 시간 안에 풀어냅니다. 이 문제집을 통해 응용 수준의 문제에서 풀이 속도를 높이고 정확도를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간 안에 정해진 개수의 문제를 풀도록 했더니 중간중간 답지를 보지 않고 시험 치듯 문제를 풀어 오답이 생깁니다. 이 문제집을 푼 후 준심화서 정도로 복습을 한 번 더 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훈련 스케줄이 학습 시간을 얼마나 가능하게 해 줄지 여부에 달렸지만요. ^^:;;

  보통 제가 만나는 중학생들은 지금 고2 과정을 선행하고 있습니다. 좀 거칠게 잡은 것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선행을 시작해서 중학교 3학년 초반에 고2 과정 학습을 하려면 한 주에 학원에서 4시간씩 2회 이상, 학원 숙제를 한 주에 최소 8시간 이상 해야 합니다. 물론 진도가 나갔다고 그 내용을 다 아는 것은 아니긴 한데요. ^^;;; 지능이나 수학 역량에 따라 선행을 하는데 필요한 평균 시간엔 편차가 있습니다. 지능이 140 중후반인 친구들은 초 4 정도에 선행을 시작해서 2년 동안 중등과정과 고1 과정까지 7개년에 학습할 내용을 탄탄하게 완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균 수준의 지능을 가진 친구들은 보통 1년 정도의 선행을 심화까지 완벽하게 하고 있다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이상 속도를 내면 다른 과목에 구멍이 생기거나 선행 진도에서의 구멍이 발생합니다. 고1 과정 선행을 하며 중2 내신 시험 성적이 90점 이하라면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지능 이야기를 하니 혹시 아이들의 지능에 따라 성취도가 결정된 것인가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까 봐 적어봅니다. 배워서 아는 것과 시험을 보는 것엔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지능이 1% 미만에 속하는 친구들의 성취도를 뛰어넘기는 넘사벽이지만, 그 이하의 아이들의 성취도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실함과 꾸준함, 진로에 대한 흥미도와 경향성, 회복탄력성과 안정감 등의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지능과 성적의 상관이 높지만, 지능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춘기 아들과 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반드시 잘 보이는 곳에 기록해라! 그것을 근거로 자녀의 공부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라! 아이가 공부를 스스로 하지 않아서, 혹은 좀 더 열의를 갖고 하지 않아서 잔소리를 시작하고 싶은 일요일 아침이신가요? 잊지 마세요. 우리는 아이가 정해진 분량을 공부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것들은 다 부수적인 목표이니 시선을 핵심 목표로 돌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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